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양한 장르의 새 앨범을 챙겨듣는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재킷 이미지만 봐도 장르가 보이고, 심지어 들을 만한 음악인지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내 경험상 재킷이 구리면 음악도 구리다.
뭐라고 딱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예외는 없었다.
내게 재킷은 모니터할 앨범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런데 책은 표지만 봐선 내용이 괜찮은지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특히 한국문학 단행본은 표지만으로는 도저히 내용을 판단하지 못하겠다.
출판사에는 미안한 말인데 대부분 구리고 정형화돼 있다.
이 소설집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표지만으로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띠지에 '문학계의 주성치'라는 문구까지 인쇄돼 있어 궁금증이 더 커졌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느낌은 '주성치'보다는 '버스터 키튼'에 가까웠다.
웃음이 나오기는 하는데, 유쾌한 웃음은 아니다.
'웃픈'이라는 수식어도 그리 적당하지 않다.
'웃기는데 쓸쓸한' 혹은 '웃기는데 씁쓸한'이라는 수식어가 적당하겠다.
나는 '웃기는데 쓸쓸한'에 방점을 찍겠다.
소설의 등장인물 대부분은 루저이고, 이들이 처한 현실은 비루하다.
비현실인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펼쳐지는데,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진지해서 피식 웃음이 새 나오게 한다.
등장인물 모두 세속적인 성공에서 벗어나 있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무너지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런 능청스러움과 고집이 이 소설집 전체를 감싸는 힘이다.
다음에 무슨 소재로 어떤 작품을 쓸지 궁금해지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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