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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1번 국도 도보여행(2009)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걸어가기 : 에필로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09. 11. 25.

 

 

 

6월 23일 열차로 서울에 도착했다.

 

사실 그동안 무궁화호에 불만이 많았다.

5년 전 KTX열차가 생긴 후 무궁화가 느려졌기 때문이다.

5년 전에는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궁화호로 1시간 40분 정도면 갈 수가 있었다.

그러나 KTX가 생긴이후로는 2시간 즉 20분이 더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이것은 한국철도공사의 횡포라 생각하며 투덜거리곤 했었다.

 

그런데...

2시간도 너무 빠르다.

내가 3박 4일 동안 온 길을 무궁화호는 단 2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오래전 부산에서 서울로 과거를 보러 갈 때에는 보름일정을 잡고 길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데 구한말 경부선이 개통된 뒤 하루만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증기기관차를 보며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꼈을까

 

서울로 오는 2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서울역에서 내려 4호선을 탄 뒤 동대문 운동장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그런데.. 이건 뭥미?

나보고 동해안까지 또 기어서 가라고? ㅋㅋ

 

 

4일 동안 길을 걸으며 정말 많은 꽃들을 보았다.

그런데 문득 청계천에서 낮달맞이꽃을 우연히 본 기억이 났다.

하지만 청계천 어디쯤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무작정 찾으러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천 터널분수가 나를 맞아준다.

하지만 말이 터널이지 저 안을 걸으면 비를 맞은 듯 젖어서 나오게 된다.

나는 결국 우회를 해서 이곳을 피해갔다.

 

 

아무리 뒤져도 우연히 본 듯한 낮달맞이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이녀석을 개망초인줄 알고 지나칠 뻔 하다 만났다.

이 녀석은 샤스타데이지다. 하필 개망초가 많이 자라는 곳에 있어서 몰라볼 뻔 했다.

원예종으로도 키우는 녀석인데 청계천에서도 보게 될 줄이야.

 

 

이녀석은 나도 처음 보는 꽃이다.

얼른 이름을 알아내서 친구를 먹어야 겠다.

 

 

올해 들어 처음 부처꽃을 보았다.

이제 부처꽃이 많이 피기 시작할 철이지...

 

 

청계천에는 많은 물고기가 산다.

여기서는 저렇게 색깔이 튀는 녀석도 안전하다.

천적이 따로 없으니까..

 

 

정말 의외의 녀석을 발견했다. 다름아닌 박하였다.

정말 박하인가 싶어서 잎을 뜯어 냄새를 맡고 씹어보니 특유의 향이 입과 코에 번진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박하의 향기...

정말 좋다.

 

이런 종류의 허브는 산에 가면 많다.

박하도 있고 꿀풀도 있고 배초향도 있다.

지금도 우리집에는 산에서 캐와서 심어놓은 배초향 일명 방아나물이 있다.

이런 허브종류를 창가에 두고 키우면 벌레가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식물을 키우는 것만으로도 굳이 모기나 벌레를 죽이지도 않고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삼겹살을 먹을때 저녀석들 잎을 한장씩 꺽어서 같이 상추에 싸먹으면 그 향기또한 제법좋다.

 

 

청계천에 들른김에 이마트 청계천점에 들렀다.

마침 유통기한을 5일 남겨둔 떠먹는 불가리스 2세트를 한 세트 가격에 팔고 있었다.

문덕후는 하루라도 떠불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상왕십리쪽은 곱창이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곱창보다 막창을 더 좋아한다.

게다가 이마트에 가보니 국순당에서 막걸리를 새로 또 출시했나 보다.

역시 내가 기대한 대로 원료는 쌀 100%이다.

막창은 1인분에 9천원인데 푸짐하다. 여기에 막걸리를 곁들인다.

 

 

푸짐하구나~

 

 

냉장고에는 이마트에 사온 떠불을 짱박아두고~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먹어야 하니 막창을 먹기전에 2개를 얼른 퍼먹었다.

 

 

우와~~

 

 

우와!!!!

 

 

여행중에 작성한 노트이다.

길을 걸으며 시와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을 마저 쓰려고 했거늘...

힘이 들어서 전혀 쓰지도 못했다.

그 노트에는 대신 매번 벌어진 일들과 시간을 적어넣었다.

다시 보니 참으로 새롭다.

 

 

몸무게는 미스테리다.

그렇게 3박 4일동안 땀흘리고 와서는 1kg도 안빠지더니...

대전에서 술을 잔뜩먹고 잠을 자고 오니 1kg가 빠졌다.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청계천을 걷다 재활때문인 듯 힘겹게 비틀거리며 걷는 분을 보았다.

아무래도 풍을 앓으셨다가 몸이 마비되신 듯 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직은 그 정도의 거리를 걸어도 전혀 탈이 나지 않는 나의 건강에 대해 안도감을 느꼈다.

몸이 아프면 내가 좋아하는 꽃들도 만날 수 없다. 들꽃은 늘 내가 아래로 숙여야 보이니까 말이다.

앞으로도 자주 걸어야 겠다. 걷는 만큼 나도 더 건강해지겠지...

 

꺼부기의 도보여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