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다정한 글의 연속이다.
다양한 빵과 문학작품을 자연스럽게 엮어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글에선, 뜨겁지도 미지근하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가 느껴져 편안했다.
호빵, 마카롱, 슈크림빵, 롤케이크 등 익숙한 빵부터 바움쿠헨, 콜롬바, 스톨렌, 자허토르테 등 낯선 빵까지.
단팥빵, 피자빵 정도나 아는 나는 이렇게 많은 빵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글을 읽다 보면 입안에 침이 고였다.
장시간 발효를 거친 소화가 잘되는 빵을 닮은 글이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편향된 독서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은 대부분 문학이고, 그중에서도 해외 문학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해외 문학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내가 읽는 비문학작품(특히 과학)은 대부분 해외 저자의 작품인데, 유독 문학만큼은 해외 작가의 작품에 손이 가질 않는다.
해외문학을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소싯적에는 분명히 해외문학을 많이 읽었던 시절은 있었으니까.
오히려 나는 소설을 쓰면서부터 해외문학을 멀리하게 됐다.
번역된 문학이 과연 원작과 같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어로 해당 문학 작품을 읽으면 될 텐데, 내겐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의지는 딱히 없는 터라,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너 작가 맞아?"라고 놀랄 정도로 읽지 않은 해외문학이 많다.
작가가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를 소개하며 프레첼을 다룬 '떠나보내는 여름'이란 글을 읽으며 오랜만에 해외문학에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는 프레첼이 독일 슈바벤 지방에서 밀가루 반죽으로 부장품인 반지나 팔찌, 목걸이 등을 빚어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프레첼이 팔찌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bracelet'과 동의어란 사실도 이 글을 통해 처음 알았다.
작가는 프레첼의 짠맛이 빵을 빚는 사람의 눈물 맛이 아니겠냐며 '애도 일기'의 일부를 인용한다.
"타인의 죽음은 결코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아직 그런 상실을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그럴듯한 거짓말쟁이일 뿐일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깊이 공감하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얼마 전에 한 에세이 앤솔로지 원고를 청탁받고 주제를 고민 중이었는데, 이 글을 읽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주제로 다뤄야겠다고 결심했다.
준면 씨의 책과 내 책이 합쳐진 책꽂이에는 해외 문학이 많다.
대부분 준면 씨의 책이다.
책꽂이를 들여다보니 꺼내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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