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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경: 내 음악이 모두에게 편안하게 기억되길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5. 4.

3주 전에 영경이형이 내가 소설을 집필 중인 토지문화관에 들렀다.

골방에서 글만 쓰다가 반가운 사람 얼굴을 보니 행복했다.

그날 저녁에 음악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 둘이 정말 많은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영경이형이 데뷔 10년 만에 첫 정규앨범을 냈다.

새 장편소설 초고를 마친 뒤 간만에 음악 저널리스트 흉내를 내 인터뷰를 썼다.





배영경: 내 음악이 모두에게 편안하게 기억되길

10년. 내공이라는 단어 앞에 두기에 그리 민망하지 않은 시간이다. 10년은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는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시간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만큼의 시간을 한 분야에 쏟아붓기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배영경이란 이름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는 이름일 테다. 누군가는 그를 실력파 뮤지션의 산실인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 싱어송라이터로 기억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양한 앨범과 공연 크레딧에 기타리스트로 올라온 그의 이름을 봤을 것이다. 로이킴의 히트곡 ‘봄봄봄’의 공동 작곡자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놀라운 점은 그가 데뷔한 지 10년이 되도록 싱글 외에는 자신의 이름으로 앨범을 낸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그렇게 조심스러웠던 걸까. 그의 첫 정규앨범 [여행기록]은 그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앨범에선 그가 2011년 데뷔 후 발표한 적지 않은 싱글들의 제목을 찾아볼 수 없다. 온전히 새로운 내용물로 앨범을 평가받고 싶다는 의지일 테다. 지난 4월 16일 강원도 춘천에서 라디오 라이브를 마치고 필자가 머무는 원주에 들른 그에게서 첫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싱어송라이터 배영경

데뷔 10년 만에 발표하는 첫 정규앨범이다. 소감을 듣고 싶다.

첫 앨범을 충무로의 한 인쇄소에서 실물로 받아본 순간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한편의 책 같은 앨범을 꿈꿨기에 이번 앨범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소중하다.

[여행기록]이란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그동안 홀로 떠난 많은 여행을 사진으로 담았고 또 글과 노래로 기록했다. 문득 내가 여행을 여행으로 가둬 규정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곧 여행이라면 일상의 작은 틈도, 살아가는 날도 모두 여행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로부터 얻은 작은 행복들을 틈틈이 모아 앨범으로 엮었다.

2011년 제22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 입상하며 데뷔했다. 이미 싱글을 몇 차례 내기도 했지만 데뷔에 비해 첫 정규 앨범 발매가 많이 늦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데뷔 후 지금까지 싱글로 발표한 곡이 스무 곡 가까이 된다. 내게 앨범을 발표하라고 권유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내겐 한 곡 한 곡 발표해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 곡들을 모아 앨범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그 곡들을 만들 때의 순간들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모든 곡을 앨범을 위해 새로 만들었다. 정규앨범을 발표한 지금이 행복하다. 앞으로는 앨범 위주의 활동을 할 생각이다.

배영경 첫 정규 앨범 [여행기록] 커버 이미지

타이틀곡 ‘바람’을 비롯해 수록곡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다.

‘바람’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제주를 생각하며 쓴 곡이다. 제주의 바람이 내 마음과 같다면 어디론가 내 마음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나는 작업실에서는 주로 혼자 있는 편이다. 앨범 타이틀과 같은 이름을 가진 곡인 ‘여행기록’은 작업실에서 지나간 여정을 추억하다가 피아노에 손을 얹고 조금씩 그 여정을 그린 곡이다.

앨범의 문을 여는 ‘겨울 in otaru’는 겨울에 관한 내 단상으로, 겨울 풍경 위에 서있는 내 모습을 그려내고 비워내듯이 연주했다. ‘미하루의 아침’은 일본 홋카이도의 오타루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에서 며칠간 머물렀던 추억을 이야기했다. ‘원을 그리네’는 집 앞에 있는 큰 호수 주변을 걷다가, 호수에 던진 생각이 가라앉아 연꽃으로 다시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곡이다.

여행하며 떠오른 사람들에 관한 곡들도 있다. ‘얼굴’은 문득 떠오르지만 생각나지 않는 얼굴을, ‘대방동’은 외갓집이 있던 대방동에서 쌓은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그린 곡이다. ‘남쪽바다’는 폭풍이 지나간 제주도 서귀포에서 남쪽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난 사람을, ‘그리운 사람이 될 것처럼’은 재작년 12월에 세상을 떠난 친구을 그리워하는 곡이다.

앨범의 문을 닫는 ‘Epilogue’는 그리움의 감정을 표현한 짧은 연주곡이다. 멜로디를 잘 표현해 준 바이올리니스트 김상은 군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여러 감정들을 가사와 곡으로 표현해야 하지만, 그중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이미 싱글로 접한 곡에서도 느낀 바이지만,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단출한 편곡이 인상적이다. 녹음에서도 군더더기가 느껴지지 않아 담백하다는 인상을 준다. 작업 과정을 듣고 싶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진정성을 담고 싶었다. 그런 의도를 담아 보컬 트랙에 어떤 음정 보정(오토튠)을 하지 않았다. 그중 6번 트랙의 ‘얼굴’은 피아노를 녹음할 때 녹음 현장에서 보컬까지 원테이크로 녹음한 곡이다. 처음 시도해본 방식인데, 녹음이 끝나고 곡을 모니터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주로 어디에서 곡의 영감을 얻는 편인가?

난 내게 스스로 무언가 역할을 부여한다면, 관찰자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다. 나는 눈에 띄는 아주 작은 것이라도 글로 정리해두고, 이어지지 않는 단편의 기억들로 이미지를 만든다.

어떤 뮤지션들이 본인에게 많은 영향을 줬나?

하나뮤직 뮤지션들의 영향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가사들이 매우 시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풍경이 그려지는 느낌도 받는다. 가사를 쓸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가?

글의 미학적인 측면을 굉장히 좋아한다. 청자가 내 곡을 듣고 편안한 느낌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집중해 들어줬으면, 혹은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앨범의 총 러닝타임이 약 35분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정주행해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느 특정 트랙만을 위한 앨범이 아니다. 앨범 전체의 이미지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

누구나 여행에 관한 관심이 많다. 여행을 음악에 담은 입장에서 여행은 삶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여행은 타인의 삶들을 한 치 밖에서 바라볼 수 있고, 잠시 그들의 삶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엄마와 함께 했던 여행들이 앞으로도 가장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

음악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아마도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입상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가 아닐까. 그 후 내 음악 여정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그다음에는 관성으로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말이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기타리스트로의 삶을 살면서, 동시에 노래하고 생각을 말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도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좀 더 용기 내어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10년은 그걸 채워나가는데 필요한 시간일 것이다.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벨로주’ 라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무대에 올라 노래해 보고 싶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공연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연내에 꼭 개인 단독 공연을 할 예정이다. 작지만 사람들이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노래를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