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70. 김치로 먹는 ‘왕고들빼기’의 꽃도 참 예쁘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9. 28.

오늘 오후 입원을 앞둔 상황이라 평소보다 하루 먼저 '식물왕'을 마감했다.

왕고들빼기는 요즘 도시의 화단이나 시골의 논밭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꽃의 모양이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그 연노란색 꽃잎과 소박한 모양이 자꾸 눈에 밟힌다.

보면 볼수록 예쁜 꽃이다.


우리가 김치나 쌈채소로 흔히 먹는 왕고들빼기가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 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 사실이 안타까워서 이번 주에는 왕고들빼기를 선택했다.


이 기사는 9월 30일자 헤럴드경제 26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여러분은 어떤 김치를 즐겨 드시나요? 이 질문에는 배추김치, 열무김치, 동치미, 파김치, 갓김치 등 한 줄로 정리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김치들의 이름이 답변으로 쏟아질 듯합니다. 그렇다면 범위를 조금 좁혀보겠습니다. 입맛이 없을 때 어떤 김치를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나던가요? 이 질문에는 아마도 고들빼기김치라는 답변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쌉쌀한 맛과 감칠맛이 조화를 이루는 고들빼기김치는 입맛이 없을 때 물에 말은 밥에 반찬으로 곁들여 먹으면 별미죠. 

그런데 우리가 평소에 김치로 즐겨 만들어 먹는 배추, 열무, 파, 갓 등의 채소들이 모두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밥상 앞에 앉아 있을 때 외에는 볼 일이 없는 식물들이니, 꽃이 생소한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고들빼기도 이들 채소와 마찬가지로 꽃을 피웁니다. 그중에서도 왕고들빼기는 이맘 때 가장 눈에 띄는 꽃을 피우는 식물 중 하나이죠.


대전 정생동의 야산에 촬영한 왕고들빼기 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왕고들빼기는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로, 매년 7~10월께 전국 곳곳에서 연노란색 꽃을 피웁니다. 왕고들빼기는 시골의 논과 밭 주변은 물론 도시의 화단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고 토질을 가리지 않습니다. 왕고들빼기는 새순을 뜯어도 곁순이 나오기 때문에, 늦봄부터 가을까지 새로 돋아나는 잎을 계속 채취해 먹을 수 있습니다. 채소로 먹는 식물들은 대개 약으로도 쓰이죠. 왕고들빼기는 해열, 소종, 이뇨, 진정 등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왕고들빼기를 이용한 숙취해소 건강기능식품이 발명특허를 취득하기도 했죠.

이름에 포함된 ‘왕’이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왕고들빼기는 다른 풀들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큰 덩치를 자랑합니다. 교외로 벗어나면 성인 남성의 키보다도 높게 하늘로 줄기를 뻗은 왕고들빼기를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런 왕고들빼기와 마주치면 베스트셀러 ‘야생초 편지’의 저자인 황대권 작가가 왜 왕고들빼기를 ‘야생초의 왕’이라고 불렀는지 이해할만 합니다.


서울 청계천에서 촬영한 고들빼기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사실 왕고들빼기는 고들빼기와 이름만 비슷할 뿐 서로 다른 식물입니다. 우선 식물 분류상 속(屬) 단계부터 차이가 있습니다. 왕고들빼기는 왕고들빼기속의 식물인 반면, 고들빼기는 뽀리뱅이속의 식물이거든요. 왕고들빼기와는 달리 고들빼기의 꽃은 노란색이고 크기도 더 작습니다. 또한 고들빼기는 아무리 크게 자라도 전초(全草)의 크기가 60~70㎝를 넘지 않습니다. 주로 무치거나 김치로 담가먹는 고들빼기와는 달리 왕고들빼기는 쌈채소로도 즐겨 먹죠. 많이 다르죠?

왕고들빼기의 꽃말 ‘모정’이라고 합니다. 봄과 가을에에 걸쳐 아낌없이 자신의 것을 내주는 왕고들빼기에게 참 어울리는 꽃말입니다. 길을 걷다가 연노란색 꽃이 보이거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꽃을 살펴보세요. 가을은 참 예쁜 계절이란 걸 실감하시게 될 테니 말입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