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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스트라이커스 “건강한 문제제기는 더 나은 사회 이끄는 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4. 7. 29.

한국 펑크 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상당 부분 왜곡돼 있다.

나 역시 한국 펑크 밴드 혹은 펑크 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여전히 펑크하면 사람들은 가벼운 사운드와 주제, 혹은 MBC 가요 프로그램의 불미스러운 사건을 떠올리니 말이다.

스트라이커스를 만나고자 했던 이유는 내 부족한 이해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욕심이었다.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신을 가진 국내 무대로 돌아와 앨범을 낸다는 것, 그 자체로 대단한 일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 발매 소식조차 제대로 기사화되지 않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대안 없는 딴죽 걸기는 무책임한 태도로 비난을 사지만, 명확한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 대안에 버금가는 효과를 가진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대안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거친 사운드로 기성세대를 향해 분노하고 사회를 비판했던 펑크(Punk)가 제도권에 저항하는 대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펑크록밴드 스트라이커스(The Strikers)가 새 미니앨범 ‘텔레비전(Television)’으로 전하는 이야기는 앨범 타이틀만으로도 뻔해 보인다. 펑크록밴드가 노래하는 ‘바보상자’가 긍정적일 리는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뻔했던 첫인상은 트랙 수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송곳처럼 날카로워진다. ‘바보상자’ 속 세상이 멍청해 보여 집 밖으로 나왔더니 현실은 ‘바보상자’보다 멍청하더라는 자조는 진지한 문제의식 없이 가질 수 없는 통찰이니 말이다. 스트라이커스의 멤버 썬로우(기타ㆍ보컬), 뱅(기타ㆍ보컬), 원성일(드럼ㆍ보컬), 순(베이스ㆍ보컬)을 지난 28일 서울 서교동의 한 주점에서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펑크록밴드 스트라이커스(The Strikers)가 새 미니앨범 ‘텔레비전(Television)’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멤버 원성일(드럼ㆍ보컬), 썬로우(기타ㆍ보컬), 순(베이스ㆍ보컬), 뱅(기타ㆍ보컬). [사진제공=올드레코드]


썬로우는 “텔레비전은 일상에서 가족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존재”라며 “생각 없이 빠져버리면 잘못된 정보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멀리할 수 없는 텔레비전에 대한 복잡한 현실과 문제점을 대중과 공유하고 싶었다”고 앨범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는 일방적인 정보에 조정 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노래한 타이틀곡 ‘티브이 몬스터(TV-Monster)’를 비롯해 왜곡된 정보에 세뇌돼 올바른 사고를 하기 어렵게 된 사람들을 유령에 비유한 ‘고스트(Ghost)’, 음악을 통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사운드 밤(Sound Bomb)’, ‘막장 드라마’보다 더욱 막장인 현실의 사랑을 다룬 ‘다이엔(Diane)’, 화면 속 광대의 모습을 보고 비웃는 우리가 실은 광대보다 나은 존재가 아니라는 신랄한 메시지를 담은 ‘프리크 쇼(Freak Show)’, 밝은 멜로디로 코미디보다 더 코미디 같은 텔레비전 바깥세상을 풍자하는 ‘코미디 하우스(Comedy House)’ 등 6곡이 실려 있다.

썬로우는 “사람들은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폭소하거나 비웃지만, 정작 그런 모습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우리의 처지가 더욱 우스운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당장 한밤중에 신촌과 홍대 거리로 나가면 텔레비전보다 더 골 때리는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러한 풍경은 텔레비전을 통해 다시 반복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공감대를 음악으로 형성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스트라이커스는 펑크, 그중에서도 세련된 멜로디를 강조하는 스케잇펑크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활동해왔다. 특정 장르로 규정되길 꺼려하는 국내 밴드 신에서 이는 매우 특이한 사례다. 

썬로우는 “90년대 중반 인디 신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무렵에 펑크 붐이 일었지만, 거품이 꺼지자 밴드 대부분이 사라졌고 펑크는 가볍고 쉬운 음악이라는 편견만 남고 말았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스케잇펑크는 연주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섬세한 음악이며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썬로우는 “펑크는 사운드 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관객과 공감하기에 좋은 장르”라며 “우리는 스케잇펑크를 연주하는 국내 유일의 밴드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트라이커스는 데뷔 초인 2000년대 중반, 한류라는 표현이 설었던 시절부터 일본에 진출해 300여 회에 걸쳐 전국 투어를 벌이는 등 보기 드문 행보를 보여 왔다. 일본에서 안정적인 토대를 닦은 스트라이커스는 이후 중국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더 넓은 시장을 두고 이들이 국내로 다시 발길을 돌린 이유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었다. 

썬로우는 “좋은 조건을 제시 받기도 했었고, 해외 무대에 무게를 둔 활동에 대한 욕심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태어나고 자랐으며 뿌리내려야 할 곳은 한국”이라며 “해외에서 고국을 바라보며 느낀 애환과 국민의 시름을 음악으로 엮고 싶었고 그것이 이번 앨범의 시작이었다”고 고백했다.

스트라이커스는 다음 달 9일 록페스티벌 ‘시티브레이크’, 31일 소속사인 올드레코드 레이블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가 오면 출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스트라이커스는 피할 이유가 없다며 호쾌하게 웃어보였다. 

스트라이커스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대중이 균형적이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텔레비전을 바라보는 것이지, 텔레비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할 이유가 없다. 부르면 얼마든지 나가 우리의 음악을 자신 있게 들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