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풍경은 시작점으로부터 2.7km 떨어진(청계천 전체에서 약 3분의 1 지점) 고산자교 부근에서 바뀌기 시작한다.
이곳을 기점으로 청계천의 풍경이 도회적(?)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청계천의 풍경은 사실상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이 지점에서 정릉천과 청계천이 합류한다.
청계천의 터줏대감인 오리와 잉어.
청계천판잣집체험관이 고산자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자주 들렀던 곳이라 이번에는 그냥 지나쳤다.
내게 이 곳은 매우 의미 깊은 곳이기도 하다.
내가 지난해 육지거북이란 이름으로 발표한 앨범 '오래된 소품'의 모든 사진 촬영을 여기서 했으니 말이다.
두물다리에 위치한 청혼의 벽.
수많은 열쇠들이 매달려 있는데...
과연 몇 커플이나 결혼에 골인했을까.
솔로가 지나치기에는 슬픈 길이다.
청계9가 교차로가 위치한 무학교는 내가 상왕십리 근처 고시원에 살때 청계천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밤마다 책이 잘 읽히지 않으면 무시로 무학교 아래로 내려와 청계천을 걷곤 했었다.
철을 모르고 피어있던 붉은토끼풀꽃.
가을들꽃 이질풀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이상하게 이 녀석하고는 자주 인연을 맺지 못했는데 반가웠다.
까마중꽃과 꽃이 떨어진 자리에 매달린 열매.
열매는 시간이 지나면 까맣게 익는데, 약간 단맛이 돌아 어릴적에 많이 먹었었다.
어라? 오이꽃이 피어있네?
방울토마토꽃은 또 왜 피어있다냐?
늦여름과 초가을이 전성기인 둥근잎유홍초.
강한 햇살아래에서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황학교는 청계천의 정확한 중간지점에 위치해있다.
청계천을 걸을 때 나는 반드시 이곳에서 잠시 멈춘다.
이유는 바로?
서울풍물시장!
골동풀을 구입하기 위해 들르는 것은 아니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함이다.
시장 초입에 시원한 막걸리와 번데기, 오뎅 등 먹기를 파는 노점상이 있다.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들렀다.
가격도 착하다.
막걸리 한 잔 1000원.
번데기 1000원.
계란 1알 500원.
나는 막걸리와 번데기로 요기를 했다.
가격은 합계 2000원.
배를 채운 뒤 황학교 아래로 내려오자 풍경은 더욱 도회적으로 변했다.
국민잡초~ 개망초~
가을들꽃이지만 여름은 물론 심지어 초겨울에도 피어나는 털별꽃아재비.
작지만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녀석이다.
날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러면 사진에 담기는 꽃의 색깔이 잘 나오지 않는데...
뜬금없이 깨꽃도 피어있었다.
누가 여기다가 깨소금을 흘리고 갔나...
이상하게도 나는 두산타워만 나오면 청계광장이 바로 앞인 것만 같은 기분이다.
실은 아직도 꽤 많은 길이 남았는데 말이다.
개망초는 피어나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역시 가을이다. 대표 가을들꽃 쑥부쟁이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여뀌도 붉게 익어간다.
헤럴드경제 본사 건물 앞 화단에 피어있는 홍접초를 청계천에서도 만났다.
수표교 뒤로 한화 건물이 보인다.
이제 정말 다왔다.
흐렸던 하늘이 다시 개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찍을 꽃이 없으니 맑아봐야 뭐...
광교가 보인다! 이제 곧 청계광장이다.
드디어!!
청계광장에 도착!
한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살만 찌운 죄인지 청계천을 일주하는 일이 힘겨웠다.
서울에서 대전까지도 걸어갔던 몸이거늘...
에휴...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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