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봄을 확인하러 청계천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들꽃이 큰개불알풀이었다.
큰개불알풀은 양지바른 곳마다 수많은 꽃송이를 피워올리며 봄을 알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내 눈에 띈 녀석이니 이 녀석을 기사로 다루는 게 옳겠지.
이 녀석 다음으로 내 눈에 띈 꽃은 별꽃이었다. <식물왕 정진영> 50회는 자연스럽게 별꽃으로 낙찰이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3월 11일자 26면 사이드에서 실린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훈풍이 살갗을 스치는데도 봄을 실감하기 어려우신가요? 3월이 봄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지난 겨울의 황량한 흔적이 거리 곳곳에 덕지덕지 말라 붙어있기 때문일 겁니다. 확실하게 봄을 체감하고 싶다면, 수고스러워도 볕이 고이는 들판으로 나가야 합니다.
들판의 가장 낮은 곳은 이미 파릇파릇 돋아난 새잎으로 빽빽합니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왁자지껄 난리도 아닙니다. 그 연둣빛 주단 위로 작고 푸른 눈동자를 닮은 무수한 꽃송이들이 흩어져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큰개불알풀과 만나신 겁니다.
큰개불알풀은 서남아시아 원산의 두해살이풀로, 19세기 초 유럽을 거쳐 오늘날에는 전 세계 온대지역에 퍼진 식물입니다. 큰개불알풀 외에도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등 친척들이 몇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녀석은 큰개불알풀입니다. 큰개불알풀의 손톱만한 꽃송이를 보면 접두사 ‘큰’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불알풀이나 선개불알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꽃과 열매 때문에 붙은 것뿐입니다.
귀화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큰개불알풀의 생명력 또한 대단합니다. 큰개불알풀은 매년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부터 전국 곳곳에서 눈에 밟히는데, 심지어 볕이 잘 드는 곳에선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큰개불알풀의 꽃송이는 매일매일 새롭다는 점입니다. 큰개불알풀은 늦은 오후가 되면 그날의 꽃송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다음날 새로운 꽃송이를 피워 올리거든요. 이 같은 큰개불알풀의 생명력은 강함을 넘어 열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같은 유래를 아는 이들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아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더군요. 서양인들도 큰개불알풀의 어여쁨을 아는지 ‘버즈 아이(Bird’s Eye, 새의 눈)’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습니다. ‘큰개불알풀’과 ‘봄까치꽃’. 여러분은 어떤 이름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지난 주말, 기자는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살곶이다리를 찾았습니다. 오래 전 살곶이다리와 가까운 고시원에서 거주했었던 기자는 다리 부근 볕드는 곳에 꽃을 피운 큰개불알풀을 보며 새 봄을 실감하곤 했었죠. 올해에도 큰개불알풀은 어김없이 그 자리에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큰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을 몸으로 직접 맞이해야 제 맛입니다.
123@heraldcorp.com
들판의 가장 낮은 곳은 이미 파릇파릇 돋아난 새잎으로 빽빽합니다. 먼 곳에서 바라보면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왁자지껄 난리도 아닙니다. 그 연둣빛 주단 위로 작고 푸른 눈동자를 닮은 무수한 꽃송이들이 흩어져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봄의 전령사 중 하나인 큰개불알풀과 만나신 겁니다.
큰개불알풀은 서남아시아 원산의 두해살이풀로, 19세기 초 유럽을 거쳐 오늘날에는 전 세계 온대지역에 퍼진 식물입니다. 큰개불알풀 외에도 개불알풀, 선개불알풀 등 친척들이 몇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녀석은 큰개불알풀입니다. 큰개불알풀의 손톱만한 꽃송이를 보면 접두사 ‘큰’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불알풀이나 선개불알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꽃과 열매 때문에 붙은 것뿐입니다.
귀화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큰개불알풀의 생명력 또한 대단합니다. 큰개불알풀은 매년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른 봄부터 전국 곳곳에서 눈에 밟히는데, 심지어 볕이 잘 드는 곳에선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큰개불알풀의 꽃송이는 매일매일 새롭다는 점입니다. 큰개불알풀은 늦은 오후가 되면 그날의 꽃송이를 땅에 떨어뜨리고, 다음날 새로운 꽃송이를 피워 올리거든요. 이 같은 큰개불알풀의 생명력은 강함을 넘어 열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작지만 어여쁘고 기특한 녀석에게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은 다소 민망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은 이 녀석의 일본 이름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를 그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합니다. 일본인들의 눈에는 긴 줄기 끝에 달려 늘어진 열매의 모양새가 마치 개의 음낭처럼 보였나 봅니다. 비록 귀화식물이긴 하지만 우리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꽃에 우리의 생각이 스며들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이 같은 유래를 아는 이들은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이라는 의미를 담아 큰개불알풀을 ‘봄까치꽃’이라고 부르더군요. 서양인들도 큰개불알풀의 어여쁨을 아는지 ‘버즈 아이(Bird’s Eye, 새의 눈)’라는 멋진 이름을 붙였습니다. ‘큰개불알풀’과 ‘봄까치꽃’. 여러분은 어떤 이름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지난 주말, 기자는 중랑천을 가로지르는 살곶이다리를 찾았습니다. 오래 전 살곶이다리와 가까운 고시원에서 거주했었던 기자는 다리 부근 볕드는 곳에 꽃을 피운 큰개불알풀을 보며 새 봄을 실감하곤 했었죠. 올해에도 큰개불알풀은 어김없이 그 자리에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큰개불알풀의 꽃말은 ‘기쁜 소식’입니다. ‘기쁜 소식’을 몸으로 직접 맞이해야 제 맛입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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