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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음악 및 뮤지션 기사

(인터뷰) 한희정 “‘홍대여신’ 이미지 재미없어…댄스뮤직 만들고 싶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6. 7.

누가 이 누님을 보고 여신이라고 하는가!!!

내가 지금까지 인터뷰한 뮤지션을 통틀어서 한희정보다 웃겼던 뮤지션은 장미여관이 유일하다.

까면 깔수록 양파(=푼수) 같은 매력을 가진 뮤지션이다.

 

진지한 표정으로 "이 곡의 가사는 내 문학적 글쓰기의 화룡점정"이란 깔때기를 천연덕스럽게 들이대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누님은 '무소음'을 만든 배경에 대해 "무소음 시계를 두 개나 샀는데 잘 때 소음이 심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만들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래서 나는 이 누님에게 "그러면 디지털 시계를 사셨으면 될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 누님은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진심으로 빡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디지털 시계를 구입해야 했어!!" ㅋㅋㅋ

심지어 파스텔뮤직 홍보담당도 이 누님의 성격을 아는지 인터뷰 내내 열심히 추임새를 넣으며 디스했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인터뷰 말미에 이 누님은 자신의 '단아함'을 강조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소곳한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건넸다.

 

에라이!!!! 하하하하하~~~!!!!

 

'흙' 뮤직비디오 속 한희정의 엉뚱한 모습은 연출이 아니다. 본래 한희정의 모습이다. 나는 확신한다.

 

 

한희정 “‘홍대여신’ 이미지 재미없어…댄스뮤직 만들고 싶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싱어송라이터 한희정은 홍대 인디씬의 아이콘이자 음악적 이정표다. 한희정은 많은 사람들이 인디 음악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인 통기타를 들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는 감성적인 멜로디를 구체화시킨 장본인이다. 여기에 특유의 촉촉하고도 서늘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동안 외모는 한희정에게 ‘홍대여신’이란 수식어까지 안겨줬다. 이후 인디씬에 등장한 많은 ‘여신’들이 한희정이 다져 놓은 길을 따라 걸어와 홍대 주변에 안착했다.

 

이 같은 ‘여신’의 잇단 출현은 인디 음악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긍정론과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마케팅 전략에 불과하다는 부정론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3년 만에 정규 2집 ‘날마다 타인’으로 돌아온 한희정은 자신을 둘러싼 두 가지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듯 초연해보였다. 한희정을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희정은 “이번 앨범에 담은 음악은 댄스 뮤직”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새 앨범을 정의했다.

앨범엔 타이틀곡 ‘흙’을 비롯해 ‘나는 너를 본다’, ‘날마다 타인’, ‘무소음’, ‘바다가’,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 등 11곡이 담겨 있다. ‘흙’은 죽은 줄 알았던 식물이 물만 줬는데도 되살아나는 모습에 착안해 흙과 식물들의 강인함을 가사로 풀어낸 곡으로 수록곡 중 가장 전위적인 구성과 멜로디를 들려준다. 울음인지 장난인지 구별되지 않는 “흙, 흙흙”이나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 “어? 흙! 뿅! 라라. 무서워 두려워 작고 파란 게 돋아났어”와 같은 가사는 기존의 한희정에 익숙한 대중에게 낯설다. 앨범의 음악적 색채는 화가 무나가 그린 흑백 재킷처럼 무채색에 가깝다. ‘나는 너를 본다’와 ‘어느 여름’의 풍부한 현악 사운드조차 건조하게 들린다. 자신의 얼굴을 닮은 수많은 가면을 바라보는 재킷 속 누군가의 모습은 때로는 섬뜩하게 다가온다.

 

정규 1집 ‘너의 다큐멘트’(2008)의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과 같은 달콤한 곡은 이 앨범에 없다. 전작들의 감성이 느껴지는 곡은 ‘더 이상 슬픔을 노래하지 않으리’ 정도다. 한희정의 ‘댄스뮤직’이란 정의와는 달리 앨범의 음악은 다소 난해해 대중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신’ 이미지를 내려놓으려 작정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희정은 “무언가에 힘을 강하게 주면 언젠가 부러지기 마련”이라며 “나는 재미를 우선으로 추구할 뿐, 단 한 번도 음악에 힘을 주려고 의도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룹 푸른새벽과 솔로로 독립해 활동할 때에도 내 음악엔 분명히 서늘한 구석이 많았다”며 “전작들을 통해 보여준 친근한 모습도, 2집의 모습도 모두 내 일부”라고 덧붙였다.

앨범의 또 다른 인상적인 부분은 시를 방불케 하는 가사다. ‘나는 너를 본다’ㆍ‘날마다 타인’ 등의 곡의 가사는 각 문장의 종결어미로 ‘다’를 선택함으로써 각운을 형성함과 동시에 화자를 타자화시키며 곡과 기묘한 어울림을 낳는다. ‘바다가’는 허수경 시인의 작품에 한희정이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여기에 해금 연주자인 그룹 잠비나이의 김보미가 곡에 몽환을 더한다. 한희정은 “음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많은 책을 읽어왔다”며 “문학과 음악은 다른 분야의 예술이지만 서로 많이 닮아있다”고 말했다.

한희정은 이야기가 깊어지자 ‘여신’의 단아함을 내려놓은 채 쾌활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을 보여줘 기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한희정은 ‘흙’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어설픈 발레 동작으로 웃음을 주는데, 이 모습은 실제 그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희정은 “1년 째 발레를 연습하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우습고 즐거운데 주변에선 말리더라”고 웃어 보이며 “‘홍대여신’이란 이미지는 이제 재미없다. 내 안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희정은 오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참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한희정은 “오는 9~10월께 단독 콘서트를 벌일 계획”이라며 “집에 텔레비전은 없지만 tvN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 코리아’만큼은 꼭 챙겨서 본다. 언젠간 ‘SNL’에 출연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