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듣는 아시안체어샷!
10년 아니 5년 후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지 정말 기대되는 멋진 밴드이다.
우선 스매싱펌킨스 월드 투어에 오프닝 밴드로 돌아다니는 모습부터 보고 싶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7. 아시안체어샷 ‘소나기’ 외
‘탈’에서 마치 힘든 사냥을 마친 야수처럼 헐떡였던 아시안체어샷은 ‘호라이즌’을 통해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노련함까지 겸비했습니다. ‘소나기’는 ‘호라이즌’의 연장선상에서 선율의 서정적인 면을 강화하고 사운드의 모를 더욱 다듬은 음악을 담고 있습니다. 다소 힘을 뺀 몽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타이틀곡 ‘소나기속에서’와 리듬 연주에 전자악기를 도입한 ‘버터플라이(Butterfly)’는 밴드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변화의 촉을 놓치지 않는다는 증거이죠. 그렇다고 밴드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이 줄어들진 않았습니다. 강렬한 연주로 무장한 ‘완전한 사육’과 자진모리장단의 민요 이상으로 흥겨운 한국적 하드록 사운드를 들려주는 ‘채워보자’가 앨범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트랙에 놓인 것을 보면 말이죠.
‘호라이즌’을 프로듀싱했던 밴드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가 다시 한 번 이 앨범에 참여했습니다. 슈뢰더는 ‘호라이즌’을 통해 외국인이 한국적인 록의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줬던 프로듀서이죠. 여기에 녹음은 너바나(Nirvana) 정규 3집 ‘인 우테로(In Utero)’의 프로듀서였던 스티브 알비니(Steve Albini)가 소유한 미국 시카고 소재 일렉트리컬 오디오 스튜디오(Electrical Audio Studio)에서 진행됐습니다. 와우! 믹싱은 스매싱 펌킨스의 최근작 ‘마뉴먼츠 투 언 엘러지(Monuments To An Elege)’의 엔지니어였던 하워드 윌링(Howard Willing)이 맡았죠. 이정도면 앨범을 제대로 못 만들어내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2014년 2차 젊은 뮤지션 글로벌 교류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앨범 제작을 지원해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대신 감사를 표합니다.
덕분에 노련한 맹수가 더욱 노련해져 돌아왔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아시안체어샷은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가장 자주 이름을 목격할 수 있는 한국 밴드가 돼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전효성 미니앨범 ‘판타지아(Fantasia)’= 굳이 무대에서 섹시한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히 섹시한 음악이 담겨 있다. 수록곡 ‘날 보러와요’와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에서 90년대 말 ‘초대’로 수많은 남자들을 홀렸던 엄정화에게서 느꼈던 ‘아우라’를 느꼈다고 말하면 오버일까? 생각지도 못한 괜찮은 앨범.
▶ 브라운 아이드 소울 ‘싱글 프로젝트’= 이미 발매된 싱글들을 통해 차례대로 접한 곡들이지만, 이들을 하나로 모아 듣는 즐거움은 개개의 곡을 단편적으로 감상할 때와는 다르다. 당연한 말이지만 브라운 아이드 소울은 4명의 멤버들로 이뤄져 있다. 긴 공백 끝에 발표한 이 곡들은 그 증거물이다.
▶ 착한밴드 이든 미니앨범 ‘지구에서 보내는 편지’= 예민의 후기 앨범(4집 ‘나의 나무’ㆍ5집 ‘오퍼스’)의 감성을 다시 접하는 듯해 반갑다. 어린 시절 뛰어 놀던 공간으로 시간을 이동시키는 마음 착해지는 소박한 음악들. 문득 세상의 음악이 부담스러워질 때 이 앨범은 조용하지만 탁월한 선택이 될 것.
▶ 흔적 정규 1집 ‘세이브(Save)’= 요란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을 향한 요란하지 않은 위로. 음악이 반드시 우리가 마주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필요는 없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 속에/나는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이제야 난 다시 길을 걸어가”(하루의 끝)처럼 내밀한 독백도 충분히 힘이 되는데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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