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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남이자연휴양림) 캠핑 그늘아래 나만의 집 일상 벗어나 자연을 누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0. 11. 13.

텐트하나 들고 자연으로 몸으로 즐기는 오감여행
[금토일] 금산 남이자연휴양림 캠핑 그늘아래 나만의 집… 일상 벗어나 자연을 누려라
데스크승인 2010.07.23  지면보기 |  12면 정진영 기자 | crazyturtle@cctoday.co.kr  
   
 
  ▲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캠핑을 떠나보자. 자연과 하나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도 배울 수 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1 Prologue

“여름은 휴가철의 왕이로소이다.”

그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흥분한 텔레비전은 공중파, 케이블 채널에 관계없이 휴가이야기를 쉼 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중 절정은 홈쇼핑채널이다. 피서지에서 지저분한 몸매는 죄악이라는 쇼핑 호스트들의 설교와 에스라인과 식스팩으로 중무장한 모델들의 말없는 간증에 코웃음 치다가도 텐트 등 레저용품과 바비큐 등 먹거리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은 속수무책이다. 여름은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몸부림 칠 수밖에 없는 계절인가 보다. 실내에서 더위에 찌들어 강퍅해진 마음은 바깥을 향한 붓질을 갈망하며 여백의 미를 꿈꾼다.

2 多多益善

심적으로 가장 편안한 여행의 동행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다.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이뤄졌던 트레블 팀 회의의 화두역시 '가족'이었다. 산, 바다, 강, 섬, 테마공원… 팀원들의 입에서 수많은 피서지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중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추천할만한 장소로 야외 캠핑을 즐길 수 있는 휴양림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야외 캠핑은 떠날 때 준비해야 할 물건과 돌아올 때 정리해야 할 물건이 많아 꽤나 번거로운 편이다. 그러나 여타 피서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 간단한 요리도 산해진미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장소적 마력과 불편해도 즐거운 텐트 안 쪽잠 등 야외캠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은 번거로움을 충분히 상쇄한다.

팀원들은 다시 한 번 회의 끝에 회사와 가까운 금산 남이자연휴양림을 찾아가보기로 결정했다.

본래 휴양림을 향한 여정은 트레블 팀원 3명만으로 이뤄진 조촐한 규모였다.

그런데 취재 당일, 사진부 우희철 부장이 나재필 논설위원에게 자녀들을 취재에 동행시키자는 제안을 어렵게 내놓았다. 멋쩍은 목소리에서 주말에 취재라는 핑계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아이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우 부장의 미안함이 묻어났다. 우 부장의 에두른 표현에 담긴 속마음에 나재필 논설위원도 공감했다. 그리하여 트레블 팀의 규모는 팀원 3명과 아이들 4명, 도합 7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휴일에도불구 근무를 위해 나와 있던 나인문 정치부장이 트레블 팀원의 오가는 대화에 귀 기울였다. 우 부장이 슬쩍 동행하겠냐고 운을 떼자 나 부장은 바비큐 그릴도 가져오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때마침 볼일이 있어 나와 있던 정치부 서희철 기자까지 캠핑의 유혹에 홀딱 넘어갔다. 나 부장 일가족 외 서 기자까지 5명 추가, 트레블 팀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인 12명이 캠핑에 합류했다.

   
3 아이들의 시간


자동차로 40여 분 달려 도착한 금산 남이자연휴양림은 선명한 나무 냄새로 도심과 도심 아닌 곳을 구분 지었다. 캠핑장을 둘러싼 봉우리는 높지 않아 올려다보기 편안했다. 능선의 굽이침은 완곡해 바라보는 호흡을 방해하지 않았다. 맞닿되 부딪히지 않는 봉우리마다 신록이 푸르렀다. 그 푸름은 의도치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으로 여독을 희석시켰다.

캠핑장에서 명당은 비를 피하기 쉬운 그늘진 자리다. 그러나 그런 자리가 남아있을 리 없다. 누가 봐도 좋은 자리는 진작에 다른 이들 차지다. 먼저 도착한 나재필 논설위원과 나는 아쉬운 대로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매뉴얼도 메이커도 사라진 나 위원의 오래된 텐트는 골조를 세우는 과정부터 애를 먹인다.

허나 필요는 기어이 결과를 만들어내는 법, 수없이 착오를 반복하는 우여곡절 끝에 텐트는 결국 본 모습을 갖췄다. 완성된 텐트는 곧바로 아이들의 차지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눅은 내 나는 텐트 안에서 아이들은 쉴 새 없이 까르르거린다. 곧이어 캠핑장에 도착한 나인문 부장과 우희철 부장 일행이 옆자리에 여장을 풀었다. 아이들은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옷을 갈아입고 튜브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네댓 살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 하나가 발가벗은 채 캠핑장 가운데를 휘젓고 있었다. 캠핑장의 낮은 아이들의 시간이다.

낮과 저녁의 경계선을 만나 숨죽인 햇살아래 앞산의 초록은 그 농도를 더해갔다. 앞산 아래로 흐르는 계곡은 아직 장마를 겪지 못해 찔끔거렸다. 그 위에 물막이로 형성된 얕은 사방댐은 물놀이 하는 아이들로 바글댔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우리 측 아이들도 거침없이 사방댐에 뛰어들었다.

   
남은 어른들은 저녁준비로 분주하다. 그릴 안에서 숯과 번개탄이 부탄가스토치의 맹렬한 불꽃을 맞으며 불씨를 흩뿌렸다. 누군가는 쌈채소를 씻으러 수돗가로 향했고 누군가는 그릴 위에 소시지, 고기, 버섯 등을 올렸다.

캠핑장에 산그늘이 선다. 낮에 산으로 올라갔던 바람이 하산할 시간이다. 물놀이 하던 아이들도 곧 돌아올 시간이다.

   
4 바비큐에 대한 단상


일상에서 벗어나 오감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라지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나서야 풍경도 눈에 들어오는 법, 일단 먹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여행지에서 오감의 왕은 미각이다.

맛집을 섭렵하는 일은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그러나 직접 요리해 먹는 경험만큼 즐겁고 오래가는 추억도 없다. 맛이 보장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둘러 앉아 물 끓이고 어설픈 칼질을 하는 경험자체가 최상의 조미료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바비큐는 단연 여행자들의 로망이다. 숯불위에서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고기를 바라보는 일은 극한의 고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지만 사실 그것은 거짓이다. 애나 어른이나 배는 먹어야 부르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덩이의 열기… 그 위에서 기름을 쏙 빼며 오그라드는 육질… 곧이어 혓바닥 미뢰 위에서 펼쳐지는 기름기의 화룡점정… 여행지에서 먹는 바비큐는 인간의 공감각적 심상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자극하는 오감만족 버라이어티다.

또한 바비큐는 개인의 오감만족을 넘어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리다. 취향을 다툴 필요 없이 각자 그릴 위 빈 자리에 먹고 싶은 재료를 올려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평화적인 요리인가?

레서피대로 만들어도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요리와 달리 불 위에 올려놓는 간단한 행위만으로도 확실한 맛이 보장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 요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비큐를 여행지에서 차려먹을 음식으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약간의 불편함 때문이리라. 가격의 고하에 관계없이 1년에 몇 번 쓰지도 않을 바비큐용 그릴을 흔쾌히 구입하기란 심정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여행자들을 위해 1회용 그릴세트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5천~2만 원 내외면 구입할 수 있는 1회용 그릴세트는 가격 면에서 일반 그릴에 비해 저렴하고 관리 면에서도 무척 편리하다. 아니 관리할 필요가 없다. 몇몇 그릴은 숯·착화탄까지 번들로 포함돼 있어 원스톱 세팅이 가능하다. 여기에 삼겹살·목살·새우·조개·생선·곱창·꼼장어·닭고기 등등 구울 수 있는 재료만 준비되면 끝이다. 이게 끝이다. 거짓말 아니라 정말 끝이다. 바비큐 요리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휴일과 동행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 쉽게 망각하곤 한다.

바비큐 요리를 즐기는 방법을 최종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휴일을 만든다.

둘째, 휴일을 함께 보낼 동행을 찾는다.

셋째, 1회용 그릴을 구입한다. 꼭 1회용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넷째, 구워먹을 음식을 구입한다. 불에 익혀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다섯째, 휴일날 동행과 함께 그릴과 음식을 차에 싣고 여행지로 향한다.

여섯째, 여행지에 도착해 구워먹는다.

"참 쉽죠잉?"

여행에 있어서 조리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의 알파와 오메가는 마음의 여유와 즐기려는 자세다.

5 어른들의 시간

해 저문 캠핑장은 텐트안을 밝히는 불빛들로 환하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은 캠핑장의 특성상 텐트의 수는 가구의 수와 거의 일치한다. 금요일 저녁 현재, 캠핑장으로 이주한 가구 수는 한눈에도 수십이다. 각 가구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움직임으로 요란했다.

그릴 위에서 소시지와 고기가 익자 아이들이 물비린내 풍기며 득달같이 달려든다. 소시지와 고기 익는 속도는 아이들의 먹는 속도를 당해내지 못했다. 아이들은 빚 독촉 하듯 그릴 앞을 맴돌았다.

아이들 먼저 배부르게 먹이는 일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배부른 아이들은 쉽게 곯아떨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어른들의 자유시간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불러오는 배에 의존한다. 고기 익는 속도가 점점 아이들의 먹는 속도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노련한 어른들의 전략에 넘어간 아이들은 잠시 후 졸린 눈을 비비며 순순히 물러났다.

"Olleh!"

캠핑장의 밤은 어른들의 시간이다. 남은 고기는 충분했다. 가져온 술도 마찬가지다. 남은 어른들은 텐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술잔을 채우며 독립만세를 외쳤다. 나는 가져온 통기타를 꺼내들었다. 어설픈 기타 연주에 포개진 옛 노래는 어설퍼서 흥겨웠다. 신청곡을 하나 둘씩 받다보니 밤 깊은 줄 모르는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새벽 3시, 오가는 이야기 사이의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하나 둘씩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무너진 어른들은 하나둘 씩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가 코를 곯았다. 캠프장 안 텐트 불빛들이 하나 둘씩 사그라지자 바닥은 먹빛으로 물든다. 아스라한 앞산의 윤곽 너머로 파르스름한 하늘이 졸린 어깨위로 무겁게 내려앉는다.

   
6 또다시 아이들의 시간


아침 7시, '1박 2일' 마냥 아침식사 복불복을 하는 것도 아닌데 가장 일찍 잠에서 깼다. 잠을 깨운 것은 다름 아닌 추위다. 산의 일교차를 무시하면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침낭을 덮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자 밤새 찌든 숙취가 온몸으로 달려든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근처 화장실로 내달렸다.

해장국은 참치김치찌개다. 나는 냄비에 지난 밤 남은 김치와 참치를 무작정 쏟아 넣고 불을 지폈다. 모두가 불안을 담은 눈으로 냄비를 바라본다. 물이 끓는다. 한 숟갈 떠서 맛을 보았다. 멋쩍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라면을 공수해와 스프로 맛을 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다 끓여진 찌개에 면과 스프를 넣어 다시 한 번 끓여냈다. 맛을 보았다. 새삼 라면스프의 위대함을 실감했다.

오전 8시, 햇살이 뜨겁다. 열기는 캠핑장 바닥 구석구석 깊이 스며들었다. 등골을 따라 간지럽게 흐르는 땀은 고작 1시간 전에 추워서 잠에서 깼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었다. 아이들의 졸음은 아직 깊어 깨어났어도 깨어난 게 아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뒤로한 채 아침산책에 나섰다.

산바람이 가지를 흔든다.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햇살이 부딪혀 바스러진다. 나뭇잎은 햇살을 쌓아두는 장소가 아닐까? 본래 햇살의 색은 초록에 가깝지 않은가? 햇살의 강도에 비례해 푸르러지는 신록의 변화는 난해한 생물학적 원리를 모르는 내게 있어 그렇게 이해됐다. 뒤늦게 떨어진 버찌에 까맣게 물든 산책로 변으로 까치수영, 댕강나무, 하늘말나리 등 여름 꽃이 환하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개울 속에서 자잘한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경쾌했다. 앞으로 흘려야 할 땀이 두려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여름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추억은 경험에 비례한다. 이는 곧 경험이 다르면 추억도 다르다는 정의와 정면으로 대응한다. 또한 나이에 반비례하는 기억력을 감안할 때 '어린 시절에 쌓은 경험이 많을수록 추억거리도 많아진다'는 단순 논리를 도출해내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여행이라는 경험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선사해 줄 수 있는 크나큰 무형의 자산이다. 이는 짧지만 강렬하게 아이들의 품속에 가 닿아 짙게 형상화된다.

잠에서 깨어나 늦은 아침을 먹은 아이들이 다시 사방댐으로 뛰어들었다. 푸른 산에 물든 사방댐 속에서 여름 햇살에 절여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빛이 깊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따뜻한 풍경 안에서 아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감동은 추억의 열매로 거듭나 영글어 간다.

글=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