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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염신혜 [고요]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1. 17.

원문 링크 : http://www.groovers.kr/column/LOTUSX2



앨범명

염신혜 [고요]

대한민국 음악계에는 오래전부터 적지 않은 재즈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과는 별개로 재즈는 여전히 대중에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는 음악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만들어도 기사 한 줄 나오는 일 없이 아는 사람만 알고 사장되는 앨범들이 많은 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격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재즈를 들려주는 일은 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과제다. 재즈 피아니스트 염신혜의 첫 번째 정규 앨범 [고요]는 과제의 모범답안으로 꼽을만한 결과물이다. 염신혜는 라틴 재즈 밴드 라 이슬라 보니따(La Isla Bonita)의 리더로 활동하는 한편, 지난 2014년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와 함께 만든 프로젝트 앨범 [Riano Poom]으로 주목을 받았던 연주자이다. 특히 염신혜의 피아노 연주와 선우정아의 보컬만으로 완성된 [Riano Poom]은 간결한 구성이 믿기지 않는 다채로운 사운드를 들려줘 호평을 받았다. 염신혜는 지금까지 펼쳐온 다양한 활동을 종합해 [고요]에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냈다.

 

존 준델(John Zundel)의 원곡을 가벼운 피아노 솔로로 풀어낸 ‘하나님의 크신 사랑’, 베이스와 빤데이루가 함께 어우러진 잔잔한 트리오 연주가 인상적인 ‘Manana Beso’, 시종일관 밝고 흥겨운 리듬으로 고개를 흔들게 만드는 ‘햇살’, 편안한 피아노 연주 위로 내려 앉는 따뜻한 트럼펫 소리가 매력적인 ‘고요’, 통통 튀는 듯한 베이스와 피아노의 익살스러운 연주가 즐거운 ‘Totter’, 선우정아의 보컬을 더해 나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분위기 연출이 인상적인‘Lazy Noon’, 트리오로 마치 퀸텟을 연상케 하는 사운드를 들려주는 화려한 편곡이 돋보이는 ‘Sailing Cloud’까지. [고요]에는 앨범의 이름과 어울리는 소리의 풍경을 펼치는 곡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그루버스의 고음질 음원 서비스는 연주자들의 섬세한 터치까지 놓치지 않도록 집중시키는 또 다른 주역이다. [Riano Poom]에서 공(空)의 미학을 펼쳤던 염신혜는 이번 앨범에선 풍부해진 편곡과 연주로 청자를 사로잡는다.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