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른 시쳇말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멋진 밴드.
한이 서린 음악과 달리 이들의 실제 모습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하하하~
아시안체어샷 “가장 우리다운 음악이 세계에 통한다는 자신감 느껴”
기사입력 2014-05-04 10:01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해 발매된 밴드 아시안체어샷(Asian Chairshot)의 미니앨범 ‘탈’은 의자로 머리를 후려갈기는 프로레슬링의 반칙인 ‘체어샷’만큼 충격적이었다. 모던록의 세련된 사운드와 반듯한 무대에 익숙해진 인디 신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의 음악은 ‘날것’이라는 수식어 외에 설명할 표현을 찾기 힘들만큼 도발적이었다. 방송 가능성 따위는 정면으로 무시하는 긴 곡의 길이와 그 길이를 체감하지 못하도록 거칠게 밀어붙이는 사운드, 그 위에 파격적으로 얹어진 한국적인 멜로디까지……. 수록곡은 단 네 곡으로 단출했지만, 내용물은 여느 정규 앨범 이상으로 알차고 촘촘했다. 신인의 앨범이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 앨범’ ‘올해의 록 노래’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아시안체어샷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흔한 말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아시안체어샷은 5월 1일부터 3일 동안 영국의 리버풀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리버풀 사운드 시티’에 공식 초청을 받은 데 이어, 영국 곳곳의 클럽을 도는 투어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영국 출국을 앞둔 아시안체어샷의 멤버 박계완(드럼), 손희남(기타), 황영원(보컬ㆍ베이스)을 서울 서교동 카페 커먼인블루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계완은 “지난해 10월 국제 음악 박람회 ‘뮤콘’에 출연했는데 당시 ‘리버풀 사운드 시티’의 데이브 피칠링기 대표가 우리의 무대를 눈여겨보고 초청해 영국 투어가 이뤄지게 됐다”며 “‘리버풀 사운드 시티’의 무대를 마친 뒤 런던, 브리스톨, 셰필드, 셀퍼드 등지의 클럽을 돌며 총 8회에 걸쳐 투어를 벌인다”고 밝혔다.
‘리버풀 사운드 시티’는 영국에서 가장 큰 도시형 음악ㆍ예술 페스티벌 중 하나로, 비틀스의 고향인 리버풀 시내 25여 개 공연장 및 도시 곳곳의 다양한 카페와 클럽 등지에서 다양한 공연이 동시에 펼쳐진다. 매년 전 세계에서 약 360여 팀의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5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려드는 대형 페스티벌이다. 아시안체어샷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베이비츠 록페스티벌’에 참가한 데 이어, 올 3월에도 싱가포르 ‘모자이크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존 맥러플린(John McLaughflin), 존 피자렐리(John Pizzarelli) 등 거장 뮤지션들과 함께 나란히 공연을 펼친 바 있다.
해외에서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을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손희남은 “서양인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록 사운드 위에서 무리 없이 조화를 이루는 낯선 한국적인 멜로디를 무척 신선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싱가포르에서 공연을 벌인 후 우리의 SNS까지 직접 찾아와 음악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현지 팬들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해외에서도 우리의 음악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들의 앨범 ‘탈’을 “3인조 구성과 한국적 이미지를 록에 접목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구사하는 것까지 마치 ‘신중현과 엽전들’이 환생한 것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고 극찬한 바 있다.
왼쪽부터 아시안체어샷의 멤버 손희남(기타), 박계완(드럼), 손희남(기타), 황영원(보컬ㆍ베이스). [사진제공=커먼] |
아시안체어샷의 가능성을 알아본 것은 해외 페스티벌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인 록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가 자처해 오는 28일 발매를 앞둔 아시안 체어샷의 첫 정규 앨범 ‘호라이즌(Horizon)’의 프로듀싱을 맡은 것이다. 슈뢰더는 스매싱 펌킨스의 전속 엔지니어까지 한국으로 불러들여 사운드에 만전을 기했다.
슈뢰더와의 인연은 밴드의 준비된 역량이 우연과 만나 빚어낸 결과물이다. 황영원은 “한국에 휴식차 머물며 홍대 클럽에서 여러 밴드의 공연을 찾아다니던 슈뢰더가 우연히 우리의 공연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며 먼저 찾아왔다”며 “술자리를 통해 친해지긴 했지만 선뜻 앨범의 프로듀싱까지 맡아줄 것이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손희남은 “슈뢰더가 우리의 음악을 깊게 알고 치밀하게 준비해와 놀랐다”며 “사운드 면에서 미진했던 부분이 슈뢰더의 손이 닿자 환골탈태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고 정말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정규 앨범에는 최근 싱글로 발매된 ‘화석(Petrifaction)’을 비롯해 총 9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아시안체어샷은 영국 투어를 마친 뒤 귀국해 바로 정규 앨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황영원은 “정규 앨범은 미니 앨범 ‘탈’의 음악적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서정성을 강조한 슬로우록 등 다양한 음악을 담고 있다”며 “‘수평선’이란 의미를 가진 앨범의 제목처럼 해가 떠서 지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박계완은 “지난 앨범에서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던 사운드 면에서 진일보를 이뤘다”며 “우리의 음악이 아이돌처럼 대단한 인기를 끌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개성적인 사운드로 세계인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자신한다. 이번 앨범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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