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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1번 국도 도보여행(2009)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걸어가기 : 넷째날 - 2009년 6월 22일 (Part 2)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09. 11. 25.

 

 

591번 지방도 옆 철길위로 무궁화호 기차가 지나갔다.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열차 밖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열차 밖에 있는 나는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문득 Helene의 Ce Train Qui Sen Va(기차는 떠나고)가 듣고 싶었다.

 

 

길은 길어서 길인가 보다

 

 

한번 들어가 구경을 해볼까 했으나 그냥 포기한 교과서 박물관

 

 

지난 3일간에는 보이지 않았던 오르막길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땡볕에 오르막길은 환상의 커플이다.

 

 

양쪽 발 뒤꿈치 쪽이 아파왔다.

벗어보니 살이 까져서 피가 나오려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저께 갈라진 발 뒷꿈치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마침 가지고 있는 대일밴드도 다 떨어진 상황이라 답답했다.

대일밴드를 사려면 부강까지는 가야하는데 부강은 여기서 못해고 3~4km는 더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냥 계속 걷기에는 무리였다. 그런데 마침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일단 부강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서 약국에 들르기로 결정했다.

기다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버스를 탄 뒤 가방을 살펴보니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버스안에서 가방을 열어 모두 뒤져 보았지만 카메라만 보이지 않았다.

비싼 카메라는 아니다. 여행때문에 막 쓰려고 다나와에서 최저가 카메라가 무엇인가 찾아서 구입한 삼성 VLUU ES10 모델이다

하지만 반드시 찾아야 했다. 지난 3일간의 기록이 거기에 모두 들어있는데 그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너무 가혹했다.

 

실은 이틀전 미니 삼각대도 분실했다.

가방에 보면 양쪽에 물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는 그곳에 온갖 잡동사니를 다 넣고 다녔다.

삼각대도 그곳에 넣어두었다가 분실했거늘 또 조심성 없이 그안에 카메라를 넣어두었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일단 버스를 타고 부강에 도착한 뒤 약국에 들러 밴드를 구입했다.

잠시 상처부위를 처치하고 다시 내가 버스를 탔던 정류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버스가 너무 안온다.

20분 이상을 기다리고 나서야 버스가 왔다.

기다리는 동안 잃어버린 카메라 생각에 미치는 줄 알았다.

버스를 탄지 약 5분만에 내가 아까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결국...

 

 

 

찾았다!!

이것은 설정사진이다. 케이스만 땅위에 놓고 그 상황을 재연해 보았다.

푹신한 땅에 떨어져서 내가 인식을 못했던 것이었다.

전원을 켜보니 아무런 이상이 없다.

잃어버린 자식을 찾으면 이런 느낌일까? ㅜㅜ

 

이후 나는 카메라를 손에 절대 놓지 않고 다녔다.

 

 

 

카메라를 분실한 곳에서 부강까지는 대강 3~4km정도 남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찾고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거기까지 또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부강까지만 아까처럼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안은 시원했다. 그리고 빠르다. 역시 문명의 이기는 편리하다.

나는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과 타협할 수 있는 기술의 진보를 옹호한다.

물론 기술의 진보로 인하여 파괴되는 환경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옛날 임금님들이나 부자들은 그저 땀을 흘리며 여름이 지나가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체면상 훌훌 옷을 벗어던질 수도 없었을테니 더욱더 더웠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우면 에어콘과 선풍기바람을 쐰다. 심지어 냉방병에 감기까지 앓는다

 

여름에 석빙고에서 꺼낸 얼음은 임금님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근처 슈퍼에 가서 온갖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다.

 

우리는 불과 1,2세기 전의 왕이나 부자들이 누릴 수 없었던 편리한 삶을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후 2시 23분

버스를 타고 부강역에 도착했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옥수수밭이 보였다.

얼마 전부터 옥수수수염차가 인기다.

생각해보면 완전히 날로 먹는 장사다.

예전 같으면 버리는 부분을 모아다가 차로 만들어 생수보다도 비싸게 팔으니 말이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른바 초코렛으로 보는 경제!

 

초코렛 한 덩이가 있다.

이 초코렛을 파내서 모양을 예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파낸 부위에 글자도 새겨 넣는다.

그렇게 파내고 글자를 새김으로써 초코렛을 만드는 원료의 양은 줄어든다.

하지만 초코렛은 그것으로 인하여 더 비싸진다.

 

 

 

쉬땅나무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꽃잎이 너무나 아름답다.

 

 

길가에는 엉겅퀴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표적인 여름꽃인 베롱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이 나뭇가지에는 꽃들로 가득하겠지.

 

 

591번을 또 확인하고 간다.

그런데...

 

 

나는 표지만을 보고 따라갔을 뿐인데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지방도라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계속 걸어 들어가보았다.

 

 

설마 지방도가 이럴리는 없을텐데...

 

 

아뿔싸! 길이 끊겼다!

나는 다시 되돌아와 맨 처음 보았던 시멘트 공장정문에서 경비를 보시는 분께 길을 물었다.

내가 잘못 온 것이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길을 다시 제대로 찾았다.

길을 헤매면 참으로 지친다. 특히 잘못 걸은 거리가 길면 길수록 더 힘들다.

 

올바른 길로 가야한다. 그리고 그 길이 잘못되었다 느껴지면 되돌아와 다시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집하여 간다면 그 끝에는 처음에 목표했던 것들이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의 인생도 그런걸까?

 

 

도라지도 꽃을 피웠다.

 

 

마지막 날에 나를 맞아주는 것은

뜨거운 햇살, 잃어버렸다가 되찾은 카메라, 오르막길...

 

 

 

 

제발 결빙되어 있으면 좋겠다.

땡볕이 내리쪼이는 오르막길은 정말 힘들다.

 

 

길가에 멍석딸기가 잔뜩 열려있었다.

흔히 산딸기라고 하면 이 녀석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따지면 복분자도 산딸기다. 색깔만 다르지 모양은 거의 같으니까 말이다.

이제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자. 녀석은 멍석딸기다.

 

 

원래 달기보다는 새콤한 녀석인데 햇빛을 많이 받아 그런가 새콤하기보다는 단맛이 강했다.

 

 

멍석딸기 열매를 여러개 따먹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아아... 타고싶다... 저것만 타면 금방인데..

비록 곽한구가 선택한 벤츠 CL600 모델은 아니지만

내눈에 지금 저 녀석은 벤츠보다 더 멋져보였다.

 

 

멍석딸기꽃은 이렇게 생겼다.

저 꽃이 핀자리에 열매가 맺힌다.

 

 

자나깨나 591번을 확인 또 확인!

 

 

 

하루에 무궁화호 정도만 몇 번밖에 열차가 서지 않는 매포역

서울에서 대전으로 열차를 그렇게 많이 타보았으면서도 열차가 매포역에서 서는 경우를 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근처에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한적한 기차역이다.

 

 

길을 걷다보니 허름한 가게도 보인다.

그냥 별 생각없이 지나치는데...

 

오잉!

 

 

막걸리를 판다!!

안에 들어가보니 할머니 한 분이 계신다.

얼마냐고 물으니 1.5리터 한병에 2500원이란다.

그걸 다 먹을 수는 없어서 한 사발만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한사발에 천원이다. 서비스로 시원한 참외도 깎아서 주셨다.

차린건 없어도 꿀맛이다.

 

 

신탄진까지 얼마나 남았으냐고 여쭈어보니 10리 남았단다.

10리면 4km미터니 얼마 안남았군...

힘들게 왜 걸어서 신탄진까지 가냐고 물으셨다.

그래서 서울에서 대전까지 도보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거기서 거리가 도대체 얼마인데 걸어서오냐고 식겁해 하신다.

막걸리는 많이 팔리는지 여쭈어보니 신통치 않은 것 같다.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면 아마 10병은 사갔을 것이다.

 

 

막걸리를 마시고 나온 나를 맞아준 것은 설악초였다.

외래종 식물이다. 본래 이름은 Snow on the Mountain이다. 그것을 그대로 번역한 이름이다.

이 녀석은 좀더 시간이 지나면 마치 잎에 눈이 내린 것처럼 멋진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아직은 시간이 안되어 일부분에만 눈이 덮혔다.

 

 

 

태진아 아저씨가 나보고 최고란다~ ㅋㅋ

 

 

- 싸구려 도보 여행 (by 장기하와 꺼부기들) -

 

싸구려 도보 여행을 한다

미직지근 적잖이 발이 쓰려온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덤프트럭 한 대가 쯤 쓱 지나가도

 

 

 

가을에 주로 피는 꽃인 구절초도 시간을 잊고 피어있다.

 

 

넓고 푸른 논에 채워진 물들이 바람과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몇 달후면 황금물결이 햇빛을 받아 넘실거리겠지...

 

 

참깨도 꽃을 피웠다.

 

 

여기가 혹시...

영맨과 하이스쿨 락앤롤을 부르신 이박사님이 계신 곳인가요?

 

아니로구나!!

 

 

591번 지방도를 벗어나 저 길로 들어가면 무슨 마을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