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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1번 국도 도보여행(2009)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걸어가기 : 둘째날 - 2009년 6월 20일 (Part 2)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09. 11. 20.

 

 

갓길에 금계국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딱 이맘때 지천에 피는 꽃.

 

 

오전 10시 50분

길을 걷다 롯데제과 앞에서 어제 구입한 오리온 핫브레이크를 먹는 만행을 저지르다

 

 

천안까지는 37km가 남았다

 

 

발바닥이 정말 아파 죽겠다

철마는 달리고싶다.. 나도 그 철마에 올라타고 싶다..

 

 

대전을 가리키는 반가운 표지판이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105km...

 

 

이것도 갓길이라고!!

차가 모두 지나간 뒤 100미터 달리기 하듯 재빨리 건너와서 찍은 사진.

 

 

긴급출동 119!

 

 

오전 11시 52분

평택 삼익아파트 버스 정류장에서 아픈 발바닥을 달래면서 한 잔 하다~

 

 

평택 시의회 건물이다.

요즘 드라마 시티홀을 즐겨보는데 왠지 저기서 신미래 시장과 민주화 의원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오후 1시 20분

홈플러스 송탄점 부근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두발을 위로했다.

하도 비가 내려서 신발은 물에 다 젖었다.

그래서 신발이 더욱더 무겁고 걷기가 힘들다.

발들아~ 니들이 고생이 많다~

 

 

잠시 쉬면서 남은 술을 마저 다 마셨다.

 

 

 

 

갓길에서 나를 맞아준 지칭개

엉겅퀴랑 혼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엉겅퀴와는 다르다.

 

 

자귀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자귀나무 꽃은 날이 좋을때 보면 무지개처럼 화사한데 비만 맞았다하면 쥐약이다.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저 표정은 설정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다.

게다가 발은 너무 아프다.

 

 

이제는 봐도 아무렇지도 않은 갓길

 

 

가끔 길을 걸으며 전철역을 볼때면 마음이 너무나 흔들린다.

 

 

갓길에 피어있던 벌노랑이

누가 지은 이름인지 몰라도 참 잘지은 이름 같다.

 

 

오후 3시 정각

발이 너무 아파서 평택 태영아파트 부근에 있던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쉐이크 하나 시켜놓고 신발을 벗은채 휴식을 취했다. 발이 얼얼하다.

 

 

천안까지는 이제 25km가 남았다.

하지만 발이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 심각하게 아파온다. 이제는 터진 상처가 문제가 아닌 듯하다.

 

 

내 생전 개망초가 저렇게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모습은 처음봤다.

아무리 대한민국 대표 잡초이지만 저렇게 피어있는 것을 보니 나름 장관이었다.

 

 

발이 너무 아프다.

만약 택시라도 지나가거나 버스 정류장이라도 있었다면 바로 집어 탔을 것이다.

그런데 차는 많이 다녀도 내가 탈 택시는 없고 버스는 다니지 않는다.

게다가 앞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갓길이다.

이 순간 정말로 절망스러웠다.

 

 

한참을 걷다 도지히 걸을 수 없어서 갓길을 넘어서 근처 논두렁으로 들어갔다.

논두렁에 앉아서 비를 맞으면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저 논에 뿌리박혀있는 수많은 모종을 심기위해 땡볕에서 노력했을 농민을 생각하니..

내가 좋아서 걷는건데 투덜거리는 내가 부끄러웠다.

 

 

발은 계속 아파온다.

하지만 논을 보고 다시 일어섰다.

 

 

논 근처에 고추밭이 있었다.

한참 고추 꽃이 필 계절이다.

 

 

오후 4시 52분

드디어! 평택 그리고 경기도가 끝났다!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에 있는 안성천교에서 멍한 표정으로 셀카

 

 

오후 4시 57분

드디어 충청남도 천안시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이제 시작일 뿐... 게다가 천안은 도농복합도시다.

한참을 더들어가야 겨우 시가지가 나온다.

 

 

천안삼거리~ 흐응~ 흐으응~

23km 남았구나~ 흐으응~ ㅜㅜ

저긴 갈 생각없다. 그저 1번 국도만 탈뿐..

 

 

 

 

갓길의 호두나무에도 열매가 열었다.

 

 

오후 5시 16분

한참을 걷다보니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고민에 빠졌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걷기가 힘들다. 하지만 여기서 버스를 타면 도보여행이 아니지 않나? 아니다 천안에 들어왔으니 오늘 목표는 달성한 것이다. 게다가 오후 9시에 어느 피씨방이든 찾아들어가 기말고사를 치러야 하지 않느냐 등등..

 

오늘 목표는 천안 시외버스 터미널 까지 가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 근방에 찜질방도있고 피씨방도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찜질방때문에도 반드시 버스터미널로 가야했다.

 

그리고 일단 시험이 우선이기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탄 것을 정말 다행으로 생각한다.

버스는 1번 국도를 쭈욱 따라갔다. 그런데 버스터미널까지의 거리는 내 발이 아무리 멀쩡하고 컨디션이 좋아도 오후 9시까지 갈수 잇는 거리가 아니었다. 버스를 1번 갈아타고도 한참을 갔다. 하물며 발도 상태가 안좋고 악천후이거늘..

새삼 문명의 이기인 버스가 대단히 편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후 6시 45분에 천안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근처 피씨방에 들어왔다.

 

 

피씨방에서 신발을 벗고 9시까지 기다렸다.

피씨방의 모니터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CRT 즉 옛날모니터였다. 액정이 아니었다.

CRT는 열이 장난 아니다. 모니터 윗쪽으로 나오는 열기가 상당하다.

나는 순간 머리가 돌아갔다. 일단 신발을 벗고 신발속의 물기를 휴지와 그밖의 물건으로 닦아낸후 무니터 위쪽 열기가 나오는 곳에 신발을 올려놓았다. 물론 아주 깨끗이 닦은 다음에 올려놓았다.

 

오후 9시가 되었다.

 

 

 

기말고사는 망했다. ㅜㅜ

 

 

 

 

일단 잠을 자기위해 다시 찜질방의 위치를 확인했다.

찜질방은 가까운 곳에있었다.

 

 

피씨방을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저녁을 못먹었다.

그래서 일단 들어와 냉면을 한 그릇 시켜먹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별 맛은 없었다. 그저 시원한 맛을 느끼고 싶었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 뒤 바로 수면실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여기까지 왔다. 이제 반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