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문돌이(무늬만 법학도)이지만 살짝은 공돌이이기도 하다.
나는 학사 학위를 쓸데없이 두 개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학점은행 제도를 통해 취득한 컴퓨터공학 전공 학사다.
유튜브에서 내가 즐겨 보는 콘텐츠는 돼지, 쿼카 등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는 영상이고 다음은 과학 관련 영상이다.
나는 사실 문학보다 과학 서적을 읽는 일이 훨씬 즐겁다.
이 책에는 머리 아픈 공식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은 도형을 설명의 중심에 놓고 점과 선, 그리고 면이 펼쳐내는 세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그저 외우기만 해서 어렵게 느껴졌던 수학 개념이 쏙쏙 머릿속에 들어온다.
직각이 왜 90도이며 원의 중심각이 왜 360도인지, 삼각형의 내각은 왜 180도이며 모든 다각형의 내각은 왜 360도인지 등 다양한 수학적 개념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의 타깃은 중학생 이하로 보이는데, 어른이 읽어도 즐겁다.
다양한 수학적 개념이 어떻게 실생활과 연결되는지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독특하게도 3수를 하던 시절에 수학에 흥미를 느꼈다.
학창 시절에 흥미를 잃었던 수학에 다시 눈을 돌리게 해준 건 교과서였다.
집안 사정이 넉넉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입시 관련 사교육을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
혼자 3수를 준비해야 하니 입시 전략도 혼자 짜야 했다.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수학이었다.
어떤 수학 교재를 공부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나는 서점에서 교과서를 집어 들었다.
나로서는 대단히 실용적인 선택이었다.
당시 나는 응용문제는 그럭저럭 잘 풀었지만, 문제 유형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맥을 못 췄다.
나는 기본기가 엉망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교과서로 돌아갔다.
아무리 참고서가 좋다고 해도, 교과서 집필진보다 우수한 집필진이 참여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과서는 참고서보다 훨씬 가격이 저렴했다.
나는 수학을 처음 접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교과서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했다.
문제 풀이 대신 교과서로 개념부터 차근차근 잡아나갔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외우지 않아도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낯선 유형의 응용문제를 푸는 일도 수월해졌고, 실제 수능 시험에서도 수학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열심히 푸는 게 수학이 아니란 걸 그때서야 깨달은 것이다.
그걸 뒤늦게 깨닫다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수학 교과서가 이 책처럼 재미가 있었으면 수포자 여럿을 구제했을 텐데."
이 책을 마지막 장을 덮은 뒤 든 생각이다.
어쩌면 그 시절에 수학을, 아니 공부를 잘했던 친구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공부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냈던 게 아닌가 싶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법을 알고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전의 나처럼 삽질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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