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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엔터] 신해철, 모두를 대신해 세상에 질문 던졌던 ‘큰형’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0. 26.

내 사춘기 시절의 영웅 해철이형을 추모하며...



[Enter 엔터] 신해철, 모두를 대신해 세상에 질문 던졌던 ‘큰형’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Now We Got A Question For You. What is The Being?(우리는 당신에게 질문이 있다. 존재란 무엇인가? - 넥스트 2집 ‘리턴 오브 넥스트’ 중)”

지난 2008년 음악계 전문가들이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38위를 차지한 앨범은 밴드 넥스트(N.EX.T)의 정규 2집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1 : 더 비잉(The Return of N.EX.T PART I The Being)’이었다. 이 앨범에 담긴 프로그레시브 메탈 특유의 실험적인 사운드와 대곡 지향적인 구성은 한국 록계를 넘어 대중음악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앨범을 계기로 신해철은 수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게 됐는데, 그 일등공신 중 하나는 철학적 사유를 담은 가사였다. 신해철의 가사는 ‘아이돌’이었던 솔로 활동과 넥스트 1집 시절부터 남달랐다. “자랑할 것은 없지만 부끄럽고 싶지 않은 나의 길/언제나 내 곁에 있는 그대여 날 지켜봐주오”라던 솔로 2집 ‘마이셀프(Myself)’의 수록곡 ‘길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지/남들과 닮아 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나네”라던 넥스트 1집 ‘홈(Home)’의 수록곡 ‘영원히’ 같은 곡은 그 대표적인 곡들이다. 


대중가요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깊이 있는 가사는 넥스트 2집을 통해 구체화 된 뒤 이후 신해철의 음악을 상징하게 됐다. 신해철의 음악으로 사춘기와 20대를 보낸 이들이라면 용기 없는 자신을 대신해 “세상은 날 길들이려 하네/이제는 묻는다 왜(껍질의 파괴’ 중)”라고 세상에 도발적인 질문을 하며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 버릴 수는 없어(‘더 드리머(The Dreamer)’ 중)”라고 외치던 신해철의 모습을 잊지 못할 것이다. 

신해철이 각종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해 쏟아냈던 날카로운 독설 또한 가사를 통해 질문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해철은 모두가 질문을 주저하고 있을 때 늘 앞장 서 질문하고 돌을 맞았던 ‘큰형’ 같은 존재였다. 아직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이다. 

27일은 신해철 1주기이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신해철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유가족과 약 500여 팬들, 그리고 동료 뮤지션들이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을 추억했다. 

신해철은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8시 19분께 서울아산병원에서 범발성 복막염, 심낭염, 저산소허혈성 뇌손상 등에 의해 사망했다. 신해철의 사망은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행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입증책임의 주체에 대한 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아 ‘민사조정법’을 준용하고 있다. 그런데 민사소송에선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자에게 입증책임이 주어진다. 즉 의료사고 관련 분쟁에서 입증책임은 환자에게 있다. 

그러나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환자가 의료인의 과실을 입증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해철의 목숨으로 남긴 날카로운 질문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신해철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지난 25일 발표된 신해철의 유작 ‘웰컴 투 리얼 월드(Welcome To The Real World)’의 가사는 그 증거이다. 이 곡의 가사는 지난해 세상을 떠나기 전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 출연해 청년들에게 남긴 따뜻한 말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눈물은 거짓이 없어/땅에 뿌려진 만큼/너를 자라나게 할 테니/그저 견딜만큼만/아주 조금만/내게 다가왔음을 감사해/니가 흘린 땀들이 모여/새로운 문이 열릴 거야/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인생의 계단인거야”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