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었다면, 여성 작가가 쓴 작품으로 오해할 뻔했다.
그만큼 문장이 섬세하고, 시선에서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부분을 감지하는 예민함이 느껴졌다.
여기에 언뜻 평화로워 보이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익숙한 풍경과 섞여 긴장감을 형성한다.
문장이 매우 단정해서 신인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작가가 지난해 신춘문예 당선자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껴 이 소설집을 샀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신인 작가가 단행본으로 엮을 분량의 작품을 발표하는 데에는 최소한 몇 년이 걸린다.
등단 이후 꾸준히 청탁을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등단 이듬해에 자기 이름으로 단행본을 냈다는 건, 문학계에서 주목을 받아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많이 얻었다는 의미다.
이 소설집이 현재 한국문학계(일반 독자의 취향과 일치하지는 않는다)의 트렌드를 가늠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p.s. 이 뻘글을 쓴 다음 날, 이 소설집의 추천사를 쓴 한소범 한국일보 기자가 작가가 여성이라고 귀띔해줬다. 글만 보면 여성 작가인데, 사진과 이름을 보고 남성이라고 판단한 내가 부끄러워 본문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흑역사로 남겨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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