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을 고발한다'는 지나치게 설탕을 까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귀 담아들을 내용이 많다.
어쨌든 우리가 설탕 과잉의 시대에 사는 건 맞으니까.
‘설탕을 고발한다’는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조사를 통해 설탕이 인체 내에서 독특한 생리학적·대사적·내분비적 효과를 일으켜 질병을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Pixabay 제공
- 설탕을 고발한다 / 게리 타우브스 지음, 강병철 옮김 / 알마
“지방은 비만의 주범 아니다”
주장했던 저자의 2번째 도발
“체내 반응탓 각종 질병 불러”
100년전엔 희귀했던 당뇨병
최근들어 미국인 14%에 발병
설탕섭취 증가가 가장 큰 차이
고혈압·통풍·알츠하이머 등
만성질환 유발 가능성 제기도
지방·단백질 위주 식사가 답
당뇨병의 원인은 비만이며, 지나친 영양 섭취와 운동 부족이 비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주장은 대중에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설탕은 지나친 영양 섭취의 주범으로 꼽히지만, 독성 물질로 취급받진 않는다. 설탕의 탄수화물과 다른 식품의 탄수화물이 서로 다를 게 없으며, 그저 맛이 좋아 지나치게 많이 먹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지금까지 통용돼 온 논리다. 보건 당국도 비만과 당뇨를 피하는 방법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피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는 일이라며 설탕 자체를 문제 삼진 않는다. 심지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말이 유행인 세상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세간의 인식을 뒤집으며 각종 질병의 직접적 원인이 설탕일지도 모른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제기한다. 탐사 전문 기자인 저자는 전작 ‘왜 우리는 살찌는가’로 지방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해 미국 내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저자는 10년간의 취재 끝에 설탕이 인체 내에서 독특한 생리학적·대사적·내분비적 효과를 일으켜 질병을 일으킨다는 결론을 내린다. 저자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건강한 식단과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암, 기타 관련 질병을 일으키는 식단의 차이가 설탕 함량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는 20세기 과학과 의학의 역사를 살피며 설탕이 어떤 과정을 통해 비만과 당뇨병을 유발하는지 분석한다. 첫 번째 단서는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세포에 지방 생성 신호를 전달하는 호르몬이다. 정상적인 인체에선 인슐린 수치가 감소하면, 지방 세포가 저장된 지방을 방출하고 인체가 그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로절린 얠로는 당뇨병 환자와 비만한 사람 모두 혈당이 높은 동시에 인슐린 저항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인체가 더 많이 인슐린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성지방 수치 및 혈압 증가를 일으키고, 고밀도 지단백질을 감소시켜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단서는 설탕 속 포도당과 과당이 인체에서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사된다는 사실이다. 인체에 들어온 포도당은 근육, 뇌, 기타 조직에서 직접 연료로 사용되거나 근육과 간에 탄수화물의 일종인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포도당과 달리 과당은 혈액 속으로 유입되지 않고 간에서 바로 대사돼 중성지방으로 전환된다. 그 결과 혈액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다. 저자는 모든 동물 실험에서 설탕 섭취를 중단하면, 지방간이 없어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주장의 근거로 든다.
저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생물학적 사실들로 미뤄볼 때 설탕이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증후군의 주된 원인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고혈압, 통풍,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중성지방 증가가 고혈압을 유발하고, 설탕의 과당 성분이 통풍의 원인인 요산 수치를 증가시키며, 인슐린 저항성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설탕을 바라보는 저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란 인상을 주지만, 그런 인상이 어느새 지워질 정도로 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자료와 치밀한 연구조사가 읽는 흥미를 더한다.
이 책의 끝이 보일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질문 하나가 떠오를 것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설탕을 먹어야 안전한가. 독자의 질문에 저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한다. 우리가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은 칼로리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고, 비만의 주범은 탄수화물이므로 지방과 단백질 위주로 먹는다면 더욱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전부다.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 허무한 답이지만, 이 책을 읽은 뒤에 느껴지는 답의 무게감은 다르다. 우리가 설탕 과잉의 시대에 사는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428쪽, 1만9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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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폐암 증가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주장은 억지가 아니다. 담배 연기는 원래 알칼리성이어서 목의 점막에 자극을 줘 삼키기 어렵다. 그러나 담뱃잎에 설탕을 첨가하면 연기가 산성으로 변해 자극성이 줄어들어 연기를 삼킬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더 쉽게 니코틴 중독이 일어난다. 담배 제조업체는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궐련을 생산하며 설탕을 첨가하는 전략을 써왔다. 담배의 인기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탕발림’이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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