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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기사 및 현장/앨범 리뷰

파라솔 [아무것도 아닌 사람]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18. 1. 17.

원문 링크 : http://www.groovers.kr/column/LOTUSXM



앨범명

파라솔 [아무것도 아닌 사람]

파라솔은 나름 심각한 일상을 무심한 척하며 표현하는데 능숙한 밴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털어내는 건조한 가사는 꽤 근사한 멜로디에 실려있고, 멜로디를 실어나르는 연주는 허술한 듯하면서도 단단하다. 이 같은 괴리의 조합이 파라솔의 매력이자 개성이다. 파라솔의 두 번째 정규앨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이 같은 밴드의 개성에 서정적인 면이 더해지고, 가사는 더욱 심각해졌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으로 반복되는 희망 없는 현실을 짚어나가는 ‘경마장 다녀오는 길’, 다채로운 변주로 서로의 엇갈려 답답한 마음을 풀어낸 ‘아무것도 아닌 사람’, 그동안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어쿠스틱 사운드와 유려한 멜로디로 인간관계의 불안을 노래하는 ‘등산 동아리’, 부조리한 현실을 심드렁한 목소리로 표현하며 섬뜩함을 자아내는 ‘우물가의 남자’와 ‘마피아’ 등 파라솔이 연출하는 풍경은 냉소적이면서도 서글프다. 희망과 회의를 구분하기 어려운 가사로 권태로움을 끝을 향해 나아가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설교’를 듣다 보면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한숨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파라솔은 여전히 무심한 척하고 있다. 파라솔은 벌어진 사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대신 관조할 뿐이다. 이 같은 태도가 아이러니하게도 청자에게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준다.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훨씬 많은 게 일상 아니던가. (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