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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녕바다 “음악 자체로 행복했던 시간 앨범에 담고 싶었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8. 12.

들으면 들을 수록 짙은 감성이 폭발하는 멋진 앨범.

그래.. 이런 게 밴드 스스로의 몸에 맞는 음악이지. 버릴 곡 하나 없이 충실하게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그리고 명제와 선제가 Rage의 팬이란 사실에 놀랐다.

Rage를 RATM으로 알아듣지 않는 사람과 너무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다.

 

 

안녕바다 “음악 자체로 행복했던 시간 앨범에 담고 싶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가장 공을 들여 촬영해야 할 프로필 사진에서조차도 연출의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았다. 관객을 도발하던 화려한 ‘비주얼’ 대신 수수한 모습의 청년들이 사진에 그레이 스케일(흑백사진)로 담겨 있다. 밴드 안녕바다의 정규 3집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가 의도한 것은 ‘비우기’였음을 프로필 사진은 명백히 드러내고 있었다. 앨범의 타이틀인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는 안녕바다의 전신(前身)인 밴드이기도 하다. 작정하고 초심으로 돌아간 안녕바다는 군살을 뺀 자리에 짙은 감성을 채웠다. 그 결과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를 잊지 못하던 팬들이 다시 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밴드의 멤버 나무(보컬ㆍ기타), 선제(기타), 명제(베이스), 준혁(드럼)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규 3집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를 발표한 밴드 안녕바다. 왼쪽부터 명제(베이스)ㆍ준혁(드럼)ㆍ선제(기타)ㆍ나무(보컬ㆍ기타). [사진제공=플럭서스뮤직]


나무는 “전작에선 음악적ㆍ외적인 면으로 우리의 본래 모습과 다른 것들이 많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느낌이었다”며 “음악 그 자체로 행복했던 시절이 그리워서 당시의 음악들을 새롭게 편곡해 연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앨범이 만들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제는 “우리의 음악적 의도가 주변 환경에 휘둘려 훼손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전작과는 달리 직접 프로듀싱을 맡아 시간에 쫓김 없이 녹음에 공을 들였고, 그 결과 가장 아쉬움이 덜한 앨범이 완성됐다”고 전했다.

 

앨범엔 타이틀곡 ‘하소연’을 비롯해 ‘그 곳은 잠시만’ ‘결혼식’ ‘우는아이’ ‘고양이를 찾습니다’ 등 9곡과 2집 ‘핑크 레볼루션(Pink Revolution)’의 수록곡 ‘모놀로그(Monologue)’ ‘삐에로’ 2곡의 스튜디오 라이브가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 있다.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밴드 중심의 사운드다. 전작에서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도입했던 안녕바다는 라이브를 의식한 듯, 밴드 바깥의 소리를 덜어내는 데 주력했다. 또한 안녕바다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원테이크(곡을 끊임없이 한 번에 연주하고 녹음하는 방식) 녹음을 시도하는 등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다. 오로지 밴드의 연주만으로 몽환적이고도 광활한 공간감을 형성하는 ‘그 곳은 잠시만’의 후반부와 간결한 편곡 속에서도 감성의 채도를 증폭시키는 ‘단 한마디만 위로해주면 그 한마디로 하루를 살 수 있을 텐데’와 같은 ‘하소연’의 가사 또한 앨범을 오랫동안 곱씹게 만드는 부분들이다. 곰인형ㆍ베개ㆍ강아지ㆍ고양이ㆍ파도 등을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앨범 속지의 일러스트도 음악의 쓸쓸함과 따뜻함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내주는 중요한 요소다.

준혁은 “예전엔 앨범에 다양한 색깔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번엔 모든 걸 내려놓고 통일된 느낌을 주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며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는 가상악기를 배제하고 실제로 연주하는 악기의 톤과 소리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선제는 “공연에서 멤버만으로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을 만큼의 소리만 담아내자는 생각으로 녹음에 임했다”며 “‘난 그대와 바다를 가르네’ 시절의 팬들이 되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안녕바다는 데뷔 이래 꾸준히 정규 앨범으로 활동 중인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음악 시장이 음원 중심으로 재편된 이후에도 이들은 싱글이나 미니앨범 대신 고전적인 방법으로 팬들과 소통해왔다. 나무는 “보너스 트랙 2곡은 우리의 앨범을 구입한 팬들을 위한 선물”이라며 “준비기간이 길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이고 시대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듣지만 앞으로도 우린 정규 앨범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녕바다는 오는 30일 고양 락 페스티벌, 31일 서울 라이브 뮤직 페스타 무대에 오른 데 이어 다음달 2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단독 공연을 펼친다. 안녕바다는 “이번 단독 공연은 무대장치ㆍ조명ㆍ음향 등 연출까지 하나하나 우리의 손길이 묻어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밴드는 결국 공연장에서 팬들과 만나야 의미 있는 존재다. 많은 팬들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