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33

장강명 산문집 <아무튼 현수동>(위고) 이 산문집에 등장하는 현수동에는 가상의 공간과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이 뒤섞여있다. 작가는 광흥창 일대라는 도화지 위에 붓을 들이댄다. 어떤 공간은 그대로 도화지에 남고, 어떤 공간은 새롭게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밥 로스가 그림을 그리며 다양한 썰을 풀듯이 현수동에 살아온 이름 없는 인물들의 삶, 그에 얽힌 다양한 전설(혹은 전설을 향한 태클)과 사건을 따라가며 독자에게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묻는다. 그렇게 작가는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인 현수동이라는 동네를 만들어 나간다. 현수동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없는,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내겐 어떤 동네가 현수동을 닮은 공간일까. 이 산문집의 독자라면 자연스럽게 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나는 대전에서 태어났다. 이후 나는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2023. 2. 20.
첫 산문집 <안주잡설>을 출간했다 오늘 첫 산문집 을 출간했다. 만약 내가 산문집을 낸다면 지천명을 넘긴 후에 들꽃을 주제로 낼 줄 알았는데, 그보다 이른 나이에 술안주를 주제로 낼 줄은 몰랐다. 산문집에는 치킨, 홍합탕, 육포, 번데기, 족발, 계란, 곱창, 라면 등 총 30가지 안주썰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내놓은 심각한 내용의 장편소설들과 비교하면 한가한 내용의 연속이다. 나름 서점을 샅샅이 뒤져 봤는데, 한국 작가(일본 작가는 있었다)가 술이 아닌 안주만을 주제로 쓴 산문집은 이게 처음이 아닐까 싶다. 책을 내는 게 처음은 아닌데, 산문집은 처음이다 보니 괜히 마음이 들뜬다. 아직 나도 책을 실물로 보지 못했는데, 책이 손에 들어오면 안주 삼아 한 잔 마셔야겠다. 오프라인 서점에는 15일부터 깔린다고 들었다. 온라인 서점에선 지금.. 2023. 1. 11.
김의경 산문집 <생활이라는 계절>(책나물) 이 산문집에 실린 글 상당수는 구면이다. 나는 작가가 국민일보에 연재했던 이 책의 프로토타입을 인상 깊게 읽었다. 글이 모이면 단행본으로 엮이겠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게 됐다. 콜센터에서 힘겹게 일하다가 신춘문예 당선 연락을 받은 순간.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때문에 흩어졌던 가족과 재회한 놀이공원. 셀프빨래방에 남긴 메모에 댓글로 달린 메모. 앓아누운 작가에게 시루떡을 가져다주는 고시원 옆방 언니. 손톱에 봉숭아 꽃잎 물을 들이는 할머니. 명절에도 가게 문을 열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손님을 기다리는 분식집 아줌마, 나는 작가의 글을 읽으며 마치 밥냄새를 풍기는 오래된 골목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순서와 상관없이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상관없지만, 가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독하는 게 좋다. 이.. 2023. 1. 3.
박상영 산문집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한겨레출판) 내가 문학 출판 담당기자였을 때 신간으로 가장 많이 접한 책은 산문집이었다. 동시에 보자마자 거른 책 또한 산문집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책을 만드는 데 쓰인 나무가 가엾을 정도로 어처구니가 없는 책이 너무 많았다. 아무리 진입장벽이 낮다지만, 어떻게 이따위로 책을 내놓나 싶었다. 저자와 출판사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나도 산문집이란 걸 준비하다 보니 시장에서 잘 팔리는 산문집은 어떤 것인지 신경이 쓰인다. 서점에 들를 일이 있으면 산문집 코너에서 잘 팔리는 산문집을 살폈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가리지 않고 꽤 많은 산문집을 읽었다. 특히 '밀리의 서재'는 종이책을 샀다가 실패할 확률을 확 줄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했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산문집은 이 작품이었다. 우선 이 작품의.. 2022.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