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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추천 앨범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5. 신설희 ‘일상의 잔상’ 外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7. 29.

지난주는 들을만한 싱글들은 많았는데 괜찮은 앨범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이 더욱 쉬웠다. 확실하게 귀에 들어오는 앨범만 기사로 다루면 되니까.

신설희는 2년 전부터 꾸준히 지켜봐 온 싱어송라이터인데, 이번 앨범을 통해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기쁘다.

아이돌처럼 주목을 받을 음악은 아니지만, 좋은 음악이란 소리를 듣기엔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음악이다.

이런 뚝심을 지켜줘서 고맙고 반갑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5. 신설희 ‘일상의 잔상’ 外

[HOOC=정진영 기자] ▶ 신설희 미니앨범 ‘일상의 잔상’= 최근 들어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흔해진 표현 중 하나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싱어송라이터는 말 그대로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곡해 부르는 가수를 일컫는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한국의 수많은 싱어송라이터들 중에서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를만한 뮤지션이 얼마나 되는지 기자는 의문입니다. 싱어송라이터는 좋은 작곡가이기 이전에 좋은 가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싱어송라이터가 왜 송라이터싱어로 불리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설희는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신설희는 지난 2013년 첫 정규앨범 ‘힐스 오브 더 타임(Hills of the Time)’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이 앨범은 포크를 기반으로 모던록,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음악 위에 풍부한 성량과 탁월한 표현력을 가진 보컬을 담은 수작이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의 “앨범 전체에서 기본적으로 높은 음악 수준을 유지하려는 진지함이 느껴지고 장르적으로는 일반적인 합의 범주를 뛰어넘은 작품”이란 평가는 이 앨범의 성격을 잘 표현해준 호평이었죠. 그러나 이 앨범의 운명은 힘 있는 기획사의 후광을 받지 못한 뮤지션들의 앨범과 별 다를 것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철저히 묻혔죠.


장르의 종합선물세트 같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차분한 어조로 일관적인 서정을 그려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노라 존스(Norah Jones)의 목소리로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곡을 부르는 듯하다고 표현하면 다소 과한 표현일까요? 

아련한 음색의 기타 연주가 마치 한여름 새벽안개 속을 걷는 듯한 질감을 연출하는 타이틀곡 ‘원(Circle)’을 비롯해 몽환적인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편곡이 인상적인 ‘플로라(Flora)’, 간결한 편곡으로 목소리의 매력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라스트송(Lastsong)’ 등 이 앨범에 수록된 5곡은 하나 같이 뻔하지 않은 멜로디와 단단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또한 신설희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함께 활동해 온 밴드와 함께 원테이크(한 번에 끊임없이 녹음하는 방식)에 가깝게 녹음하는 시도를 했죠. 이 앨범 특유의 귀에 거슬리지 않은 편안한 음색은 신설희가 치열하게 발품을 팔며 작업한 결과물이죠.

시대의 유행에서 다소 벗어난 이 앨범의 음악이 과연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진 의문입니다. 그러나 이 앨범은 싱어송라이터의 의미는 물론 시간을 이기는 좋은 음악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자문하게 만듭니다. 장담하긴 이르지만 이 앨범은 시대의 유행과 상관없이 앞으로도 자신 만의 시간을 살아갈 것 같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휴키이스(Hugh Keice) 미니앨범 ‘벤자민 블루 후 스톨 더 문(Benjamin Blue Who Stole The Moon)’= 비 오는 날 촉촉해진 땅을 밟으며 공기에 스민 풀 냄새를 맡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앨범. 허세 가득한 표현이지만 이 앨범은 정말 그런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서정과 몽환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장마철을 위한 좋은 배경음악.

▶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 정규 2집 ‘로스 아미고스 세컨드 바모스(Los Amigos 2nd Vamos)’= 삼바, 살사, 맘보, 차차, 볼레로 등을 오가는 변화무쌍한 리듬과 화려한 연주의 멋진 조화. 장마철 이후 쏟아질 따가운 햇살과 잘 어울릴 그야말로 여름의, 여름에 의한, 여름을 위한 경쾌한 음악.

▶ 슈가 도넛 정규 4집 ‘폴리버스(POLYVERSE)’= 달콤한 이름만 보고 가볍게 달려들었다가 목 아프게 머리를 흔들고 빠져나올 음악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이 앨범 곳곳에 쉼표처럼 담긴 서정. 7년 만의 정규앨범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라이브에서 더욱 돋보일 내용물들이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