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후기

정지돈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문학과지성사)

by 소설 쓰는 정진영입니다 2021. 1. 28.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는 소설은,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또래 한국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문학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문우도 따로 없는 내게, 그들의 생각과 관심사를 엿볼 방법은 그들의 결과물을 읽는 일뿐이니 말이다.
그들의 작품을 바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고, 뒤늦게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정지돈 작가의 작품은 내가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는 영역에 놓인 작품이었다.

문학기자 시절에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를 비롯해 작가의 전작을 몇 권 읽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약간은 오기로 신작을 샀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작가의 인터뷰가 실린 <악스트> 2021년 1·2월호까지 따로 챙겨 읽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소설이란 걸 알면서도 실제 역사와 수많은 참고 문헌의 인용 때문에 자주 소설이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어디까지가 소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이 아닌지 구별하는 일이 무의미한 걸 알면서도, 자주 갈피를 못 잡았다.
읽다가 여러 각도 바라보는 해석이 필요해 흐름을 놓치는 일이 잦았다.
나중에는 이해를 포기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페이지를 넘겼다. 
오한기의 장편소설 <가정법>(은행나무)을 읽었을 때 느낀 당혹감과 비슷한 기분이다.
결은 다르지만, 한유주의 소설을 읽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었고.

소설이란 무엇일까.
내 또래 작가들은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나만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책을 덮으며 낯선 세계를 맞이하기에 내가 너무 고루한 사람이 아닌지 잠시 자책했다.
그와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는 걸 굳이 이해하려 애쓰는 일이 옳은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