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자전거길 종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 남은 길은 동해안 자전거길과 제주 환상자전거길 두 코스였다.
내심 제주도를 마지막 코스로 점 찍어 놓았던 터라, 선택은 자연스럽게 동해안 자전거길이 됐다.
문제는 동해안 자전거길이 자전거를 가지고 접근하기에 어려운 코스라는 점이다.
또한 다른 코스와 비교해 상당히 장거리여서 대중 일정을 짜보니 4박5일 정도 시간을 내야 여유가 있었다.
올해 초부터 여름 휴가는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려야겠다고 결심했었다.
마침내 그 시간이 왔다.
동해안 자전거길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경북 영덕 해맞이공원까지 이어진다.
나는 통일전망대를 기점으로 잡았다.
통일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터미널은 고성 대진항과 가까운 대진터미널이다.
동서울터미널에 대진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있다.
'맘마미아' 공연 때문에 LG아트센터로 가던 준면 씨가 나와 자전거를 동서울터미널에 떨궈줬다.
고마운 사람 같으니.
오전 10시40분 차를 간신히 잡아 탔다.
자전거를 짐칸에 실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전거를 짐칸에 싣는 승객이 나밖에 없어 눈치가 덜 보였다.
버스가 터미널에서 빠져 나오니 그제야 내가 동해안 자전거길로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무려 5시간이나 걸려서야 대진터미널에 도착했다.
기사 말로는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겼기 때문이란다.
고속도로 때문에 강원도로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오히려 예전보다 정체가 심해졌다고 한다.
빨리 이동하기 위해 건설된 고속도로 때문에 정체가 일어나다니...
문제는 늦은 오후에 도착해 야간 라이딩을 하지 않는 한 긴 거리를 달리기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황량한 버스터미널은 처음봤다.
매점조차 없더라.
이 터미널에 내리는 승객도 나밖에 없었고.
채송화, 낮달맞이꽃, 부추꽃, 큰꿩의비름, 맨드라미...
황량한 터미널에 꽃만 여럿 피어있더라.
대진터미널에서 인증센터가 있는 통일전망대까지 거리는 약 4km다.
터미널에서 조금 달리자 바다가 보였다.
드디어 통일전망대 인증센터에 도착해 수첩에 인증도장을 찍었다.
여기서부터 영덕 해맞이공원 인증센터까지 거리는 약 340km 가량이다.
3년 전 국토종주 이후 가장 장거리를 뛰는데, 몸도 자전거도 잘 버텨주길 바라며 셀카를 찍었다.
일단 배를 우동으로 채웠다.
해가 기운다....
아마도 야간 라이딩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여기저기 칡꽃이 엄청 피어있더라.
막바지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해변에 많았다.
나도 바다로 뛰어들고 싶었다 ㅜ
동해안 자전거길을 알리는 표지가 보였다.
사실 표지보다 더 중요한 건 도로에 표시된 파란 선이다.
자전거길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표시니까.
저무는 햇살 아래에서 강낭콩 꽃이 더 붉게 보였다.
길이 헷갈리면 무조건 파란 선! 파란 선!
마차진해변을 거쳐
화진포를 지나
반암해변을 스쳐 지나가니 해가 슬슬 떨어지더라.
여름에 바닷가에 오면 늘 만나게 되는 해란초.
해당화와 더불어 바다를 생각하면 늘 떠오르는 꽃이다.
통일전망대와 다음 인증센터가 있는 북천철교까지 이어지는 구간에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길이 보였다.
이게 무슨 자전거길이란 말인가.
두번째 인증센터인 북천철교 인증센터에 도착.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숙소를 찾기 위해서라도 야간 라이딩 확정 ㅜ
해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살짝 힘이 들었는데, 이 문구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났다.
그 와중에 동물들은 귀엽더라.
해변 곳곳에 철책이 설치 돼 있어 이 곳이 북과 근접한 곳임을 실감하게 했다.
야간 라이딩 준비를 위해 당과 카페인을 채우고!
차마 자전거길이라고 부를 수 없는 험한 길을 지나...
세 번째 인증센터인 봉포해변 인증센터에 도착.
숙소를 찾아 속초 장사항을 향해 야간라이딩.
숙소를 잡았다.
평일에 성수기가 아닌 데도 숙박비가 8만 원이나 되더라.
49.3km... 얼마 달리지 못했다.
다음날 달려야 할 거리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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