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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1번 국도 도보여행(2009)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걸어가기 : 둘째날 - 2009년 6월 20일 (Part 1)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09. 11. 20.

오늘 이틀째 여행은요..

제 인생 최악의 걷기 였습니다. 자 이제 이야기 보따리를 풉니다

 

 

 

- 2009년 6월 20일 - 

 

 

 

 

6월 20일 자정에 피씨방을 나와 근처 찜질방으로 향했다.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룰루랄라 걸었다.

 

 

입욕비 6000원 가운비 1000원 합계 7000원에 내게 주어진 번호 151번,

오늘은 여기에 내 모든 것을 맡긴다.

 

 

물집은 참을만 하다.

문제는 양쪽 발 뒤꿈치가 갈라져서 피가 흐른다.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아프다. ㅜㅜ

 

 

가져온 밴드와 후시딘으로 임시조치를 취했다.

 

 

오전 5시 45분에 기상하여 몸을 좀 지지고 목욕을 한뒤 6시 30분에 바깥으로 나왔다.

여행자로서 찜질방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모텔에는 노곤한 몸을 지질 수 있는 찜질방도 없고 가격도 비싸니 말이다.

 

 

그런데... 비가 온다.

가져온 우산을 꺼냈다.

 

 

어제 입은 옷이다.

사실 내가 챙겨온 모든 상의는 버리기위해 가져온 것이다.

전부 예전 여자친구와 관련된 옷들이다.

그 친구와 관련되어 함부로 버린게 없었다.

심지어 사귀었던 8년동안의 문자메세지조차도 하나도 안 버리고 워드프로세서로 저장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차마 내가 버리지는 못하고 모두다 그친구에게 돌려보냈었다. 그런데도 몇 가지는 남아있었다.

반팔 티셔츠가 4벌정도 남아있었다.

저 반팔은 6년전에 그 친구가 준 티셔츠이다.

맨날 한 번만 더 입고 빨지 말고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다가 무심코 세탁기에 집어넣는 바람에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찜질방 부근에 헌 옷가지를 모으는 수거함이 있었다.

거기에 골인 시켰다.

 

 

그 옷가지 수거함 앞에서 출발하며 셀카 한장

저 반팔도 버릴 옷이다. 2년전에 전 여자친구가 축제 티셔츠라고 저한테 사온 옷.

오늘만 입고 버려야지.

 

 

병점 4거리에는 비가 조금씩 내린다.

 

 

원래 아침은 찜질방 근처 김밥천국에서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종업원 내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둘이 있었는데 내가 들어왔어도 쳐다도 보지 않는다.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서 계속 가만히 서서 지켜보았다. 그런데도 눈길을 안 준다. -_-; 바로 나와버렸다.

기본적으로 음식점은 서비스 업이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인사는 해야 하는것이다.

앞으로 병점 4거리 김밥천국은 김밥지옥이다.

 

근처 편의점에서 요기를 했다.

너무 부담스러울 정도로 웃으며 인사를 한다.

하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100배 낫다.

 

 

오전 7시 5분, 근처 홈플러스에 들렸다.

 

 

거기서 민들레영토 이슬차를 샀다.

나는 이슬차를 참 좋아한다. 예전에 여자친구 있을 떄에도 민토에 가면 늘 저것은 꼭 마시곤 했다.

물론 좋아서 산거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용도로 저 녀석을 구입했다.

 

 

길을 걷다 보니 근처 밭에 가지 꽃이 피어있었다.

올해 들어 처음본 가지 꽃이다.

녀석은 사진을 찍기 힘들다. 아래를 향해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고추, 토마토, 가지, 결명자등은 아래쪽으로 꽃을 피운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 애를 먹는다.

 

 

인도가 없다 ㅜㅜ

또 갓길이다..

 

 

오전 7시 50분 오산에 들어왔다.

 

 

 

 

오산에 진입하자 갓길에 가장 먼저 저를 맞아 준 것은 술패랭이꽃

패랭이 꽃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좀 털이 많다.

비에 젖어서 좀 볼품이 없지만 날이 좋을 때 보면 예쁜 꽃이다.

 

 

희망찬 오산은 나를 갓길에서 맞아준다. -_-;

 

 

갓길을 한참 걷다보니 보행자 통로가 나왔다.

좁지만 눈물나게 고맙다.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승객량이 적다는 세마역.

그럴만도 하다. 근처에 역말고 아무 것도 없다.

왜 역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예비역들 편의 때문에 만든 것은 아닐테고..

 

 

보행자 도로가 심상치 않다...

그래도 감지덕지다. 갓길보다는 나으니. 그러나...

 

 

나중에 다 나와서 찍은 사진이다. 지나갈 틈이 없었다.

바로 옆으로 덤프트럭이 막 지나가고 나는 장애물 넘듯이 저런 구조물을 수십개를 넘었다.

몇 번이나 트럭들 때문에 식겁했다

정말 욕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_-;

 

 

유엔군 기념탑.

 

 

이제는 갓길이라도 이 정도 넓이라면 땡큐다.

 

 

길가에 패랭이꽃이 잔뜩 피어 있었다.

술패랭이랑 느낌이 다르다. 술패랭이는 화려하다면 이 녀석들은 귀엽다.

 

 

이 녀석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노루오줌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는 한데 노루오줌은 아니고..

 

 

지나가다 나를 식겁하게 만든 분.

머리를 거의 변발을 하셨다. 첨단 유행인가보다.

저런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말하니 아니 감사하다고 말을 하면 큰일 날 것 같다.

 

 

표지판의 종류중 가장 반가운 표지판은 남은 거리를 표시한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천안까지 48km가 남았다.

 

 

발이 아파온다. 걷다보니 어제 터진 발이 또 터진것 같다.

오산대역 전철역을 보자 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걸어야지...

 

 

갓길에 루드베키아가 잔뜩 피어 있었다.

비에 맞지 않았으면 더 화려한 꽃인데 비때문에 스타일 구겼다.

 

 

갓길을 지나다보니 수청근린공원이라는 곳이 나왔다.

 

 

잠시 공원안의 벤치에 앉았다.

민들레영토의 용도는.. 일단 차를 다 마산 뒤 용기를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아까 홈플러스에서 사온 천년약속을 그 용기에 들이 붓는다.

길을 걸으며 술병을 들고 마시면 미친놈 취급받겠지.

그냥 차 마시는 척 하려고 꼼수를 쓰다 -_-;

 

 

그런데 공원에 정자가 하나 보였다.

나는 저런 정자에서 한 잔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은 이제 고작 오전 9시 5분이었지만..

꺼부기는 정자로 올라간다.

 

 

이슬차로 둔갑한 천년약속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함께...

 

 

좋~다~

몇 모금만 마시고 내려왔다

 

 

내려와서 좀 걷다보니 영어체험마을이 보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 초강대국이 되기를 원한다.

나는 영어가 너무 어렵다. 외국인들이 TOKIC을 보는 날이 오기를..

 

 

 

 

갓길에는 방가지똥풀도 피어 있다.

 

 

달맞이꽃도 피어 있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낮인데도 불구하고 피어 있다

나는 달맞이꽃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정부는 유해 식물로 규정하고 있다.

달맞이꽃이 자라는 곳에서는 다른 식물들이 안자란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유해식물이라고 하는거다.

하지만 달맞이꽃이 자라는 곳은 다른 식물이 살지 못할 환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루종일 땡볕이 내려쪼이는 매마른 곳에 떼를 지어 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특이한게 다른 식물들이 자라는 곳에서는 달맞이 꽃이 못 자란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해식물이라는데 이견을 가진 학자가 다수이다.

 

모기와 나방이 멸종되어야 될까? 그런데 사실 이 녀석들이 없으면 큰일난다.

꽃가루를 날라주는 동물하면 벌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꽃가루의 반이상은 모기와 나방이 날라다준다.

특히 밤에 피는 꽃들은 철저히 모기나 나방의 몫이다.

 

달맞이꽃은 아름다운 꽃이다. 관상용으로도 좋다. 게다가 은은한 향기가 일품이다.

하지만 밤에만 그 꽃을 피운다. 화려한 벌과는 인연이 없다. 늘 모기와 나방과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인간세상에 대입해보면 이런 모습이 떠오른다.

 

모기와 나방은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고 천대 받지만 순정을 지키는 사내..

달맞이꽃은 절세미인이지만 슬픈 사연을 간직한 채 천대받는 사내를 바라보는 여인..

 

예전에 달맞이꽃을 주제로 쓴 시조가 하나 있다.

 

-달맞이꽃-

 

길고 긴 여름한날 움츠려 지새우다

허기진 달빛아래 고운 모습 펼치오니

그마저 누가 볼새라 수줍어 우는구나

 

길다가 약국을 발견했다.

타우린을 섭취해준다.

 

 

오호라~ 저런 곳도 있구나!

 

 

비가 많이 내린다.

이제 우산으로는 어림없다.

일단 가방이 다 젖어들기 시작한다.

 

 

일회용 우비는 쓸일이 없기를 바랬는데...

 

 

사오정으로 변신!

 

 

오전 10시 25분 오산을 탈출했다

 

 

그리고 평택이 갓길과 함께 나를 맞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