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링크 : http://www.groovers.kr/column/LOTUSXM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
한 물체가 다른 물체에 힘을 작용하면 다른 물체도 힘을 작용한 물체에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을 작용한다. 이는 뉴턴의 운동 제3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의 설명이다. 머리 아프게 학창시절 물리 시간으로 되돌아가려고 꺼낸 화두는 아니다. 비유가 옳을진 모르지만, 음악 또한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음악과 관련된 기술의 발전이 첨단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음악은 자연스러움에 가까워지려고 하니 말이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의 EP [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은 필자의 비약이 비약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앨범이 풀어내는 소리의 풍경은 광활한 자연이다. ‘5:41’과 ‘And So It Goes’는 포크 풍의 편안한 어쿠스틱 연주로 앨범의 문을 열고 몽환적인 보컬과 연주로 소리의 공간을 넓혀나가는 흐름이 돋보이는 곡이다. 앨범의 초입에서 탄탄하게 쌓인 소리는 ‘#’에서 차분하게 흐르다가 ‘Interlude(우연의 연속에 의한 필연)’에서 폭발하며 확장한다. 절정을 넘어온 소리의 흐름은 ‘푸른소매’와 ‘집’을 거쳐 하류를 향해 풀어지다가 마지막 트랙 ‘제목 미정’에 이르러 넓은 바다로 산산이 흩어진다. 안다영의 속삭임과 포효를 오가는 강렬한 보컬은 겹겹이 쌓인 모든 소리를 묶어 이완과 수축을 거듭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뻔히 보이는 기승전결이지만 그저 그 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은 한국의 포스트록의 새로운 지류를 형성해 대양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앨범을 듣게 된다면 꼭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감고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듣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상상력은 더욱 많은 것들을 보이게 만드니 말이다.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있을 법한, 황량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머나먼 공간.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은 정교하게 소리를 쌓아나가며 그 공간 속으로 청자를 인도하는 훌륭한 여행 가이드다.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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