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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2. 안치환 ‘50’ㆍ빌리카터 ‘Billy Carter’ 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6. 24.

<이주의 추천 앨범>은 내 본래 일과 상관없이 번외로 하는 일이다보니 자꾸 우선순위가 본업에 밀린다.

게다가 무조건 앨범을 다 들어봐야하니까,가장 품도 많이 들어가는 기사이다.

겨우 수요일을 넘기지 않고 마감했지만 조금 찜찜하다.

더 이상 부지런해지기 힘들 정도로 일이 많은데 이것 참..


이번 안치환의 신보에 실린 '바람의 영혼'은 진짜 감탄사밖에 안 나온다.

원래 <정진영의 읽는 노래>로 다뤄 볼까 했는데 내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깊이의 가사가 아니어서 포기했다.


그리고 빌리카터!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다냐? 정규 앨범이 아니라 짧은 게 너무 아쉽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2. 안치환 ‘50’ㆍ빌리카터 ‘Billy Carter’ 외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 안치환 정규 11집 ‘50’= 삶의 밑바닥을 몽땅 긁어모아 바깥으로 쏟아내는 듯한 목소리. 안치환의 선굵은 목소리에는 듣는 이의 피를 끓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밟아도 쓰러지지 않는 잡초와 그의 목소리를 비교하면 실례일까요? 그 목소리 때문에 막연하게 그가 큰 체구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자는 그의 라이브를 가까이에서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의 실제 체구는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지난해 안치환이 직장암 투병 중이란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던 분들도 많았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새 앨범이 나왔습니다. 2010년 정규 10집 ‘오늘이 좋다’ 이후 무려 5년 만입니다. 

직장암 투병과 함께 지천명의 나이를 맞은 안치환이 병상에서 빚어낸 음악은 참으로 뜨겁습니다. 암 투병에서 지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드러내는 ‘나는 암환자’, 병상을 지킨 아내에 대한 노래인 ‘병상에 누워’,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으로 깨달은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길지 않으리’는 그의 투병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일기장입니다. 

이 앨범의 백미는 ‘바람의 영혼’입니다. 삶을 관조하는 철학적 가사와 깊은 시선을 담은 이 곡은 가요도 가벼운 소비재에서 벗어나 예술로 승화할 수 있음을 다시금 증명하는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안치환의 선 굵은 목소리에 실린 삶을 통찰하는 가사 앞에선 수사가 무의미한 전율이 입니다.

“이 하루를 애써 버티는 나를/그럼에도 미소 짓는 나를/어제와 같은/오늘을 살아가는 나를/아무도 박수쳐주지 않지만/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꿈꿀 수 있는 것만으로도/거친 바다/인생의 강물을 건너는 난/머물지 않는 바람의 영혼/난 멈추지 않는 바람의 영혼”(바람의 영혼)

이밖에도 이 앨범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천국이 있다면’, 정호승 시인의 시를 곡과 함께 엮은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주목해야 할 곡들이 많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정ㆍ재계와 종교계의 높으신 분들에겐 ‘셰임 온 유(Shame on You)’가 어떻게 들릴지 말이죠.


▶ 빌리카터 미니앨범 ‘빌리 카터(Billy Carter)’=
 블루스의 끈적끈적한 질감과 펑크(Punk)의 공격적인 에너지, 그리고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처럼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는 폭발적인 보컬. 이 앨범은 그야말로 괴물 같은 앨범입니다. 

혹시 밴드의 이름만 보고 이 앨범을 영미권 출신 나이든 아저씨의 솔로 앨범이 아닌가 짐작했다면 헛다리를 짚으신 겁니다. 빌리카터는 3인조 혼성 밴드이지만 그 시작은 여성 멤버 둘로 시작한 듀오였으니까요. 빌리카터는 김지원(보컬)과 김진아(기타)의 2인조 어쿠스틱 프로젝트로 지난 2012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 활동을 벌인 보기 드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적을 짐작할 수 없는 앨범 전체의 정서는 아마도 이런 독특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일 테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와 비정규 미니 앨범 ‘크로스로드(Crossroad)’를 내놓은 빌리카터는 지난해 이현준(드럼)을 영입해 이번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드러머가 더해지니 음악적으로 과감한 시도와 표현이 가능해졌죠.

이번 앨범에는 후회로부터 벗어나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다는 이야기를 담은 사이키델릭 블루스 ‘타임 머신(Time Machine)’, 잃어버린 길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영원히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상반된 마음을 노래한 로커빌리 풍의 ‘로스트 마이 웨이(Lost My Way)’, 소통되지 않는 세상에서 모든 이야기들이 침묵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 ‘침묵’, 즐겁고 아름다운 순간만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봄’, 방황하는 이들에게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하는 ‘유 고 홈(You Go Home)’ 등 5곡이 담겨 있습니다.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로 녹음을 진행한 듯 라이브를 방불케하는 자연스러운 연주가 현장감을 더합니다. 정규 앨범이 아니라는 게 ‘너무’ 아쉬운 앨범입니다.

빌리 카터는 오는 26일 오후 9시 서울 서교동 클럽 롸일락에서 열리는 콘서트 ‘올-나이트 파티’에 출연합니다. 라이브가 궁금한 분들은 이날 이곳에서 ‘불금’을 즐겨보시길.





※ 살짝 추천 앨범

▶ 김태우 정규 3집 ‘티로드(T-ROAD)’= 장르를 자유롭게 오가는 감성적이면서도 흥을 아는 목소리. 적지 않은 음악 경력은 괜찮은 멜로디를 만들 수 있게 만들었고 또 좋은 곡을 받을 줄도 알게 만들었다. 정성이 엿보이는 웰메이드 팝 앨범.

▶ 지백(JiBaek) 정규 2집 ‘평화다방(Cafe De La Paix)’= 바하, 쇼팽, 슈베르트, 비발디……. 재즈 플루트 연주로 듣는 클래식 명곡들의 향연. 익숙하고도 신선한 즐거움이 매력인 앨범.

▶ 마현권 미니앨범 ‘나의 하루’= 일상을 바라보는 진지한 시선과 과하지 않는 음악. 그리고 곡으로 잘 스며드는 좋은 목소리. 밴드의 일부였던 뮤지션의 꽤 괜찮은 홀로서기.

▶ 조아람 정규 1집 ‘연애의 기록’= 연애를 해봤다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을 다룬 가사와 멜로디. 하지만 흔한 주제도 섬세하게 다루면 좋은 앨범이 된다. 반드시 트랙리스트 순서대로 들어볼 것.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