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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왕 정진영

<식물왕 정진영> 73. 나비가 꽃에 날아든 줄 알았더니 꽃이 나비였구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6. 10. 27.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은 최근 몇 년 새 많이 보이는 꽃이다.

특히 가을 무렵이면 도로변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당장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가보면 이 꽃만 보일 정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꽃의 이름은 통일되지 않아, 곳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 부분에 의문이 생겨 이번 주에는 이 꽃을 다뤘다.


이 기사는 헤럴드경제 10월 28일자 30면 사이드에도 실린다.




[HOOC=정진영 기자] 도시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꽃을 목격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녹지나 공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기자의 경험상 수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도심에서 꽃이 가장 많이 눈에 띕니다. 큰 도로의 중심이나 주변에는 화단이 잘 조성돼 있고, 도시의 일상은 녹지나 공원보다 도로와 더 밀착해 있으니 말입니다. 특히 버스로 출퇴근을 하시는 분이라면 기자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실 듯합니다. 

꽃이 피는 곳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봄과 여름에 흔했던 벌과 나비도 가을이면 눈에 띄는 일이 뜸해지죠. 그중에서도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쌀쌀한 10월 말에 정말 귀한 풍경입니다. 대신 이맘때에는 꽃이 나비가 되는 모습을 도시의 화단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입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삼각지역 부근에서 촬영한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은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원산지는 북미지역입니다. 이 꽃은 늦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붉은색 혹은 흰색 꽃을 피우는데, 주로 관상용으로 화단이나 도로변에 많이 식재됩니다. 꽃을 피운 모양이 독특하게도 나비가 날개를 펼친 모양과 닮아 호기심을 자극하죠.

그런데 조금 의문이 들지 않나요? 왜 기자가 이 꽃을 가우라가 아니라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이라고 부르는지 말입니다. 그 이유는 이 꽃을 가리키는 이름은 많은데, 어느 이름도 다른 이름을 압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우라라는 이름은 이 꽃의 학명 ‘가우라 린드헤이메리(GauraLindheimeri)’에서 유래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잘 와 닿는 이름은 아닙니다. 혹자는 붉은색 잎을 가진 꽃을 홍접초, 흰색 잎을 가진 꽃을 백접초라고 부르는데, 이 또한 공식적인 이름은 아닙니다. 바늘꽃과라는 이유로 이 꽃을 바늘꽃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바늘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 따로 존재하는 이상, 다른 꽃의 이름을 빼앗아 부르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이 꽃을 나비바늘꽃이라고도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이 또한 공식적인 이름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꽃의 이름을 짓는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기자는 이름 그 자체로 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름이 가장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꽃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나비의 날개를 닮은 꽃잎의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꽃의 이름에 나비라는 단어가 포함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현존하는 여러 이름 중에서 나비바늘꽃이 이 꽃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름 같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서울 용산구 후암동 헤럴드스퀘어 화단에서 촬영한 가우라라고 불리는 꽃.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이 꽃의 꽃말은 ‘섹시한 연인’, ‘떠나간 이를 그리워함’이라고 합니다. 기자의 생각에 가녀린 느낌을 주는 꽃의 모습과 어울리는 꽃말은 아무래도 후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꽃말에 더 마음이 가시나요? 오랜 세월 뒤에 이 꽃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또 어떤 꽃말을 가지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