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신현권, 기타 이근형, 드럼 김민기...
개개인의 이름 만으로도 일가를 이룬 대한민국의 최정상급 연주자들이다.
당장 집안에 처박혀 있는 아무 앨범을 꺼내 들어도 이들의 이름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이들이 뭉쳐 앨범을 발표했다. 이근형 쌤으로부터 3월이면 발매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려 반년이나 더 지체되긴 했지만 말이다.
놀라웠던 사실은 이들을 인터뷰하겠다고 달려들었던 기자가 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지난 7일 오후 서울 양재동의 한 스튜디오. 세 명의 연주자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의 ‘블랙 도그(Black Dog)’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보컬도 없이 벌인 합주였지만, 이들의 연주는 보컬의 부재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꽉 찬 사운드로 기자를 압도했다. 그때 갑자기 모든 조명이 빛을 잃었다. 연주도 중단됐다. 갑작스러운 정전에 모든 스태프들이 우왕좌왕했지만, 비상사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한 스태프는 기자에게 건물 전체에 정전이 일어난 것은 최근 1년 사이에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이들의 연주에 전율했던 기자의 머릿속에선 문득 이 정전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란 생각이 맴돌았다. 그때 베이시스트가 기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의 기에 건물 내 흐르는 전기가 눌렸나 보지 뭐.” 그는 한국 세션 베이시스트의 전설 신현권(61)이었다.
밴드 에스엘케이(S. L. K.)가 지난 1일 데뷔 미니앨범 ‘디 오리지널 마인드세트(The Original Mindset)’를 발매했다. 그러나 에스엘케이의 멤버들 모두 데뷔란 말을 갖다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명인들이다. 신현권은 40년 이상 셀 수 없이 많은 음반의 녹음에 참여한 세션 베이시스트 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이근형은 80년대 한국 록에 획을 그은 밴드 작은하늘과 카리스마를 거쳐 수많은 앨범의 프로듀서ㆍ작곡가ㆍ연주자로 이름을 올린 정상급 기타리스트다. 밴드 시나위로 데뷔해 한국 모던록의 시작을 알린 밴드 H2O 등을 거친 김민기(45)는 간결하고 단단한 연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드러머다. 예나 지금이나 이들의 이름은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앨범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 같이 연주에 화려함을 더하는 일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비우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신현권은 “타인의 음악을 연주하는 세션의 한계에서 벗어나, 3인조라는 최소화된 밴드의 틀 내에서 들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을 가진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다”며 “동양화의 여백이 단순한 공백이 아니듯이 여백을 살린 연주의 미학을 표현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근형은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란 의미를 가진 ‘디 오리지널 마인드세트’란 타이틀처럼 연주의 초심과 원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곡을 만드는 데 들인 시간보다 만든 곡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데 들인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앨범엔 스튜디오에서 타이틀곡 ‘마더(Mother)’를 비롯해 ‘엠 펑키(Em Funky)’, ‘언트루스(Untruth)’, ‘후 앰 아이(Who Am I)’, ‘은빛호수’ 등 5곡이 담겨 있다. 보컬을 따로 두지 않은 대신 오랜 음악적 동료들이 곡마다 힘을 보탰다. 이현우는 중저음의 부드러운 보이스로 ‘마더’의 따뜻한 멜로디에 아련함을 덧입혔다.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언트루스’엔 밴드 더 펄스(The Pulse)의 보컬 이도건이 허스키 보이스로 힘을 더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후 앰 아이’다. 록의 황금기로 손꼽히는 70년대를 충실하게 재현한 빈티지 사운드와 하이톤에 두터움을 더해 깊은 맛을 살린 김종서의 보컬의 조화는 단연 앨범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신현권은 “에릭 클랩튼이 ‘기타의 신’으로 존경 받는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정신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라며 “연주자는 궁극적으로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 잡생각이 개입되는 순간, 연주는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진지한 표정과 말은 마치 고승의 선문답과 닮아 있어, 쉽게 귓가에서 흩어지지 않았다.
에스엘케이는 최근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관록의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단 세 명의 연주자로 넓은 무대를 소리로 채우는 이들의 무대에 관객들은 찬사로 화답했다. 이근형은 “연주자를 보컬의 반주자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싶다”며 “좋은 음악과 연주만이 해답이란 생각으로 에스엘케이만이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운드를 완성해 나가기 위해 멤버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밴드 에스엘케이(S. L. K.)가 지난 1일 데뷔 미니앨범 ‘디 오리지널 마인드세트(The Original Mindset)’를 발매했다. 그러나 에스엘케이의 멤버들 모두 데뷔란 말을 갖다 붙이기 민망할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명인들이다. 신현권은 40년 이상 셀 수 없이 많은 음반의 녹음에 참여한 세션 베이시스트 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이근형은 80년대 한국 록에 획을 그은 밴드 작은하늘과 카리스마를 거쳐 수많은 앨범의 프로듀서ㆍ작곡가ㆍ연주자로 이름을 올린 정상급 기타리스트다. 밴드 시나위로 데뷔해 한국 모던록의 시작을 알린 밴드 H2O 등을 거친 김민기(45)는 간결하고 단단한 연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드러머다. 예나 지금이나 이들의 이름은 장르를 막론하고 수많은 앨범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 같이 연주에 화려함을 더하는 일보다 초심으로 돌아가 비우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밴드 에스엘케이(S. L. K.)가 지난 1일 데뷔 미니앨범 ‘디 오리지널 마인드세트(The Original Mindset)’를 발매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이근형(기타)ㆍ김민기(드럼)ㆍ신현권(베이스). [사진제공=에버모어뮤직] |
신현권은 “타인의 음악을 연주하는 세션의 한계에서 벗어나, 3인조라는 최소화된 밴드의 틀 내에서 들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울림을 가진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다”며 “동양화의 여백이 단순한 공백이 아니듯이 여백을 살린 연주의 미학을 표현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근형은 “근본적인 사고방식이란 의미를 가진 ‘디 오리지널 마인드세트’란 타이틀처럼 연주의 초심과 원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곡을 만드는 데 들인 시간보다 만든 곡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데 들인 시간이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앨범엔 스튜디오에서 타이틀곡 ‘마더(Mother)’를 비롯해 ‘엠 펑키(Em Funky)’, ‘언트루스(Untruth)’, ‘후 앰 아이(Who Am I)’, ‘은빛호수’ 등 5곡이 담겨 있다. 보컬을 따로 두지 않은 대신 오랜 음악적 동료들이 곡마다 힘을 보탰다. 이현우는 중저음의 부드러운 보이스로 ‘마더’의 따뜻한 멜로디에 아련함을 덧입혔다.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언트루스’엔 밴드 더 펄스(The Pulse)의 보컬 이도건이 허스키 보이스로 힘을 더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곡은 ‘후 앰 아이’다. 록의 황금기로 손꼽히는 70년대를 충실하게 재현한 빈티지 사운드와 하이톤에 두터움을 더해 깊은 맛을 살린 김종서의 보컬의 조화는 단연 앨범의 백미라고 할 만하다.
에스엘케이는 최근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관록의 연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단 세 명의 연주자로 넓은 무대를 소리로 채우는 이들의 무대에 관객들은 찬사로 화답했다. 이근형은 “연주자를 보컬의 반주자로만 생각하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고 싶다”며 “좋은 음악과 연주만이 해답이란 생각으로 에스엘케이만이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사운드를 완성해 나가기 위해 멤버들과 오랫동안 함께 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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