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담당 기자가 된 뒤 처음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작가는 윤고은 작가다.
데뷔 당시부터 늘 작품을 찾아 읽던 작가 중 하나다.
20대 말에 내 꿈이 대산대학문학상으로 등단하는 것이었는데, 당연히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산대학문학상 출신 소설가들을 늘 눈여겨 본다.
윤고은 작가를 비롯해 김애란 작가, 정한아 작가 등 좋은 작가들이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등단을 많이 했다.
마침 윤 작가가 신간을 낸 터라 얼른 만났다.
인터뷰를 넘어 즐거운 노가리 타임이었다.
문화일보 5월 15일자 28면 하단에 기사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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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집 ‘부루마불에 평양이…’ 출간한 윤고은 작가 “어디에도 소속감 못 느끼는 불안정한 사람들 고민 그려” 윤고은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기발하되 허황하지 않다. 작가가 약 10년 전에 발표한 단편소설 ‘1인용 식탁’은 ‘혼밥’ 문화를 예고했다. 장편소설 ‘밤의 여행자들’은 재난 현장을 여행하는 ‘다크 투어리즘’이란 단어가 유행하기도 전에 재난 여행 기획사를 다뤘다. 작가는 한발 앞서 미래를 엿보고 이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데 탁월함을 보여왔다. 작가의 새 소설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문학동네)은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아이러니는 이야기를 쓰고 싶게 만드는 힘”이라며 “상상과 현실이 분리되지 않고 반투명한 경계를 이룰 때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표제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결혼을 앞둔 남녀가 평양 아파트 분양권을 청약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통일이 현실처럼 다가오고, 결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재기발랄한 필체로 엮어낸다. 작가는 “나이가 들어도 끝없이 이어지는 주거에 관한 고민은 전 국민이 앓는 만성질환”이라며 “불안정한 지위와 경제적 토대 때문에 어디에도 온전히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해는 아이러니와 더불어 이야기를 이끄는 힘이다. 주인공이 사망자의 영혼인 ‘양말들’에서 주인공 언니는 오해 때문에 빈소를 찾은 한 남자에게 주인공이 그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경악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재확인한다. ‘평범해진 처제’는 헤어진 남자와 재회한 주인공이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과 타인이 생각하는 자신이 달랐음을 오해로 깨닫는 과정을 그린다. ![]() 현재를 통찰하는 감각도 돋보인다. ‘오믈렛이 달리는 밤’에 등장하는 ‘로맨스 푸어’라는 표현은 결혼도 연애도 쉽지 않은 세태를 요약한다. ‘우리의 공진’에서 통근버스 메모장을 통해 모르는 여성과 소통하다가 가까워지기 전에 멈추는 주인공의 태도는 SNS상의 느슨한 인간관계를 연상케 한다. 작가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 발견하는 재미있는 습관이나 말들을 아무 생각 없이 장바구니에 담아 놓듯 모으다 보면 기발한 상상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며 “상대방을 향한 호기심은 종종 오해에서 비롯되는데, 오해가 오해로 끝나지 않고 해결된다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정서가 불안하지만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작가는 “실체 그 자체보다도 머릿속에서 떠올리면 의미가 있어지는 것들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물의 터널’의 일부를 인용했다. “선영은 내 얘기를 듣더니 어떤 순간들은 잔열을 갖고 있어서 물리적 시간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를 움직이는 건 의외로 아주 큰 에너지가 아니라, 그런 잔열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작가에게 다음 작품 계획을 묻자 “만기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큰돈을 돌려받는 ‘결혼보험’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이란 답변이 되돌아왔다. 재미있는 상상이다. ‘1인용 식탁’처럼 다음 작품도 ‘예언서’가 될지 모르겠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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