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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피톤 프로젝트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 소극장 선택”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3. 9. 4.

정말로 만나보고 싶었던 싱어송라이터다. 지난해 2집 발매 후 인터뷰를 못해 아쉬웠는데 소극장 공연을 핑계 삼아 만났다.

에피톤프로젝트의 정규 1집 '유실물 보관소'는 향후 100대 명반을 다시 뽑는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상위권에 랭크될 앨범이라고 자신한다.

동년배 뮤지션들 중에서 단연 활약이 돋보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내가 즐겨 듣는 많은 곡들을 만들어 낸 장본인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부끄러움 많지만 예의 바른 청년이었다. 

 

 

에피톤 프로젝트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 소극장 선택”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이제 가요계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추억을 흔들어 깨워 소환하는 유려한 멜로디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시린 가사는 2000년대에 들어와 좀처럼 찾기 어려워진 웰메이드 팝의 감성을 되살려낸 귀중한 결과물이었다. 정규 1집 ‘유실물 보관소’와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는 음반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 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에피톤 프로젝트는 좀처럼 무대 전면에 나서질 않았다. 무대에 오르더라도 관객과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연주를 하며 수줍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다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랬던 에피톤 프로젝트가 데뷔 후 첫 장기 소극장 공연을 벌이며 대중과 가까워지기에 나선다. 지난 2일 서울 합정동 소속사 파스텔뮤직에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차세정은 “웅장한 사운드를 좋아해서 주로 큰 공연장에서 공연을 벌여왔는데 이번엔 내 음악을 덜어내 보고 싶었다”며 “관객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할 수 있고 지금도 여전한 무대에 대한 강박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소극장 공연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극장 공연은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시월의 주말’이란 타이틀로 10월 5일부터 한 달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번 공연에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ㆍ‘새벽녘’ 등 기존의 히트곡을 비롯해 루시아의 ‘어떤 날도, 어떤 말도’ 등 다른 가수들에게 준 곡들을 간결하고 소박한 편곡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차세정은 “이번 공연에선 연주곡 없이 전 곡을 가창곡으로 채울 계획”이라며 “어쿠스틱 악기를 중심에 세우고 현악기 편성도 최소화 해 편곡 작업을 진행하는 등 연습에 한창”이라고 준비 과정을 전했다.

시작은 인디였지만 에피톤 프로젝트는 이제 아이돌 중심의 주류 가요계에서도 각광 받는 이름이다. 이승기를 비롯해 2AMㆍ백아연 등 많은 가수들이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적 수혜를 입고 거듭났다. 이밖에도 에피톤 프로젝트는 드라마 OST에도 참여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의 보폭을 넓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세정이란 개인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개인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차세정은 “내 음악적 지향점은 프로듀서와 작곡가이기 때문에 차세정이란 이름을 알리기보다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일종의 음악적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며 “음악 그 자체만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내 개인은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은둔의 뮤지션’을 자처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창작을 위해선 누구나 혼자이어야만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아직 음악적으로 모자라고 배워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내 안에 더 많은 것을 쌓고 싶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그동안 2년 터울로 정규 앨범을 발표해왔다. 최근작은 지난해에 발매한 정규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다. 새로운 정규 앨범 발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년 봄이나 늦어도 6월 전까지는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고, 소극장 공연 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며 “주제는 ‘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요즘 70년대 이탈리아 아트록 음악에 푹 빠져 있다”고 답했다. 그의 답변은 새로운 정규 앨범엔 기존 작과는 조금 색다른 음악이 담길 것이란 예고처럼 들렸다.

마지막으로 에피톤 프로젝트는 “지방에서 서울로 힘들게 올라와 공연을 관람하는 팬들과, 지방 공연에서 만난 팬들의 눈빛이 가슴에 많이 남는다”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지방 투어를 펼쳐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