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어비스를 시작으로 좋은 헤비니스 앨범이 많이 나오고 있다.
위키드 솔루션스는 정말 오래 기다렸는데, 기다림이 아깝지 않은 멋진 앨범이었다.
그리고 옴니버스 앨범 '사랑가'도 정말 물건이었다.
전통음악을 이렇게 감각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니... 놀라운 작품이다.
<정진영의 이주의 추천 앨범> 26. 위키드 솔루션스 ‘이모털 인비테이션’ㆍ옴니버스 앨범 ‘사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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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정진영 기자] ▶ 위키드 솔루션스(Wicked Solutions) 정규 1집 ‘이모털 인비테이션(Immortal Invitation)’= 만화 ‘데스노트’에 등장하는 악마 ‘류크’를 닮은 아트워크만 보고 놀라지 마세요. 밴드 멤버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되도록 잊는 것이 앨범 감상에 도움이 될 겁니다. 생소한 밴드 이름과는 달리, 멤버들은 모두 한국 헤비니스 신에서 잔뼈가 매우 굵은 이들이니까요. 선입견을 걷어내면 멤버들의 신체 나이와 관계없이 젊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을 겁니다.
위키드 솔루션스는 앨범 발매 전까지 소문만 무성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어느덧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밴드 블랙신드롬의 보컬리스트 박영철, 20년 넘게 밴드 디아블로를 지키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수한, 밴드 크라티아의 리듬 파트를 책임졌던 베이시스트 김인철과 드러머 오일정 등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 모였는데 앨범 발매 소식은 깜깜이었으니까요.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내용물이 알찹니다. 멤버들이 과거 자신의 밴드에서 들려줬던 ‘달리는’ 헤비메탈을 생각했다면 이 앨범은 꽤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더 즐거운 앨범입니다.
디아블로에서 기관총 소리를 닮은 육중한 기타 연주를 들려줬던 김수한은 위키드 솔루션스에선 날렵하면서도 탄력적인 연주로 밴드의 색깔을 만듭니다. 곡들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들리지 않은 이유는 그루브가 살아있는 리듬 연주 때문입니다. 서로 같은 밴드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인철과 오일정은 곡마다 다채로운 리듬 연주를 들려주며 곡에 생기를 더합니다. 겹겹이 쌓은 코러스는 곡이 이질감 없이 귓가에 스며들게 만드는 윤활유입니다. 그 위에 실린 한국 대표 파워보컬 박영철의 목소리는 여전히 일품입니다. 위키드 솔루션스는 그 흔한 샘플링이나 신시사이저를 배제한 채 오직 4명의 멤버만으로 이 사운드를 구축했습니다.
한국 헤비니스 신은 예나 지금이나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어비스(Abyss), 블랙 메디신(Black Medicine) 등 많은 밴드들이 꾸준히 좋은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소 말랑말랑해진 최근 록페스티벌에서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
▶ 옴니버스 앨범 ‘사랑가’= 국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은 대개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상당수의 결과물들이 가요에 어설프게 국악기의 음색을 더하거나 창을 곁들이는 수준에 그쳤죠. 이른바 ‘퓨전 국악’에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 같은 식상한 결과물들이 빚어낸 편견에서 비롯된 바가 큽니다. 옴니버스 앨범 ‘사랑가’는 대중음악에 국악의 요소를 억지로 입히지 않아도 충분히 한국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사랑가’에 참여한 다양한 뮤지션들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저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춘향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사설로 하는 유일한 판소리입니다. 동서고금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다룬 ‘춘향가’가 재해석의 대상이 된 것은 필연이었다고 봐야겠죠.
젊은 소리꾼 고준석은 남녀혼성 창극의 형식을 빌려와 ‘사랑가’를 듀엣으로 선보입니다. ‘사랑가’의 익숙한 소절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를 주제로 삼은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이리 오너라’는 ‘사랑가’를 솔(Soul)과 펑크(Funk) 스타일로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신세하(Xin Seha)의 ‘러브 어페어(Love Affair)’는 몽룡과 춘향의 알콩달콩한 사랑 놀음을 80년대 디스코 사운드로 펼쳐내고, 호란의 ‘사랑가’는 고혹적인 분위기로 ‘사랑가’를 새롭게 연출하죠. ‘사랑가’를 스카에 버무린 킹스턴루디스카의 ‘참 사랑가’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 김반장의 ‘한 사랑가’는 한 가지 음악으로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가 새삼 놀라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라이브로 듣고 싶다면 칠석(七夕) 다음 날까지 기다려보시죠. 음력으로 칠석 다음 날인 오는 21일 오후 9시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칠석데이 콘서트’가 열립니다. 이날 콘서트에선 앨범에 수록된 여섯 뮤지션의 라이브를 비롯해 디제이(DJ) 파티,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커플매칭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는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블랙 메디신(Black Medicine) ‘이리버서블(Irreversible)’= 느리지만 격정적이고, 음울하지만 아름답다. 이 같은 모순이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을 펼쳐낸다. 백문이불여일청.
▶ 낭만유랑악단 정규 2집 ‘유랑’= 누군가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앨범. 앨범 한 장으로 지친 일상을 보듬고 싶다면, 음악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면 탁월한 선택.
▶ 꽃잠프로젝트 LINE 드라마 ‘좋은날’ OST ‘원 서니 데이(One Sunny Day)’=마치 드라마 한 편을 제대로 시청한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매력적인 OST. OST라는 타이틀을 떼고 감상해도 무리 없는 완결성을 가진 ‘힐링’ 앨범.
123@heraldcorp.com
위키드 솔루션스는 앨범 발매 전까지 소문만 무성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어느덧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밴드 블랙신드롬의 보컬리스트 박영철, 20년 넘게 밴드 디아블로를 지키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수한, 밴드 크라티아의 리듬 파트를 책임졌던 베이시스트 김인철과 드러머 오일정 등 그야말로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 모였는데 앨범 발매 소식은 깜깜이었으니까요.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내용물이 알찹니다. 멤버들이 과거 자신의 밴드에서 들려줬던 ‘달리는’ 헤비메탈을 생각했다면 이 앨범은 꽤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더 즐거운 앨범입니다.
디아블로에서 기관총 소리를 닮은 육중한 기타 연주를 들려줬던 김수한은 위키드 솔루션스에선 날렵하면서도 탄력적인 연주로 밴드의 색깔을 만듭니다. 곡들의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루하게 들리지 않은 이유는 그루브가 살아있는 리듬 연주 때문입니다. 서로 같은 밴드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김인철과 오일정은 곡마다 다채로운 리듬 연주를 들려주며 곡에 생기를 더합니다. 겹겹이 쌓은 코러스는 곡이 이질감 없이 귓가에 스며들게 만드는 윤활유입니다. 그 위에 실린 한국 대표 파워보컬 박영철의 목소리는 여전히 일품입니다. 위키드 솔루션스는 그 흔한 샘플링이나 신시사이저를 배제한 채 오직 4명의 멤버만으로 이 사운드를 구축했습니다.
한국 헤비니스 신은 예나 지금이나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어비스(Abyss), 블랙 메디신(Black Medicine) 등 많은 밴드들이 꾸준히 좋은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소 말랑말랑해진 최근 록페스티벌에서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
▶ 옴니버스 앨범 ‘사랑가’= 국악과 대중음악의 결합은 대개 예상할 수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상당수의 결과물들이 가요에 어설프게 국악기의 음색을 더하거나 창을 곁들이는 수준에 그쳤죠. 이른바 ‘퓨전 국악’에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 같은 식상한 결과물들이 빚어낸 편견에서 비롯된 바가 큽니다. 옴니버스 앨범 ‘사랑가’는 대중음악에 국악의 요소를 억지로 입히지 않아도 충분히 한국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입니다.
‘사랑가’에 참여한 다양한 뮤지션들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저마다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합니다. ‘춘향가’는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사설로 하는 유일한 판소리입니다. 동서고금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다룬 ‘춘향가’가 재해석의 대상이 된 것은 필연이었다고 봐야겠죠.
젊은 소리꾼 고준석은 남녀혼성 창극의 형식을 빌려와 ‘사랑가’를 듀엣으로 선보입니다. ‘사랑가’의 익숙한 소절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를 주제로 삼은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이리 오너라’는 ‘사랑가’를 솔(Soul)과 펑크(Funk) 스타일로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신세하(Xin Seha)의 ‘러브 어페어(Love Affair)’는 몽룡과 춘향의 알콩달콩한 사랑 놀음을 80년대 디스코 사운드로 펼쳐내고, 호란의 ‘사랑가’는 고혹적인 분위기로 ‘사랑가’를 새롭게 연출하죠. ‘사랑가’를 스카에 버무린 킹스턴루디스카의 ‘참 사랑가’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 김반장의 ‘한 사랑가’는 한 가지 음악으로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가 새삼 놀라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 앨범의 수록곡들을 라이브로 듣고 싶다면 칠석(七夕) 다음 날까지 기다려보시죠. 음력으로 칠석 다음 날인 오는 21일 오후 9시 서울 서교동 예스24 무브홀에서 ‘칠석데이 콘서트’가 열립니다. 이날 콘서트에선 앨범에 수록된 여섯 뮤지션의 라이브를 비롯해 디제이(DJ) 파티,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커플매칭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마련된다는군요.
※ 살짝 추천 앨범
▶ 블랙 메디신(Black Medicine) ‘이리버서블(Irreversible)’= 느리지만 격정적이고, 음울하지만 아름답다. 이 같은 모순이 한 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을 펼쳐낸다. 백문이불여일청.
▶ 낭만유랑악단 정규 2집 ‘유랑’= 누군가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앨범. 앨범 한 장으로 지친 일상을 보듬고 싶다면, 음악으로 마음 따뜻해지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면 탁월한 선택.
▶ 꽃잠프로젝트 LINE 드라마 ‘좋은날’ OST ‘원 서니 데이(One Sunny Day)’=마치 드라마 한 편을 제대로 시청한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이 매력적인 OST. OST라는 타이틀을 떼고 감상해도 무리 없는 완결성을 가진 ‘힐링’ 앨범.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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