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치볼 트리오 “춤을 추고 싶다면 ‘홍대 쿨’ 어때요?”

한때 매년 여름이면 울려 퍼지던 쿨과 코요태 등 혼성 그룹의 댄스곡들이 사라져 여름 가요계가 심심해졌다.

혼성 그룹 댄스곡에는 잘 생기고 아름다운 아이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채우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엉뚱하게도 홍대 인디 신에서 명맥이 이어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것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7월 13일자 29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비치볼 트리오 “춤을 추고 싶다면 ‘홍대 쿨’ 어때요?”

기사입력2015.07.10 오전 5:54 기사원문 댓글0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굵직한 아이돌들의 잇단 컴백으로 요란한 올 여름 가요계. 그러나 가요계의 황금기로 꼽히는 지난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중반 여름엔 신나는 댄스곡으로 전국의 거리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혼성 그룹들이 많았다. 쿨, 코요태 등으로 대표되는 혼성 그룹들은 아이돌들처럼 미남과 미녀는 아니지만 친근함을 무기로 대중을 사로잡으며 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현재 댄스곡을 내세운 혼성 그룹의 명맥은 아이돌들에게 밀려나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이 같은 혼성 그룹의 명맥이 홍대 인디 신에서 독특하게 부활했다. 밴드 부기스페셜의 보컬리스트 최성수, 미미시스터즈의 큰미미, 밴드 후추스의 기타리스트와 보컬리스트인 김정웅 등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뮤지션들이 비치볼 트리오란 이름으로 ‘어벤저스’처럼 뭉쳐 첫 미니앨범 ‘비치볼 트리오’를 발매했다. 지난 3일 최성수, 큰미미, 김정웅을 서울 서교동의 주점에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비치볼 트리오가 첫 미니앨범 ‘비치볼 트리오’를 발매했다. 왼쪽부터 멤버 최성수, 큰미미, 김정웅. [사진 제공=왕코 프로덕션]

큰미미는 “최성수와 김정웅은 오부라더스로 함께 활동해왔고, 나는 최성수로부터 로큰롤을 배우고 김정웅으로부터 블루스 기타를 배웠기 때문에 서로 인연이 깊다”며 “여름에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앨범 발매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한평생 사랑을 약속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타이틀곡 ‘웃는 모습이 예뻐요’를 비롯해 ‘치명적인 그대는 기타맨’, ‘파란 엉덩이’, ‘여름밤’, ‘하교길’, ‘나밖에 모르던 사람’ 등의 곡이 수록돼 있다. 비치볼 트리오는 듣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해변을 연상케 하는 ‘서프뮤직(19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유행한 음악)’, ‘두왑(1950년대 리듬 앤 블루스 코러스의 한 형태)’, ‘리듬 앤 블루스’ 등 60년대 로큰롤 황금기의 음악을 흥미롭게 재현하고 있다. 

김정웅은 “멤버 셋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로 지인들 결혼식 축가를 부르기 위해 종종 모이곤 했는데, 그때 연주했던 곡들이 ‘서프 뮤직’에 가까운 곡들이었다”며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비치 보이스(1960년대 서프 뮤직 대중화를 이끌었던 그룹)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자주 들리는데, 우리가 직접 그런 음악을 대중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은 복고적인 질감을 잘 살린 사운드이다. 녹음, 믹싱, 프로듀싱 과정을 도맡은 팀의 막내 김정웅은 믹싱을 모노로 진행해 과거 60년대 로큰롤 황금기의 정취를 재현했다. 또한 비치볼 트리오는 라이브를 방불케 하는 자연스러운 느낌의 연주를 담기 위해 한 곡을 한 공간에서 한 번에 녹음했다. 최성수는 미성의 유쾌한 목소리, 큰미미는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로커를 닮은 강렬한 목소리, 김정웅은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 등 각자의 개성을 살린 목소리의 조화도 듣는 즐거움을 준다.

김정웅은 “가까운 일본에선 모노 믹싱으로 제작된 음반이 흔한 편”이라며 “과거의 악기와 장비를 그대로 구해 녹음하진 않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악기와 장비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단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성수는 “최근 들어 복고를 지향하는 앨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우린 가장 원조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주되 음악은 결코 복고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나는 30년 가까이 로큰롤만 연주해왔고, 나머지 멤버들도 로큰롤을 음악적 뿌리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자양분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치볼 트리오는 오는 11일 오후 6시 서울 서교동 인공위성에서 앨범 발매 기념 미니 콘서트를 연다. 시원한 맥주와 한정판 비치볼 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된다. 이밖에도 비치볼 트리오는 8월부터 ‘먹방 콘서트’를 비롯해 복날에 맞춘 이벤트 등 다채로운 형식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