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 코드와의 인터뷰는 저녁에 진행됐다.
나는 저녁 시간이라 멤버들이 출출할 것 같아 KFC에 들러 치킨을 잔뜩 싸들고 연습실로 찾아갔다.
밴드들과 저녁에 인터뷰를 할 때엔 늘 술 한 잔씩 사 먹여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니 말이다.
내가 상상한 그림은 멤버들과 닭기름 질질 흘려가면서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들은 걸그룹이었다. 컴백 무대를 앞두고 있어 급식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었던 것이다.
내가 싸온 KFC를 바라보는 멤버들의 눈빛은 너무나도 애처로웠다.
너무 안쓰러워서 매니저에게 한조각이라도 먹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냉정하게 그렇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 내내 몇몇 멤버는 내 뒤에 놓인 KFC 포장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걸그룹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일부러 뜨끈한 걸 사들고 갔는데도 정말 미안했다.
리더 애슐리는 “퍼포먼스와 가창력의 조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며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예뻐 예뻐’는 보기엔 밝고 화사하지만 그 어느 곡보다도 격렬하게 움직여야 소화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멤버들 간의 합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앨범엔 펑키한 기타 리듬과 브라스 세션이 경쾌함을 더하는 ‘예뻐 예뻐’를 비롯해 소속사(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스태프들이 함께 참여해 이색적인 곡 ‘폴라리스 클럽(Polaris Club)’, 지난달 선공개돼 호러물을 연상케 하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로 유튜브에서 조회 수 100만 건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은 ‘헤이트 유(Hate You)’, 발라드 ‘아임 파인 땡큐(I’m Fine Thank You)’ 등 4곡이 담겨있다. 데뷔곡 ‘나쁜 여자’를 만든 작곡가 슈퍼창따이가 다시 한 번 앨범의 전곡을 작사ㆍ작곡ㆍ편곡하고 프로듀싱까지 맡아 팀의 변신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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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미니앨범 ‘예뻐 예뻐’로 컴백하는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 왼쪽부터 멤버 소정ㆍ리세ㆍ애슐리ㆍ은비ㆍ주니. [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
소정은 ‘예뻐 예뻐’에 대해 “‘태어날 때부터 예뻐’와 같은 가사가 얼핏 ‘공주병’에 걸린 여자들의 자화자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면 그 자체로서 아름다워 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며 “‘나쁜 여자’보다 밝은 노래여서 부르기 쉬울 줄 알았는데, 안무도 노래도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야하는 부분들이 많아 오히려 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리세는 “발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말 시켜놓고 발음 이상하다고 놀려대지 마’라는 가사를 부르는 동안 속이 다 시원했다”며 “가사 곳곳에 멤버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가사를 음미해 듣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곡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은 당초 지난 7월에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막내 멤버 주니가 안무 연습 도중 무릎 부상을 입는 바람에 연기됐다. 주니는 “부상으로 컴백 일정이 밀려 다른 멤버들에게 미안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잊지 않고 선공개곡 ‘헤이트 유’에 성원해주고 앨범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은비는 “컴백 일정은 밀렸지만 오히려 그 사이 더 많은 연습을 통해 컴백 준비를 충실히 할 수 있었다”며 “멤버들의 사이도 더욱 돈독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웃어 보였다.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만만치 않은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리세는 200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일본 진 출신으로 2011년 MBC ‘위대한 탄생’을 통해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소정은 엠넷 ‘보이스코리아’에 출연해 뛰어난 가창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애슐리ㆍ은비ㆍ주니 역시 유명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잔뼈가 굵은 신인 아닌 신인들이었다. 최근 리세는 MBC 다이빙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에 출연해 물구나무 다이빙으로 예선전 1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때문에 멤버들은 음악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레이디스 코드는 “‘정글의 법칙’ㆍ‘런닝맨’ㆍ‘무한도전’처럼 활동적인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다. 또한 컴백 준비를 위해 오랫동안 다이어트를 한 터라 ‘식신로드’ 같은 프로그램에서도 얼마든지 ‘먹방’을 찍을 자신이 있다”며 “‘불후의 명곡’처럼 개개인의 음악적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도 서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레이디스 코드는 5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컴백 활동을 재개한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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