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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추천72

김호연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나무옆의자)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꽤 유명한 작품이다. 나도 읽지는 않았는데 이름을 많이 들어서 마치 읽은 작품인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다. 이 작품이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란 건 알았지만 '우수상' 수상작이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조금 더 알아보니 같은 해에 대상 수상작이 있었고, 우수상 수상작은 무려 이 작품을 포함해 다섯 편이나 나왔다. 8년이 흐른 지금, 당시 수상작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작품은 이 작품뿐이다. 또한 역대 세계문학상 수상작에서도 마지막 히트작이 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의 처음 쇄가 2013년에 나왔는데, 내가 읽은 책은 2019년에 나온 10쇄였다. 오랜 시간 소설이 살아남았다면 이유가 있는 거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이 작품은 내가 올해 들어 읽은 모든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이 .. 2021. 5. 25.
이응준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민음사) 내가 차차기에 쓰려는 장편소설은 디스토피아다. 원래 차차기에 동화를 써보려고 했는데, 머리에 나쁜 생각만 들어찬 놈에게는 아직 이른 것 같아서 디스토피아로 방향을 돌렸다. 가을에 쓰려는 새 장편이 어른용 동화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아서, 굳이 동화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예버덩문학의집 집필실에 홀로 앉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나쁜 생각만 하다가, 서재에 꽂혀있던 이 작품을 집어 들었다. 오래전에 이름을 들어본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란 뉴스를 몇 년 전에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고 5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한다. 통일 이후 대한민국 사회의 혼란을 다룬다는 점에서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이 떠오르지만, 그보다 훨씬 매운.. 2021. 5. 24.
김민주 소설집 <화이트 밸런스>(강) 예버덩문학의집 공동 집필실 서재에는 이곳에 머물렀던 작가들의 작품이 곳곳에 꽂혀있다. 이 소설집 또한 그런 작품 중 하나인데, 작가가 내 전 직장인 문화일보 신춘문예 출신이어서 관심 있게 읽었다. 이 소설집에는 여러 이유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가는 상처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내는 이들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파고든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남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 채 세상과 벽을 쌓아두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그런 사람의 심리와 그들이 느끼는 고립감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이 내가 과거에 느껴봤거나 현재 느끼는 감정과 많은 부분 겹쳐 읽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다. 소설은 막연했던 감정을 구체화해 내게 .. 2021. 5. 22.
윤순례 장편소설 <낙타의 뿔>(은행나무) 얼마 전에 집필을 마친 새 장편소설 초고를 퇴고해야 하는데, 들여다보기 싫어서 집필실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시간을 보내는데 제일 좋은 수단은 역시 소설 읽기다. 집필실 서재를 뒤적거리다가 작년에 토지문화관 집필실에서 함께 머물렀던 윤순례 작가의 소설을 발견했다. 작가는 토지문화관뿐만 아니라 횡성 예버덩문학의집에도 머물렀던 모양이다. 다시 만난 듯한 반가운 마음이 들어 소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몽골 설화로 시작한다. 아주 오래전 신께서 낙타에게 뿔을 주셨다. 마음이 착해 상을 주신 것이다. 어느 날 꾀보 사슴이 낙타에게 와 말했다. "뿔 좀 빌려다오. 잘 차리고 서역 잔치에 가련다." 낙타는 곧이 믿고 뿔을 빌려주었다. 사슴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낙타는 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사.. 2021.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