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작가답지 않은 무서운 기세다.
장류진 작가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은 지금까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직장인 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판을 뒤집는 무리한 설정을 하지 않고, 그야말로 현실적인 젊은 직장인의 심리를 다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현실 감각이다.
그 현실 감각이 웹소설도 장르소설도 아닌 장 작가의 작품이 회사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원동력이다.
또한 장 작가는 지금까지 소설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IT 업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다른 업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반응도 없지 않지만, 꼭 직장 생활을 무겁게 다룰 필요가 있을까?
가뜩이나 직장 생활이 무거운데.
리뷰 기사를 문화일보 10월 28일자 16면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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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녹인 직장인 생활밀착형 소설로 화제를 모은 장류진 작가. 창비 제공장류진 작가 ‘일의 기쁨과 슬픔’ 출간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는 등
일상 포착해 섬세한 묘사 재미
지난해 여름, 온라인상에서 이례적으로 신인 작가의 단편 소설이 직장인들의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인 장류진(사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정보통신업계와 판교 테크노밸리를 배경으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아도 견디는 직장인을 그려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일한 경험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이 단편은 새로운 직장인 생활밀착형 소설과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장 작가가 등단한 지 불과 1년 만에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을 내놓았다. 신인으로선 이례적으로 빠른 소설집 출간은 장 작가가 그만큼 많은 원고 청탁을 받았으며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독자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소설집엔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을 비롯해 단편 8편이 담겼다. 장 작가는 청년 세대라면 누구나 충분히 겪을 만한 사소한 일상과 순간을 포착해 섬세하게 그려내는 비범함을 보여준다. 결혼을 앞두고 친하지 않은 회사 동기 언니에게 청첩장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담은 ‘잘 살겠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직원 사이에 은근하게 흐르는 성적 긴장감과 어긋나는 관계를 그린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직장 내 인간관계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기혼 여성 근로자가 나이 든 아주머니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해 벌어지는 미묘한 갈등을 그린 ‘도움의 손길’은 갑을 관계로만 바라볼 수 없게 변해가는 고용관계의 단면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장 작가는 옳고 그름이란 상대적이며,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장 작가는 청년 세대가 계산적으로 보이지만 우직하며, 공감에 인색한 듯하지만 끝내 연민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임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정규직으로는 처음 입사한 청년이 느끼는 설렘과 긴장을 그린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우연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나서고 싶은 가난한 뮤지션의 모습을 담은 ‘다소 낮음’, 좌절된 꿈을 안고 남들처럼 살아가다가 지나쳤던 인연을 회상하며 아름다웠던 순간을 돌아보는 직장인을 그린 ‘탐페레 공항’은 청년 세대를 위한 따뜻한 응원가로 들린다.
장 작가는 청년 세대 앞에 놓인 불합리한 현실을 직시하되 절망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장 작가는 청년 실업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생존 경쟁 앞에서 선택지는 각자도생이란 걸 인정한다. 그래서 솔직하고 사랑스럽다. 너와 나의 처지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느슨한 연대감. 그것이 앞으로 청년 세대가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이 소설집의 제목을 표제작이 아닌 ‘잘 살겠습니다’에서 따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지막 페이지에 잔상처럼 남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아울러 장 작가는 청년 세대가 계산적으로 보이지만 우직하며, 공감에 인색한 듯하지만 끝내 연민을 버리지 못하는 존재임을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정규직으로는 처음 입사한 청년이 느끼는 설렘과 긴장을 그린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우연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힘으로 세상에 나서고 싶은 가난한 뮤지션의 모습을 담은 ‘다소 낮음’, 좌절된 꿈을 안고 남들처럼 살아가다가 지나쳤던 인연을 회상하며 아름다웠던 순간을 돌아보는 직장인을 그린 ‘탐페레 공항’은 청년 세대를 위한 따뜻한 응원가로 들린다.
장 작가는 청년 세대 앞에 놓인 불합리한 현실을 직시하되 절망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는다. 장 작가는 청년 실업으로 대표되는 치열한 생존 경쟁 앞에서 선택지는 각자도생이란 걸 인정한다. 그래서 솔직하고 사랑스럽다. 너와 나의 처지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느슨한 연대감. 그것이 앞으로 청년 세대가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이 소설집의 제목을 표제작이 아닌 ‘잘 살겠습니다’에서 따오는 게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마지막 페이지에 잔상처럼 남는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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