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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1번 국도 도보여행(2009)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걸어가기 : 넷째날 - 2009년 6월 22일 (Part 3)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09. 11. 25.

 

이제는 591번 지방도를 벗어나 17번 국도를 타야 한다.

대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이 길을 따라 쭈욱 가면 월드컵경기장도 나온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정말 반갑구나!

 

 

토시위로 땀이 말라서 생긴 소금이 보인다.

털어내도 털어내도 걷다보면 저렇게 소금이 만들어진다.

내 몸이 염전이로구나~

 

 

갓길보다 더 싫은 터널

 

 

터널에서는 소음을 스테레오도 모자라 돌비, 서라운드, 7.1채널 입체음향으로 느낄 수 있다.

 

 

터널을 벗어나자 마자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원추리꽃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돌아라 지구 12바퀴~

 

 

아까 조치원을 벗어날 때 나를 맞아주었던 커플이 내가 충북을 벗어나는 길에도 인사를 건넨다.

예의 바른 커플이다.

 

 

충청의 젖줄 금강이다!

여기만 넘으면 대전이다!

 

 

금강아래에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많았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숨어있던 새까맣게 올라온다.

얼마전 아버지께서 강에 놀러가셨다가 다슬기를 엄청나게 잡아오셨다고 자랑하셨다.

모두 삶아서 알맹이를 꺼낸 후 국물과 함께 개별포장을 하여 얼려놓으셨다고 했다.

내일 아침은 무조건 다슬기 해장국이다!!

 

 

와!!! 대전이다!!

 

 

오후 5시 26분 대전 입성!

 

 

반갑다! 한꿈아! 꿈돌아!

 

 

이렇게 대전에 입성해 신탄진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노점 곳곳마다 곤계란을 팔고 있었다.

 

 

 

 

 

나는 곤계란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병아리가 되기직전에 삶은 녀석이 별미다.

그런 녀석은 뼈도 연해서 그대로 씹어 먹을 수 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비위가 약해 먹지 못할 수도 혐오식품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혐오식품이나 아니냐를 구분 지을 수 있다는 말인가?

상품가치가 없기에 그냥 버리는 것보다 매우 싼 가격으로나마 구입해서 먹는 게 더 나은게 아닌가?

곤계란은 오래전 먹을 게 없던 시절 고기 대신 구해서 먹을 수 있던 음식이었다. 지금은 별미로 먹지만 말이다.

먹을게 없던 시절에는 누구나 먹었으니 혐오식품이 아니지만 지금은 혐오식품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술을 받았거나 병을 앓았던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추천하는 음식 중 하나가 개고기이다.

특히 난 개고기 수육이라면 환장을 하고 먹는다. 정말 맛있으니까 말이다.

개고기와 내장들을 넣고 들깨가루를 풀은뒤 정구지(부추)를 넣어 끓인 국은 정말 맛있는 술안주다.

개는 사람의 친구니까 먹어서는 안된다?

이홍렬쇼에 출연했던 로버트 할리의 명언이 떠오른다.

 

홍렬 : 할리씨는 보신탕 드셔 보셨어요?

할리 : 당연히 무그바찌예, 억씨로 맛있었쓰예∼.

이다도시 : (경멸하는 눈으로) 오 그걸 어떻게 먹어요?

할리 : 맛있기만 하든데예. 머.

홍렬 : 몇 번 먹어 보셨나요?

할리 : 마이 무그봤으예. 우리 장모님이 여름되면 마이 해주지예!

이다도시 : (째려보며) 개를 어떻게 먹을수 있죠? 오∼ 마이갓!

할리 : 즈그들은 달팽이도 먹으면서 개묵는 거 가꼬 난리고.

이다도시 : 개는 우리의 친구에요. 그걸 어떻게 먹어요?

 

할리 : 달팽이도 우리의 친구지예∼.

 

 

 

채식주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식성에 따라 채식을 고집하는 것은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동물을 죽이는 것은 잔인하다는 이유로 채식을 고집하는 것은 위선이다.

만약 식물이 움직일 수 있고 꺾을 때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른다면 어떨까?

어차피 인간은 무엇을 잡아서 먹어야만 살 수 있는 죄많은 동물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절대 남기지 말고 소중하게 먹어야 한다.

그게 인간을 위해 죽어간 동물과 식물에 대한 예의이다.

 

나는 음식을 남겨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실제로 어린 시절 먹을게 없어서 못 먹어본 기억이 꽤 충격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돌아가신 어머니는 내가 아기일 때 먹일 이유식이 없어서 배게속에 있는 좁쌀을 빼서 삶아 먹인 일도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음식을 남기는 것은 그 사람 자유이니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자기돈 주고 자기가 사먹는데 뭐라할 이유는 없지 않나?

 

하지만 식사를 앞에 두고 기도를 한뒤 음식을 남기는 모습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무엇을 위한 기도라는 말인가? 일용할 양식을 주신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기도라면 함부로 그 음식을 버려서는 안된다.

나는 혹시라도 지인들이 기도를 하고나서 음식을 남기면 반드시 따지곤 한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기도냐고 말이다.

기도를 하지 않지만 밥 한톨까지 남기지 않고 주어진 음식을 소중하게 모두 다 먹는 나와 기도를 하고나서 음식을 남기는 당신을 하나님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대부분 당황하거나 언짢아 한다. 나와 되도록이면 식사를 피하려 하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신을 믿고 기도를 드린다면 제대로 행동을 해야한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욕을 먹을 것이다.

 

세상에는 따로 혐오식품이라는 것은 없으며 그저 주어진 것을 최선을 다해 먹는게 가장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를 위해 죽어간 생명에 대한 예의이다.

 

 

 

 

그러나 곤계란은 좀 실망이었다.

내가 생각한 병아리가 들은녀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를 주인에게 물어보니 2년 전부터 식중독이 염려되어 요즘은 그런형태의 곤계란은 절대 팔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일반적인 삶은 계란보다는 쫄깃한 식감이 좋다. 마치 오리알같다.

게다가 가격은 6개에 천원이다.

술을 파느냐 물어보니 소주 한잔에 1000원이란다.

그래서 소주를 글라스로 2잔에 2000원

곤계란은 4개에 800원 도합 2800원으로 맛있게 한 잔을 했다.

 

 

 

반갑구나! 신탄진역!

 

 

육교에서 바라본 신탄진을 가로지르는 17번 국도

 

 

신탄진에는 담배인삼공사가 있다.

예전에 이안에 있는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기차도 달린다.

꺼부기도 달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집으로 가는 길을 모르겠다!

대전에서 태어나 20년 넘게 살았지만 신탄진은 별로 왕래가 없던 곳이다.

그냥 걸으면 집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안나온다.

몇번이나 길을 잘못 찾아들어가 낭패를 보았다.

하는 수 없이 큰도로로 나왔다.

 

 

그렇다고 대전역으로 가면 안되는데...

대전역은 우리집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대덕구는 대덕구인데..

내가 아는 대덕구가 아니로다..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도보여행이랍시고 잘 모르는 길을 헤매는 것을 고집하는 것 또한 유도리가 없는 행동이다.

사실 유도리라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유도리는 - ゆとり 즉 일본어이며 그 의미는 여유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에 붙은 말을 갑자기 떼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치 복어맑은 탕보다 복어 지리가 왠지 더 맛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처럼 말이다.

그러나 고쳐야한다.

 

결국 집까지는 택시를 타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

택시를 타고나서 얼마쯤 지나자 그제서야 내가 아는 길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굳이 내려서 걷지는 않았다. 어차피 여러번 걸어다녔던 길들 아니냐는 핑계를 대고...

 

 

 

오후 6시 45분

드디어 집앞에 도착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 비래동 금성백조 아파트 100동...

반갑구나!!!

 

아버지께 전화를 드리니 지금 일을 마치고 오시는 중이란다.

그래서 아버지와 즐겨 먹던 식당인 임해조 볼떼기 가양점으로 가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카메라 액정으로 보이는 사진과 곁들인 3박 4일 동안 있던 이야기를 안주삼아 아버지와 함께 많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전 여자친구의 흔적을 버렸다.

몇 년전 학교 총학생회에서 나누어 주었던 USB메모리이다.

그때 그 친구가 줄서서 받아다가 나에게 선물해 주었던 녀석이다.

늘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다가 여태까지 썼다.

 

이 녀석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2009년 6월 19일 ~ 2009년 6월 22일

 

6월 19일 : 서울 -> 병점

6월 20일 : 병점 -> 천안

6월 21일 : 천안 -> 조치원

6월 22일 : 조치원 -> 대전

 

계획 했던 3박 4일 일정대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발로 정ㅋ벅ㅋ 성공!!

 

 

 

 

 

한 2~3kg 빠질 줄 알았더니..

1kg도 안빠졌군...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