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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9. 웨이스티드 자니스 ‘크로스 로드’ㆍ보니 ‘러브’ 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5. 27.

지난 주는 귀에 들어오는 앨범이 올해 들어 가장 많았던 한 주였다.

기사를 쓰면서 어떤 앨범을 골라야 할 지 정말 머리 터지게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2장은 골라졌다. 

웨이스티드 자니스, 보니... 멋지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19. 웨이스티드 자니스 ‘크로스 로드’ㆍ보니 ‘러브’ 외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웨이스티드 자니스(Wasted Johnny’s) 정규 1집 ‘크로스 로드(Cross Road)’= 철저하게 정돈된 손길이 느껴지는 예쁜 음악에 질리셨나요? 펄떡펄떡 심장이 뛰는 듯한 날것의 음악을 듣고 싶으신가요? 홍대 앞 조그만 클럽에서 라이브로 처음 만난 밴드 웨이스티드 자니스는 바로 그런 음악을 하고 있더군요. 그것도 단 3명으로 말이죠. 멋있게.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밴드의 중심에서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던 기타리스트 겸 보컬리스트가 여성이었다는 것입니다. 블루스의 색채를 녹인 묵직한 개러지 록 사운드는 ‘상남자’의 음악이라는 기자의 편파적인 인식을 순식간에 날린 멋진 무대였습니다.

이번 앨범은 웨이스티드 자니스가 지난 2013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겟 웨이스티드(Get Wasted!)’ 이후 2년 만의 신보이자 첫 정규앨범입니다. 5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 13곡을 채워 넣은 밀도 높은 정규 앨범이죠. 

2년이란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음을 선언하려는 듯 전작의 타이틀을 그대로 제목으로 따온 ‘겟 웨이스티드’의 묵직한 기타 리프는 시작입니다. 전작의 수록곡을 리메이크한 ‘크로스로드 미트 더 데블(Crossroad Meet The Devil)’과 ‘더티 우먼(Dirty Woman)’의 흥겨운 셔플 리듬 위에 실린 옹골찬 연주와 치열한 보컬, ‘위치(Witch)’의 매력적인 베이스와 기타의 유니즌 플레이, ‘비트(Beat)’의 완급을 조절하며 청자와 ‘밀당’을 하는 리듬 연주까지 이 앨범에는 빈티지한 ‘날것’의 기운으로 가득합니다. 또한 ‘위 아 모어 댄 저스트 러버스(We Are More Than Just Lovers)’와 ‘컴 투 마이 룸(Come To My Room)’은 웨이스티드 자니스가 원초적인 감각만을 자극하는 밴드가 아니란 사실을 잘 보여주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넘버입니다.

웨이스티드 자니스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곡은 역시 앨범의 타이틀곡인 ‘뜨거운 것이 좋아’입니다. 탄력적인 리듬 연주와 마치 춤을 추듯 리듬과 어울리는 흥겨운 기타 연주, 여기에 중독적인 후렴구는 웨이스티드 자니스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일 겁니다. 




▶ 보니 정규 1집 ‘러브(Love)’= 참 조용하게 앨범이 발매됐습니다. 그것도 첫 정규 앨범인데 말입니다. 보니는 한국에서 흔한 알앤비(R&B) 풍 가요가 아닌 진지한 알앤비를 들려줬던 몇 안 되는 보컬리스트입니다. 아이돌 그룹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주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보니가 선보인 90년대 알앤비는 매우 신선했습니다. 지난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이 보니의 두 번째 미니앨범 ‘1990’에게 안긴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 부문 수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우선 정규 앨범답게 풍성한 내용물이 눈에 띕니다. 이번 앨범에는 유려한 멜로디와 극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타이틀곡 ‘원 인 어 밀리언(One In A Million)’을 비롯해 화지의 원곡을 알앤비로 재해석한 ‘똥차라도 괜찮아’, 간결한 편곡으로 탁월한 가창력을 강조한 팝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등 12곡이 실려 있습니다. 여기에 보니가 그동안 꾸준히 선보여 온 90년대 풍의 슬로우잼(느린 템포를 가진 서정적인 알앤비 발라드), 어반 알앤비(도회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를 가진 알앤비) 등 다채로운 장르의 알앤비가 더해져 풍성함을 더했죠. 

무엇보다도 주목할만 한 부분은 보니의 작사, 작곡 참여입니다. 보니는 ‘밀당’ ‘스토크 유(Stalk You)’ 등 총 6곡에 작곡으로 참여하며 보컬리스트를 넘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앨범의 타이틀곡 ‘원 인 어 밀리언(One In A Million)’의 작곡을 비롯해 앨범 전반에 참여한 제이크라이(Jay Cry)를 포함해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ㆍ영소울(Young Soul)ㆍ라우드나인, 싱어송라이터 그레이스 신 등 많은 조력자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한 보컬 피처링이 많지 않다는 게 또 매력적입니다. 그 결과 근래에 보기 힘든 충실한 알앤비 앨범이 완성됐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가요계에서, 보니처럼 젊은 나이에 자신의 음악을 추구하는 뚝심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는 매우 귀하고 각별하게 다가옵니다.





※ 살짝 추천 앨범

▶ 샤이니(SHINee) 정규 4집 ‘오드(Odd)’= 전작보다 힘을 빼고 여유를 더한 음악이 돋보인다. 확실히 듣기 쉬워진 음악이지만 그렇다고 만만하지도 않다. 이젠 무슨 앨범을 내놓아도 기본 이상의 음악을 들려주는 믿고 듣는 아이돌. 

▶ 재주소년 미니앨범 ‘오래된 바다’= 봄의 수많은 모습들 중에서 골라낸 쓸쓸함. 그 쓸쓸함조차도 건드리면 상처를 입을 것 같은 두 소년을 거치는 순간 소소한 아름다움을 가지게 된다. 시끄러운 세상이 피곤해질 때 이 같은 소소한 아름다움이 간절해진다. 

▶ 니들앤젬(Needle&Gem) 미니앨범 ‘비포 던(Before Dawn)’= 마음의 빈칸으로 스며드는 따뜻함. 데미안 라이스에서 흐린 하늘을 닮은 우수(憂愁)의 정서를 걷어내고 차분하게 정리하면 이런 음악 아닐까? 

▶ 호란 미니앨범 ‘괜찮은 여자’= 호란이 클래지콰이 바깥에서 펼쳐 온 많은 작업들 중에서 가장 ‘괜찮은’ 결과물. 호란은 이제 보도자료에 상투적으로 붙는 클래지콰이라는 접두어를 빼도 ‘괜찮은 여자’. 특히 ‘인섬니아(Insomnia)’ 참 멋지다.

▶ 다빈크(Davink) 미니앨범 ‘터뷸런스(Turbulence)’= 관능적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잘 빠진 사운드. 매력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팝의 조화. ‘뮤지션들의 뮤지션’ 윤상이 앨범 전체 믹싱과 마스터링에 참여하며 다빈크를 아끼는 것은 이유가 있다.

▶ 고고스타 미니앨범 ‘러브인(Lovein)’=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밴드 특유의 우수 어린 ‘뿅뿅사운드’. 여기에 사운드의 부피가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스타일 하나만큼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존재 아닌가?

▶ 참깨와 솜사탕 정규 1집 ‘까만 방’= 전작보다 다채로워진 사운드, 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듯 쉽게 그리고 깊게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가사들. 

▶ 후후(WHOwho) 정규 1집 ‘오예(Oh Yeah)’= 여름을 겨냥한 시원한 일렉트로닉 록 사운드. 정제되지 않아 투박했던 초기의 사운드가 그리운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