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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모토 히데야스 '레코스케'(안나푸르나)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0. 12. 5.



LP 세대가 아닌 나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낯설었다.
음악을 꽤 편식하는 편이어서 이 책에 소개된 음악의 3분의 1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지금은 딱히 물건 욕심이 없지만, 나도 한때 무언가를 열렬히 수집했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집에 열을 올렸던 물건은 한국 헤비메탈 앨범이었다.
학창 시절에 나는 고향인 대전의 모든 음반 가게는 물론, 시간이 나면 시골까지 가서 음반 가게까지 뒤져 한국 헤비메탈 앨범을 찾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많은 앨범을 분실했지만, 지금도 꽤 그때 모은 앨범이 남아있다.
그때 왜 그렇게 철 지난 한국 헤비메탈 앨범 모으기에 꽂혔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희귀 앨범을 손에 쥐었을 때 느낀 희열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시간에 공부했으면 3수를 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열혈 LP 수집가가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열렬히 수집한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다시금 그때의 감정을 되살리는 타임머신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덕분에 나도 용돈을 아껴가며 발품을 팔았던 시절의 추억을 오랜만에 되새겼다.

p.s. 이 책에 부록으로 담긴 '오래된 음반' 편에 나도 짧은 글을 하나 실었다.
무인도에 음반 한 장만 가지고 가야 간다면, 당연히 나는 조용필의 'The Dreams'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