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6월 22일 -
오전 0시 20분
찜질방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피씨방을 나와 걷기 시작했다.
조치원에서는 가장 유명한 찜질방이라서 택시를 타고 찜질방가자고 하면 그곳으로 간단다.
그 이름은 바로... '드림사우나'
여차하여 길을 헤매면 택시를 잡아탈까 했는데
횡단보도와 차선위로 몇 분동안 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오늘은 174번에 나를 맡기고 드림사우나에서 드림에 빠져든다
아침 9시 30분에 기상했다.
아침 식사를 찜질방에 있는 식당해서 할까 했는데 직원 왈
'여기 식당 반찬이 별로에요. 차라리 1000원 더주고 식당가서 드시는 게 나아요.'
양심적인 직원인가..
내부고발자인가..
ㅋㅋㅋ
오전 10시 6분 드디어 출발!
저 옷은 별다른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낡은 옷이다.
하늘이 흐리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콧잔등위로 빗방울이 떨어지자 여행 이틀째의 강행군이 떠올라 식겁했다.
제발 비는 오지마라.
도보여행에서 가장 좋은 날씨 순위를 꼽자면
흐린 날씨 >> 맑은 날씨 >>>>>>>> 비오는 날씨
아침을 먹지 못한 꺼부기는 아침 겸 점심을 먹고자 길을 걷는다.
'먹이를 찾아 조치원을 어슬렁 거리는 꺼부기를 본 일이 있는가~'
산정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킬리만자로의 꺼부기가 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식당을 찾아 번화가 쪽으로 걷기로 했다.
걷다보니 교육청도 나오고...
조치원역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왔다.
그렇게 조치원역으로 가다보니..
지구상에서 가장 귀엽다는 생명체가 역앞에서 나를 맞아준다.
오전 10시 43분
조치원역에 도착
나는 역근처의 식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골보다는 뜨내기 여행자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아 맛도 없고 정성도 없고 가격만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럴바에 편의점에서 먹을까 했는데 편의점 옆에 된장국을 파는 식당이 보였다.
직접 만든 청국장, 된장을 판매까지 하는 것을 보면 괜찮겠다 싶어서 들어가 주문을 했다.
5000원짜리 청국장이었는데 반찬도 밥도 청국장도 상당히 맛이 좋았다.
여기서 브런치를 먹었다.
오늘은 1번 국도가 아닌 591번 지방도로를 타야한다.
1번 국도를 따라 걸어도 대전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유성이기 때문에 집과는 너무 멀다.
하지만 591번 지방도는 대전의 집과 가깝기에 그 도로를 걷기로 했다.
조치원을 벗어나자 충청북도 청원군이 나왔다.
걸어서 참 여기저기 행정구역을 왔다 갔다 하는구나...
서울->경기도->충청남도->충청북도->대전
충북에 들어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커플
서평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591번 지방도가 시작된다.
지방도답게 국도보다는 길이 좁다.
591번 지방도로를 따라 Go~ Go~ Go~
흐렸던 날씨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비오는 것보다는 낫다.
지방도는 매우 한적하다.
국도는 오가는 차가 끊이지 않는데 지방도는 한참동안 차가 한대도 지나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 한적한 도로 옆으로 넓은 논이 펼쳐져 있다.
591번 지방도에서 나를 가장 먼저 맞아준 꽃인 기생초 3일 동안 길에서 많은 꽃들을 번터라 이제는 새로운 꽃이 더이상 눈에 띄지 않을 것 같은데.. 이게 시작이었다. 마지막 날도 지난 3일간 보지 못했던 많은 꽃들을 볼 수 있었다. 지방도라서 꽃이 더 많이 자라는 것 같다.
몇 년만에 낭아초도 보았다.
이렇게 한적하고 조용한 길인데 무슨 꽃인들 자라지 않겠는가... 길이 한적하여 음악을 들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시골을 걸을 때는 예민의 음악만한게 없다. 나는 예민의 4집 앨범 '나의 나무'를 듣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미호천을 만났다.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시원하구나~
어라? 또다시 등장한 충청남도 연기군! 이미 지난 3일 동안 이런 경우를 몇 번 겪어서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렇게 곧바로 충청북도가 나타나니까 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끝이 있으니 길이겠지
한눈을 팔지 말고 오로지 591번이라는 숫자만 보면서 따라가야 한다!
여기서 살면 나도 120살까지는 살 수 있을까? 2갑자는 사는게 목표인데 말이다.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만은 늘 반갑다. 내가 거쳐야 할 부강은 8km가 남았다.
길가에 돌나물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녀석을 따다가 무쳐서 먹으면 참으로 맛있는데 말이다.
나를 향해 무슨 원수라도 본듯이 짖어대던 견공들 나는 그에 대한 소박한 복수로 녀석들에게 이름을 지어줬다. 왼쪽은 초복이 오른쪽은 중복이 너희들을 말복까지 그대로 둘 수는 없다! ㅋㅋ
길가에는 코스모스도 하늘하늘~
강낭콩도 꽃을 피웠다. 5년만에 강낭콩 꽃을 보는 것 같다. 정말 반가웠다.
차도 사람도 거의 안보이는 시골에도 마트가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들러서 맥주라도 한 병 살까하다가 말았다. 술은 대전에 도착해서 아버지와 마셔야지.
여행에서 이런 사진 하나쯤은 필수!
길옆에 나란히 경부선 철도가 지나간다. 언젠가 아버지는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틀만에 서울에서 대전으로 오신일이 있다고 한다. 잠도 자지 않은 채 이틀 내내 걸어서 말이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 ㅜㅜ 그런데 아들은 팔자가 폈다. 3박 4일을 잘거 다자고 여행삼아 걸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늘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591번!
응암2리를 가리키는 돌덩이 뒤로 보이는 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날씨가 너무 더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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