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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떠나는 여행

(2015.09.29) 청계천 가을꽃 기행(上)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9. 29.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인 9월 29일.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이어서 이래저래 바빴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쉬는 날 하루가 생겼다.

그냥 집에서 멍때리며 쉬기 보다 일단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또한 <식물왕 정진영>으로 다뤄야 할 꽃들을 살펴볼 필요도 있었다.

그렇다면 청계천은 탁월한 선택이다.




집에서 나와 청계천이 시작되는 성동교 부근으로 향하기 위해 202번 버스를 탔다.

꽃을 사진으로 담기에 딱 좋은 날씨다.





성동교로 가려면 한양대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202번 버스는 상왕십리역까지만 간다.

내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고시원이 바로 이 근처에 있다.

쥐뿔도 없는데 작가가 되겠다고 고시원 안에서 소설책들을 독파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이곳에서 지하철로 갈아탔다. 






성동교는 한양대역에서 가까운데, 나는 역 하나를 더 지나쳐 뚝섬역에서 내렸다.

내가 한양대에 입학해 처음으로 살았던 고시원이 뚝섬역 근처에 있었다.

뚝섬역 근처에 고시원을 얻은 이유는 별 거 없다. 싸니까.

문득 그곳이 궁금했다.

근 10여 년만에 뚝섬역에 내렸다.





별로 변한 것은 없었다.

한양대 방향으로 걸었다.




밤마다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둘둘치킨은 여전히 존재했다.

주머니에 돈은 하나도 없는데, 환풍기를 통해 나오는 치킨 냄새가 너무 좋아 슬퍼 눈물을 찔끔거린 일도 있었다.

장사가 아직도 잘 되나 보다.





고시원이 있던 낡은 건물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이 들어섰다.

어디에도 남루한 흔적은 없었다.

왠지 모르게 섭섭했다.





옛 고시원이 있던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이 곳을 건너면 살곶이다리를 만나게 된다.





오래전에 나는 고시원에서 이 터널을 지난 뒤 살곶이다리를 건너 등교했었다.

당시 터널은 어둡고 냄새나는 우범지대였다.





낙서는 여전했지만...




터널은 매우 깨끗하게 정비돼 있었다.





등교하기 위해 수도 없이 건너다녔던 살곶이다리.




저멀리 보이는 한양대 건물.

아마 공대 건물일 것이다.





살곶이 다리를 건너자 가장 먼저 내 눈에 띈 식물은 주목이었다.

주목은 빨간 열매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처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주목 열매는 매우 달콤하다.

다만 씨앗은 삼키면 안 된다.

독이 있으니 말이다.





코스모스 상태를 보니 끝물인 듯하다.





봄에 봤던 왕고들빼기꽃이 여태 피어 있었다.

징한 생명력이다.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지점.

그 위로 지하철 2호선 지선이 지나간다.






여정의 시작!

이곳에서 광화문 청계광장까지 거리는 약 8.1km이다.

나는 길가에 핀 꽃을 훑으며 느리게 걸었다.





여름꽃 칸나가 남루하게 시들고 있었다.





이맘 때 서우렝서 흔하디 흔한 서양등골나물.





용답역 부근에서 잠시 길을 멈췄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내가 잠시 기거했던 한양대 고시반이 있다.

이 횡단보도를 참 많이도 오갔었다.




고시반에서 기거할 당시, 함께 방을 쓰는 선후배들과 저 육교를 건너 용답역 부근 술집에 참 많이도 다녔었다.





오후에는 지는 나팔꽃이 용케도 피어있었다.




헐... 감국이 피기 시작했을 줄이야!

감국은 가을의 마지막 들꽃이다.

감국이 피면 더 이상 피어날 들꽃이 없고, 겨울이 다가온다는 이야기이다.

2015년이 이렇게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감국에서 꿀을 빠는 귀여운 녀석.





햇살에 빛나는 억새가 곱구나.





매년 가을이면 찾아오는 겹삼잎국화.





추석 연휴의 마지막날을 맞아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청계천 습지에서 만난 어리연꽃.




너무 꽃이 작아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 며느리밑씻개.

이 꽃은 눈으로 보면 앙증맞은데 도저히 예쁘게 찍진 못하겠다.




오호~ 금불초도 여태 피어 있었네?




하늘이 참 맑은 날이었다.




봄에 만난 씀바귀꽃이 아직도?






이맘때 전국의 화단을 수놓는 금잔화.




며느리밑씻개 만큼이나 작은 꽃이어서 촬영하는데 애를 먹었던 쥐꼬리망초.

역시나 확인해보니 허접하게 찍혔다.

최근 들어 류마티스 특효약으로 주목 받는 식물이다.





여름에 만난 접시꽃도 아직 피어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