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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8. 영기획 3주년 기념 편집 앨범 ‘3 Little Wacks’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8. 19.

영기획 3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은 올 초에 발매된 푸른곰팡이 컴필레이션 앨범 '강의 노래' 이상으로 인상적인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

나름 음악을 이것저것 많이 듣는다고 자부하는 나도 한국 일렉트로닉의 결이 이토록 다채로운 줄은 몰랐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8. 영기획 3주년 기념 편집 앨범 ‘3 Little Wacks’ 外

[HOOC=정진영 기자] ▶ 영기획 3주년 기념 편집 앨범 ‘스리 리틀 웩스(3 Little Wacks)’= 엠넷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장 큰 이유는 힙합을 왜곡된 모습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업 방송의 특성상 약간의 ‘어그로(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을 이르는 은어)’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장르에 대한 이해와 최소한의 ‘리스펙트’가 없는 방송은 길게 보면 결국 그 장르에 독이 될 뿐입니다. 널리 잘못 알려진 정보를 고치는 일은 새로운 정보를 알리는 일보다 힘드니까요.

이제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혹은 EDM으로 익숙한 일렉트로니카도 힙합 이상으로 대중에게 단편적인 모습으로 전달된 장르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EDM 하면 가장 먼저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EDM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활약 중인 ‘EDM 공장장’ 박명수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빠른 리듬의 신나는 ‘클럽음악’이 EDM의 전부일까요? EDM의 조상으로 평가를 받는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가 40여 년 전 발표한 곡들을 한 번 들어보시죠. 과연 춤을 출 만한 음악인가요? 일렉트로니카는 신시사이저, 드럼머신 등 전자악기를 사용해 고유한 패턴을 변형시키면서 반복하는 음악을 총칭합니다. 즉 일렉트로니카는 앰비언트 뮤직, 트랜스, 하드코어, 인더스트리얼 등 수많은 장르들을 포괄하는 개념이죠. 


레이블 영기획(YOUNG, GIFTED&WACK)은 지난 3년 동안 현재 EDM의 울타리 바깥에서 다채로운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들고 소개해왔습니다. 또한 영기획은 한국의 1세대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의 역사를 복원하는 리본(Re:Born) 프로젝트, 회기동 단편선과 무키무키만만수의 리믹스 컴피티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사운드 전시 ‘소음인가요’, 국내 유일의 일렉트로닉 음악 박람회 ‘암페어(Amfair)’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거나 참여하며 장르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해왔죠. 이제 영기획은 감상용 일렉트로닉 음악이란 개념이 생소한 국내보다 피치포크(Pitchfork), 힐리딜리(HilliDilly) 등 해외매체에서 더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레이블입니다. 최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에 두 개의 앨범을 올리며 일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주목 받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에서 3년 동안 뚝심 있게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지켜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사실 기념비적인 사건입니다.

이 앨범을 들으며 편집 앨범(컴필레이션 앨범)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조잡함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과 무겁고 날카로운 비트의 결합이 돋보이는 커널스트립(Kernelstrip)의 ‘고양이’와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팝인 사람12사람의 ‘피시 위시 키스(Fish Wish Kiss)’를 비롯해 룸306(Room306)의 ‘인라이튼 미(Enlighten Me)’,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Flash Flood Darlings)의 ‘저스트 포 더 나이트(Just For The Night)’, 골든두들의 ‘스크류드라이버’, 75A의 ‘타이페이(Taipei)’, 포즈 컷츠(Pause Cuts)의 ‘새크리파이스드(Sacrificed)’, 로보토미(LOBOTOMY)의 ‘매카트니 vs. 비버(McCartney vs. Bieber)’ 등 10곡은 이 땅에서 패스츄리처럼 얼마나 다채로운 결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소중한 증거물들입니다. ‘클럽음악’ 바깥의 일렉트로닉의 현재가 궁금하셨다면 이 앨범은 탁월한 선택이 될 겁니다.




※ 살짝 추천 앨범

▶ 프라이머리 정규 2집 ‘2’= 피처링이 그저 단순하게 목소리나 연주를 보태는 작업이 아님을 몸소 실천하는 매력적이고도 세련된 곡들. 오혁과 함께 한 전작 ‘럭키 유(Lucky You)’와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역시 프라이머리가 미우나 고우나 우리 시대 최고의 뮤지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 비원에이포(B1A4) 미니앨범 ‘스윗 걸(Sweet Girl)’= 듣기에는 편하지만 결코 가벼운 티를 내지 않는 잘 빠진 팝. 확실한 팬서비스를 선사하는 달콤한 가사들. 멤버들의 고른 작곡 참여로 만들어진 이 앨범은 비원에이포의 미래가 밟음을 보여준다. 아이돌이든 아이돌이 아니든 생존의 열쇠는 결국 자기 음악을 하는 것이다.

▶ 웅산 정규 8집 ‘템테이션(Temptation)’= 리 릿나워, 나단 이스트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참여를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즐거운 그루브와 깊은 여운을 남기는 ‘팔색조’ 보컬. 이제 무슨 앨범을 내도 믿고 들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 관록의 재즈 디바.

▶ 살롱 드 오수경 정규 2집 ‘파리의 숨결’= 파리에 가보지 못했어도 상관없다. 음악만으로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경험 아닌가. 이 앨범은 어렵지 않게 그런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