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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함정임 소설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문학동네)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1. 14.

 


다 읽고 나니, 홀로 여기가 아닌 먼 어딘가를 여행하고 돌아온 느낌이다.
'용인', '스페인 여행', '해운대', '영도' 등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에는 지명이 제목으로 붙은 작품이 많다.
이 소설집에서 장소는 삶이란 무엇인지 돌아보고 그 의미를 깨닫는 장치로 쓰인다.
권지예 작가의 소설집 '베로니카의 눈물'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가까이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게, 멀리 떨어져야 비로소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작품 속 곳곳에 배경으로 깔린 장소는 읽는 내내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해운대'처럼 내게도 익숙한 장소가 등장하는 작품에선 풍경 하나하나가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져서 놀라웠다.

작가는 삶이란 계획대로만 진행되지 않는 여행과 같지 않으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그래서 우연처럼 깨닫고 만나는 사랑이 소중하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러니까 사랑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작가 자신과 고 김소진 작가를 교차해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자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영도'를 읽고 문득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