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모래를 한 알 씹었는데, 뱉자니 아깝고, 삼키자니 찝찝하다.
이 소설집을 읽고 든 기분이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고, 차분한 듯하면서도 위태롭다.
작가는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우리가 베푼다고 생각하는 선의와 친절의 이면에서 권력 관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주목한다.
읽는 내내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기분을 느꼈다.
대한민국 사회가 약자를 바라보는 편견과 다루는 방식에 깃든 폭력성을 꽤 불편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작은 분량인데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았다.
이 소설집은 신인의 단편 3편을 모아 단행본으로 엮는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로 출간됐다.
신인이 단행본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꽤 험난하다.
소설집에는 보통 7~10편 정도의 단편이 실린다.
작품을 발표할 지면은 예나 지금이나 부족하고, 청탁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등단 후 첫 소설집을 내는데 몇 년 이상 걸리는 일이 보통이다.
'트리플' 시리즈는 신인 입장에선 발표한 소설이 많지 않아도 빨리 단행본을 출간해 독자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문예지를 챙겨 볼 일이 없는 일반 독자 입장에선 조금 더 자주 신인을 접할 수 있어 괜찮은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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