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수 시인은 내게 시인보다는 싱어송라이터로 더 익숙하다.
강백수는 자신의 지질함이나 밑바닥 정서를 위트 있게 드러내는데 탁월한 작사가다.
강백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이거 내 이야기인데?"라며 킥킥 웃지 않을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강백수가 등단 후 무려 12년 만에 낸 첫 시집 또한 그동안 가사를 통해 보여준 '웃픈'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망가지는 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우습다가도,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걸려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안녕히'의 화자는 자살을 결심하고 전 재산을 탕진한 뒤, 지인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엽서를 쓰고 수면제를 먹지만,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기분 좋게 깨어나 엽서를 회수하러 우체국으로 달려간다.
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우리네 마음이 저 시의 화자와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강백수는 자조에 머물지 않는다.
과거를 바꿀 수도, 미래를 계획할 수도 없다면 현재를 충실하게 보내는 게 어떻냐고 제안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하자('레이턴시' 중)고 말이다.
대책 없어 보이는 제안인데 꽤 위로가 된다.
무엇보다도 이 시집은 시를 즐겨 읽지 않는 내가 읽어도 쉽게 마음에 와닿는다.
시가 쉽다고 시의 무게까지 가볍진 않으니 일독을 권한다.
밤에 술 한 잔을 놓고 읽으면 이만큼 좋은 안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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