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우아하게 잘 만들어진 어쿠스틱 앨범.
통기타 하나 들고 버스킹을 하는 게 어쿠스틱이 아님을 잘 보여주는 멋진 앨범.
가을방학 '실내악 외출' 이후 이런 유형의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앨범이다.
어쿠스틱 블랑 “채움 이상의 매력 가진 여백…귀 기울여 보실래요?”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자극적인 가사와 화려한 사운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어쿠스틱 음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일종의 모험에 가깝다. 어쿠스틱 음악을 변주한 포크와 팝이 인디 신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했지만, 대중음악계 주류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결이 고운 음악인만큼 섬세한 연주와 녹음이 필요하지만, 많은 제작비와 시간이 들고 이를 보전할 길은 막막하다. 또한 어쿠스틱 음악을 통기타 하나만 둘러메면 들려줄 수 있는 쉬운 음악으로 오해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모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행됐다. 밴드 어쿠스틱 블랑(Acoustic Blanc)은 첫 미니앨범 ‘어쿠스틱 블랑 파트 1’을 통해 간소한 편성의 어쿠스틱 음악으로 대중음악과 접점 찾기를 시도, 가을방학ㆍ김재훈의 ‘실내악 외출’ 이후 가장 균형 잡힌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제작을 주도한 이는 ‘시작’ ‘마지막 사랑’ 등의 히트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이다. 여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오음악원 플라멩코 기타 최고 과정을 한국인 최초로 마친 이준호(기타), 이적 조성모 김연우 등 정상급 가수들의 공연과 앨범 세션에 참여했던 박영신(베이스)이 가세했다. 어쿠스틱 블랑을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박기영은 “밴드명 어쿠스틱 블랑의 ‘블랑’은 프랑스어로 ‘흰색’을 의미하고 ‘흰색’으로부터 떠올린 이미지는 ‘도화지’였다”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가듯이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곳곳에 여백을 가진 어쿠스틱 사운드는 그림을 그리기에 가장 좋은 음악이었다”고 앨범 제작의도를 밝혔다.
박기영의 변신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앨범의 밑그림은 박기영은 이미 2008년 자신의 히트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해 현장감을 살리는 작업)로 녹음한 앨범 ‘어쿠스틱+베스트’에 그려져 있었다. 힘을 빼고도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발성은 2012년 tvN ‘오페라스타’ 시즌2 우승의 유산이다.
이번 앨범에는 꾸밈없는 연주로 빚어내는 따뜻한 공간감과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룬 섬세한 가사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톡톡톡’을 비롯해 포근한 멜로디와 왈츠 풍의 기타와 현악 연주로 무조건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벨라왈츠(Bella Waltz)’, 월드뮤직 풍의 멜로디 위에 퍼커션 연주가 가세해 광활한 소리의 풍경을 펼쳐내는 ‘이야기’, 룸바 리듬의 이국적인 연주로 기타의 매력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어떤 느낌’ 등 7곡이 담겨 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소규모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여백의 미학이다. 청각의 피로도를 높이는 꽉 들어찬 사운드에 익숙한 대중에게 덜어내고도 비어있지 않은 사운드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박기영은 “덜어내는 작업은 채워넣는 작업보다 훨씬 고됐지만, 사운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며 “노래와 연주를 녹음하고 그 위에 같은 노래와 연주를 중첩시키면 훨씬 깊은 사운드가 만들어지는데, 이 같은 작업은 소규모 편성만으로도 공간감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앨범 발매가 상업적으로 의미를 잃어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앨범은 공연과 다른 매력으로 차별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미니 앨범을 한 장 더 발매한 뒤 내년 초 두 장의 앨범을 모아 고음질 LP로 재발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영은 2000년 3집 ‘혼잣말’ 이후 10년 이상 자신의 앨범을 프로듀싱해 온 베테랑이다. 박기영은 밴드가 프론트맨을 받쳐주는 존재가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고 보컬과 연주의 유기적인 조화에 신경을 쓰며 제작을 조율했다. 박영신은 묵묵히 음악 받쳐주는 안정적인 연주와 음악 이상의 섬세한 가사로 프론트맨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호의 기타 연주는 밴드명에 포함된 ‘어쿠스틱’이라는 정체성을 세우는 핵심이다.
어쿠스틱 블랑은 오는 15~16일 서울 서교동 벨로주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벌이며, 오는 10월에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박영신은 “이번 앨범의 곡들을 비롯해 태양 ‘눈코입’, 비스트 ‘아름다운 밤이야’ 등 아이돌들의 곡들도 우리의 스타일로 편곡해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을 통해 우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그것이 우리의 존재의 이유”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
모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행됐다. 밴드 어쿠스틱 블랑(Acoustic Blanc)은 첫 미니앨범 ‘어쿠스틱 블랑 파트 1’을 통해 간소한 편성의 어쿠스틱 음악으로 대중음악과 접점 찾기를 시도, 가을방학ㆍ김재훈의 ‘실내악 외출’ 이후 가장 균형 잡힌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제작을 주도한 이는 ‘시작’ ‘마지막 사랑’ 등의 히트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이다. 여기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오음악원 플라멩코 기타 최고 과정을 한국인 최초로 마친 이준호(기타), 이적 조성모 김연우 등 정상급 가수들의 공연과 앨범 세션에 참여했던 박영신(베이스)이 가세했다. 어쿠스틱 블랑을 지난 달 31일 서울 여의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밴드 어쿠스틱 블랑이 첫 미니앨범 ‘어쿠스틱 블랑 파트1’을 발매했다. (왼쪽부터) 이준호(기타), 박영신(베이스), 박기영(보컬). [사진제공=포츈엔터테인먼트]
박기영은 “밴드명 어쿠스틱 블랑의 ‘블랑’은 프랑스어로 ‘흰색’을 의미하고 ‘흰색’으로부터 떠올린 이미지는 ‘도화지’였다”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가듯이 음악을 만들고 싶었고, 곳곳에 여백을 가진 어쿠스틱 사운드는 그림을 그리기에 가장 좋은 음악이었다”고 앨범 제작의도를 밝혔다.
박기영의 변신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앨범의 밑그림은 박기영은 이미 2008년 자신의 히트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해 현장감을 살리는 작업)로 녹음한 앨범 ‘어쿠스틱+베스트’에 그려져 있었다. 힘을 빼고도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는 발성은 2012년 tvN ‘오페라스타’ 시즌2 우승의 유산이다.
박기영은 “나는 결코 과거 히트곡에 묶여 화석처럼 굳어지고 싶지 않다”며 “늘 신곡이 기대되는 뮤지션이고 싶고 이번 앨범은 그런 지난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앨범에는 꾸밈없는 연주로 빚어내는 따뜻한 공간감과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룬 섬세한 가사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톡톡톡’을 비롯해 포근한 멜로디와 왈츠 풍의 기타와 현악 연주로 무조건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벨라왈츠(Bella Waltz)’, 월드뮤직 풍의 멜로디 위에 퍼커션 연주가 가세해 광활한 소리의 풍경을 펼쳐내는 ‘이야기’, 룸바 리듬의 이국적인 연주로 기타의 매력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어떤 느낌’ 등 7곡이 담겨 있다.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은 소규모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여백의 미학이다. 청각의 피로도를 높이는 꽉 들어찬 사운드에 익숙한 대중에게 덜어내고도 비어있지 않은 사운드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다.
박기영은 “덜어내는 작업은 채워넣는 작업보다 훨씬 고됐지만, 사운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접근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며 “노래와 연주를 녹음하고 그 위에 같은 노래와 연주를 중첩시키면 훨씬 깊은 사운드가 만들어지는데, 이 같은 작업은 소규모 편성만으로도 공간감을 만들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앨범 발매가 상업적으로 의미를 잃어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앨범은 공연과 다른 매력으로 차별화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미니 앨범을 한 장 더 발매한 뒤 내년 초 두 장의 앨범을 모아 고음질 LP로 재발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기영은 2000년 3집 ‘혼잣말’ 이후 10년 이상 자신의 앨범을 프로듀싱해 온 베테랑이다. 박기영은 밴드가 프론트맨을 받쳐주는 존재가 아님을 명확히 인식하고 보컬과 연주의 유기적인 조화에 신경을 쓰며 제작을 조율했다. 박영신은 묵묵히 음악 받쳐주는 안정적인 연주와 음악 이상의 섬세한 가사로 프론트맨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준호의 기타 연주는 밴드명에 포함된 ‘어쿠스틱’이라는 정체성을 세우는 핵심이다.
어쿠스틱 블랑은 오는 15~16일 서울 서교동 벨로주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벌이며, 오는 10월에는 울산월드뮤직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박영신은 “이번 앨범의 곡들을 비롯해 태양 ‘눈코입’, 비스트 ‘아름다운 밤이야’ 등 아이돌들의 곡들도 우리의 스타일로 편곡해 선보일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을 통해 우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고, 그것이 우리의 존재의 이유”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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