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편승한 기획기사
어젯밤 노래방, 김대리도 목터져라 토토가
90년대 히트곡 노래방 차트 대거 ‘입성’
소찬휘 ‘티어스’·김건모 ‘잘못된 만남’등
20여년 시간 뛰어넘어 차트 3·4위 기염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회식자리 막차는 대개 노래방이다. 간부 이하 직원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내키지 않아도 전략상 무난한 직장생활을 위해 노래방 ‘애창곡’하나는 필수이다. ‘애창곡’의 필수 조건은 나만 알고 남들은 모르면 안 되며, 남들과 겹치지 않고 신나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마이크를 잡을 순서가 다가오는데 두꺼운 노래방 목록을 이리저리 뒤지는 일도 고역이다.
최근 들어 이 같은 고역을 조금 줄일 만 한 일이 생겼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난달 20일부터 3주에 걸쳐 90년대 히트 가요와 가수들을 재조명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로 8090세대들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당대의 히트곡들이 십 수 년을 거슬러 올라와 아이돌들의 전유물인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9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는 사회초년병인 20대 중후반부터 간부급인 40대까지 포괄한다. 즉 노래방에서 ‘토토가’만 참고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실제로 전국 노래방에선 ‘토토가’방송 이후 90년대 가요들이 많이 울려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왕 피할 수 없는 회식자리의 막차라면 참고해서 즐겨라.
▶새해 전국 노래방 점령한 ‘토토가’=‘토토가’ 방송이 끝난 지난 3일 이후 집계된 가온차트의 2015년 3주차(1월 4~10일) 노래방 차트에 따르면 90년대 히트 가요들이 대거 상위권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성기 못지않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소찬휘는 차트 3위에 ‘티어스(Tears)’를 올렸다. 이 곡은 ‘토토가’ 방송 이전에도 여자들의 ‘쉬즈 곤(미국의 밴드 스틸하트의 대표곡으로 고음으로 유명)’으로 불리며 노래방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곡이기도 하다.
‘토토가’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던 김건모의 대표 히트곡 ‘잘못된 만남’은 4위에 올랐다. ‘잘못된 만남’은 ‘토토가’ 방송 직후 일부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정상에 오르며 발표 20년 만에 다시 한 번 정상을 밟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소찬휘와 더불어 탁월한 가창력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김현정은 ‘멍’을 8위에, ‘그녀와의 이별’을 11위에 올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걸그룹 쥬얼리의 예원과 함께 ‘토토가’ 무대에 올라 특유의 흥겨운 무대를 선보였던 쿨은 ‘애상’으로 16위, ‘슬퍼지려 하기 전에’으로 27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에스이에스는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을 47위, 엄정화는 ‘포이즌(Poison)’과 ‘초대’를 각각 54위와 97위, 이정현은 ‘와’를 63위, 조성모는 ‘투 헤븐(To Heaven)’을 89위에 진입시키며 ‘토토가’의 끝나지 않은 인기를 실감케 했다.
뿐만 아니라 ‘토토가’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차트 1위에 오른 ‘사랑에 빠지고 싶다’의 주인공 김조한은 90년대 한국 가요계에 본격적으로 알앤비(R&B)를 선보였던 그룹 솔리드(Solid) 출신이기도 하다.
▶스테디셀러는 ‘노래자랑’위한 곡=매 시간마다 요동치는 실시간 음원 차트와는 달리 노래방 차트의 변화 폭은 고요한 편이다.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하는 노래방이라면 선곡은 대개 자신의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유명한 곡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온차트의 2010년 12월 노래방 차트와 2014년 12월 차트를 비교해 본 결과 상당수의 곡들이 4년 후에도 차트 100위권 내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심지어 몇몇 곡의 순위는 4년 전보다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12월 차트 97위였던 임창정의 ‘소주 한잔’은 4년 후 무려 5위로 뛰어올랐다. 홍진영의 ‘사랑의 배터리’는 54위에서 9위로, 박효신의 ‘눈의 꽃’은 37위에서 10위로, 김태우의 ‘사랑비’는 39위에서 12위로, 빅마마의 ‘체념’은 27위에서 13위로, 밴드 이지(izi)의 ‘응급실’은 21위에서 15위로,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70위에서 16위로, 버즈의 ‘가시’는 43위에서 20위로, 지아의 ‘술 한 잔 해요’는 59위에서 31위로 차트를 역주행했다. 특히 지난 2005년 KBS 드라마 ‘쾌걸춘향’의 OST였던 이지의 ‘응급실’은 밴드의 ‘원히트원더(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가수)’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차트 1위 곡으로 이른바 ‘삼단고음’으로 유명한 아이유의 ‘좋은 날’은 4년 후 차트에도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4위와 33위였던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와 ‘다행이다’는 26위와 99위로, 9위였던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는 19위로, 45위였던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 년’은 78위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인기 선곡 대상이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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