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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엔터] 담담해서 더 애틋했던 사부곡…정성조 1주기 추모 공연 현장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5. 10. 29.

28일 저녁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정성조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마왕' 1주기 때문에 너무 조용히 넘어간 감이 있다.

나도 따로 초대를 받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으니 말이다.

기사 제목처럼 담담해서 애틋한 느낌을 주는 자리였다.

 


[Enter 엔터] 담담해서 더 애틋했던 사부곡…정성조 1주기 추모 공연 현장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지난해 이맘 때는 대중음악계 거장들의 연이은 별세로 시끄러웠다. 지난해 10월 27일 ‘마왕’ 신해철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 한국 재즈계의 큰 별이 졌다. 바로 한국 재즈 1세대 색소폰 연주자인 고(故) 정성조이다. 정성조는 지난해 10월 26일 육종암 투병 끝에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늘 정력적인 활동을 펼쳐왔던 그이기에 동료 연주자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고인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트리뷰트 투 마이 파더(Tribute To My Father)’라는 주제로 공연이 열렸다. 고인의 아들인 정중화 서울종합예술학교 기악과 교수를 비롯해 고인과 함께 이태원 재즈클럽 ‘올댓재즈’에서 함께 활동했던 한운기(기타), 임미정(피아노), 최은창(베이스), 김홍기(드럼) 등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정성조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다. 왼쪽부터 장기호 서울예대 교수, 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 피아니스트 김광민, 가수 하이니, 기타리스트 한운기, 정중화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 피아니스트 임미정, 드러머 김홍기, 베이시스트 최은창.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정중화 교수는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이자 좋은 선생님이셨다. 좋은 뮤지션들과 함께 아버지의 곡을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아버지는 내게 늘 희망을 주는 분이셨기 때문에 모두 즐겁게 연주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서울고등학교 2학년 때 1960년대에 미8군 악단에서 연주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고(故) 길옥윤 작곡가 밑에서 연주 생활을 했던 그는 이후 브라스 록그룹인 ‘정성조와 메신저스’를 결성해 활동하다가 지난 1979년 미국 보스턴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영화 ‘깊고 푸른 밤’ ‘겨울여자’ ‘공포의 외인구단’ 등 40여편의 음악을 맡아 명성을 얻었다. 또한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등 뮤지컬 음악 감독을 맡기도 했다. 

1989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창설해 후진 양성에 매진했던 그는 1994년부터 2005년까지 KBS 관현악단장을 역임하다가 2005년 서울예대로 돌아가 실용음악학과 학과장으로 일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1999년 한국방송대상 음악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 등을 받았다. 또한 그는 서울예대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도 2011년 뉴욕 퀸스칼리지로 다시 한 번 유학해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학구열을 보여주는 등 늘 연주자들에게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

지난 28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열린 정성조 1주기 추모 공연에서 정중화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가 트럼본을 연주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트럼보니스트인 정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오텀 레인(Autumn Rain)’의 수록곡 ‘파더(Father)’를 들려주며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아버지는 내 솔로 앨범 발매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셔서 안타깝다”며 “아버지는 ‘제일 좋은 걸 하고 싶은데 그것이 음악’이라며 돌아가시기 전날까지 행크 모블리(Hank Mobley)의 솔로 연주를 따고 계셨을 정도로 음악이 인생의 전부였던 분”이라고 추억했다. 이어 그는 고인이 생전에 즐겨 연주했던 ‘베사메 무초(Besame Mucho)’를 비롯해 자신의 솔로 앨범 수록곡 ‘오텀 레인’, ‘잇 마이트 애즈 웰 비 스프링(It Might As Well Be Spring)’ 등을 연주했다.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피아니스트 김광민, 장기호 서울예술대학 교수, 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가수 하이니가 무대에 올라 고인이 작곡한 곡들과 즐겨 연주하던 곡들을 선보이며 고인을 기렸다. 선우정아는 정수라의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난 너에게’, 하이니는 김세화의 히트곡인 ‘눈물로 쓴 편지’, 장 교수는 영화 ‘어제 내린 비’의 동명 OST를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줬다.

서울예대에서 고인과 함께 강단에 섰던 장 교수는 “정 선배는 정년 퇴직 후 더 열정적으로 음악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유학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탄했다”며 “선배가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 지금 하늘나라에서 천사들을 모아 놓고 지휘 활동을 벌이고 있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허소영은 “최근 들어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 공연을 위해 고인의 레퍼토리를 공부하며 그 고민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