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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장승마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것 참 희한하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0. 11. 13.

그 길 걷다보면 마중나온 ‘가을’과 마주치네요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 (제주방언: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것 참 희한하네
데스크승인 2010.09.17  지면보기 |  13면 정진영 기자 | crazyturtle@cctoday.co.kr  
마곡사 인근 장승마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고것 참 희한하네

   
자동차는 회귀에 앞서 장승마을로 우회했다.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아래에 자리 잡은 장승마을은 수많은 장승 외에도 펜션, 주말 체험 농장, 세미나 실, 야외 수영장 등 갖가지 문화공간으로 다채로워 늘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특히 공주시가 추진 중인 '5도2촌 사업'(평일 5일은 도시에서, 주말 2일은 공주에서)에 따라 인근의 태화산, 무성산, 상원계곡. 마곡사, 마곡온천 등 주변 관광지들과 연계된 이후 방문객 규모가 더 늘어나 주말이면 세미나, 단합대회 등으로 모인 200~300명가량의 방문객들이 장승의 선한 기운 속에 머문다.

장승마을은 한 사람의 능동적인 의지가 얼마나 많은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주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지난 1999년, 장승에서 한국적인 미와 정신을 발견했던 김제욱 씨(제일건설 대표)는 사라져가는 전통의 흔적을 되새기고자 사재를 털어 장승을 한 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모여드는 장승을 따라온 많은 조각가들 역시 김 씨의 뜻에 동참했다. 김 씨와 조각가들의 의지를 담아 우뚝 선 수 천여 장승은 그보다도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말없이 불러들였다.

   
알음알음 찾아드는 방문객들을 감당치 못한 장승마을은 규모를 늘리며 각종 편의시설을 하나하나 더해갔다. 그렇게 불과 10여년 만에 장승마을은 배울 거리, 볼거리, 먹을거리, 놀 거리를 한 곳에 갖춘 테마공원으로 변모해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8000여 평의 대지는 장승 외에도 절구와 다듬잇돌로 쌓아올린 석탑, 동물 조각 등 수 천여 점의 조형물들로 가득하다. 그중 백미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석등이다. 높이 13.8m, 무게 280t 석등은 마을의 중심에 서서 가을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자연석에 최소한의 손길만을 가해 그대로 쌓아올려 만든 거대한 석등은 위압감보다는 소박함으로 친근하게 눈에 든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강요 대신 말없이 주변 풍경 속으로 스며듬을 선택한 석등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너그럽다.

   
윈저 위스키 빈병 2만 5000개로 벽을 쌓아 만든 유리성을 지나 마곡 온천수를 끌어와 풀을 채운 수영장에 다다르면 본격 '19금'을 표방한 은밀한 산책로가 계곡에 맞닿아 있다.

산책로 주변은 과장된 크기의 성기부터 온갖 체위로 성애를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묘사한 석상들로 즐비하다.

그러나 2등신 체형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성애를 나누는 석상 속 남녀는 인도 카주라호(Khajuraho) 사원 성애 묘사 조각들의 관능미와는 거리가 멀기에 바라보는데 있어 민망함이 덜하다. 외면하기도 어렵고 대놓고 바라보기도 어려운 여타 도색잡지 속 성애 묘사와는 달리 장승마을의 '19금' 산책로는 해학적이어서 편안하다. 글은 결코 석상의 솔직한 해학과 매력을 묘사할 수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찾아가는 길


△1코스
: 서울~천안~정안 나들목~정안면~유구·마곡사 방면~사곡면 유룡리~사곡·마곡사 방면~좌측방면 장승마을

△2코스: 부산~대구~유성 나들목~공주~마곡사 방면~연미터널~우성삼거리 직진~호계삼거리(사곡·마곡사 방면)~사곡면~마곡사 방면~마곡사 주차장 지나서 우측방면 장승마을

△3코스 : 광주~전주~남공주 나들목~공주~마곡사 방면~연미터널~우성삼거리 직진~호계삼거리(사곡·마곡사 방면)~사곡면~마곡사 방면~마곡사 주차장 지나서 우측방면 장승마을

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